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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 12년...어머니에게 바친 신의현의 '뜻깊은 金'

중앙일보

입력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km가 끝난 뒤 가족과 만난 신의현. 평창=김지한 기자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7.5km가 끝난 뒤 가족과 만난 신의현. 평창=김지한 기자

 "아휴, 그때 생각하면 말도 못 해유. 진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쥬."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신의현(38·창성건설)의 어머니 이회갑(68) 씨는 2006년 2월 아들이 당한 사고를 잊지 못한다. 충남 공주 정안에서 밤 농사를 하던 이 씨는 당시 대학 졸업을 하루 앞두고 아들 신의현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들었다. 승용차를 몰던 신의현이 반대편에서 달려온 1.5톤 트럭과 충돌하는 큰 사고를 당했다. 당시 의사는 다리 출혈이 심해 생존율로 따지면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때 어머니 이 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의사는 두 다리를 절단해야 신의현을 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신의현을 위해 어머니 이 씨는 하지 절단 동의서에 사인을 해야만 했다. 깨어난 뒤 두 다리를 잃은 걸 안 신의현은 한동안 절망 속에서 살았다. 그는 "왜 나를 살렸는지 어머니를 원망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km 좌식 경기에서 한국 신의현이 금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km 좌식 경기에서 한국 신의현이 금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12년 뒤. 어머니 이 씨는 아들 신의현이 건강하게 지내고, 패럴림픽 노르딕스키 6개 종목에 나서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지난 10일 바이애슬론 경기를 통해 현장 관전하면서 "아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처음 본다"며 떨리는 모습을 보이던 어머니는 아들의 질주에 아낌없이 응원을 보냈다.

이 씨는 지난 10일 중앙일보와 만나 "마을에서도 버스 한 대를 빌려서 많이 찾아왔다. 인심을 많이 얻긴 얻은 모양"이라면서 "마을에서 아들이 다치고나서 크게 주목받았는데, 이번엔 좋은 일로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응원을 와줬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고 웃어보였다. 이 씨는 "가슴이 벅차다. 아팠을 때 생각하면 진짜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면서 "이렇게 아들이 뛰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대견하다. 내가 시킨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자기가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의현은 그런 어머니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고 "감사하다. 남은 경기에선 꼭 금메달을 따보이겠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km 좌식 경기에서 한국 신의현이 금메달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km 좌식 경기에서 한국 신의현이 금메달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이 씨는 남편 신만균 씨, 신의현의 아내 김희선 씨와 두 아이들과 함께 아들의 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신의현은 마침내 그토록 원했던 금메달을 땄다. 17일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7.5km에서 이번 대회 6번째 종목 도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 역대 이 대회 첫 금메달이었다.

신의현은 지난해 3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부모님 덕에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평창패럴림픽 땐 꼭 부모님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보란듯이 약속을 지켰다. 신의현은 어머니를 향해 진심어린 고백도 했다. 그는 "사고 나서 어머니가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 결혼도 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면서 "이제 금메달까지 땄다. 남은 여생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아픔을 딛고 비로소 활짝 웃을 수 있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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