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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앞두고 북한 영변 경수로에선 왜 연기가 솟구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5일 촬영한 영변 경수로 사진. 굴뚝에서 불응축 가스로 보이는 증기가 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자료 디지털글로브·제인스]

지난달 25일 촬영한 영변 경수로 사진. 굴뚝에서 불응축 가스로 보이는 증기가 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자료 디지털글로브·제인스]

4월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원자로를 가동한 징후가 연이어 나타났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Jane’s)는 16일 발행한 ‘인텔리전스 리뷰(Intelligence Review)’에서 영변에 있는 실험용 경수로(ELWR)가 이르면 올해 말 “어떠한 경고도 없이(with little warning)” 가동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인스는 미국의 위성 전문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의 분석을 바탕으로 이같이 추정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온라인 매체인 38노스는 지난달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영변의 5㎿ 원자로에서 증기가 배출되고 주변에 쌓인 눈이 녹은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38노스도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가동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제인스에 따르면 지난해 영변 원자로 주변의 활동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한다. 북한은 인근 민간지역에 전력을 공급할 전력망 공사와 주변 구룡강의 물을 끌어와 냉각수로 공급하는 공사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제인스는 영변 원자로 시험 가동 준비가 완성된 것으로 평가했다. 원자로는 본격 가동에 앞서 1년 이상의 시험 가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위성사진에는 영변 원자로 굴뚝에서 가스가 새어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원자로 시설 시험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게 제인스의 분석이다. 제인스는 해당 굴뚝이 원자로에서 나오는 불응축 가스를 배출하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또 다른 위성사진에선 가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잠시 가동했다는 것으로 제인스는 풀이했다.

1일 사진엔 원자로 현관과 하역장에서 눈과 차량이 움직인 흔적이 나타났다. 이동식 중(重) 기중기 차량 한 대와 소형 트럭 한 대도 포착됐다.

영변은 북핵위기의 상징

영변은 북한의 원자력 연구소가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북핵 위기의 상징이 돼 버렸다. 북한은 이곳에 소형 연구용 원자로인 IRT-2000와 5㎿급 원자로를 설치했다. 영변의 5㎿급 원자로는 북한의 핵무기 생산용 핵물질 공급원이다.

2008년 6월 27일 오후 5시5분 북한은 영변의 냉각탑을 폭파했다. [AP·신화사]

2008년 6월 27일 오후 5시5분 북한은 영변의 냉각탑을 폭파했다. [AP·신화사]

1994년 북핵 1차 위기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활동을 막고 영변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빼내면서 불거졌다. 6자 회담이 진행하면서 북한은 2008년 6월 27일 영변 원자력 연구소의 냉각탑을 폭파했고, 당시 현장에서 많은 외국 언론인과 외교관이 지켜본 적이 있다.

제인스와 38노스가 주목한 영변의 실험용 경수는 2010년 착공해 2013년 무렵 건물 외장공사가 끝났다. 발전용량은 30㎿로 추정된다.

롭 멍크스 제인스 인텔리전스 리뷰 편집장은 “실험용 경수로가 북한이 밝힌 대로 민간용 전기 발전용 일수도 있고 핵 프로그램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CNN은 북한이 오랜 기간 핵 프로그램을 아주 야심차게 진행한 만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북핵 폐기까지는 오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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