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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엔 벚꽃 비에 프리지어 꽃향기 안겨줄 그대 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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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더,오래] 류아은의 플라워클래스(11) 

봄을 알리는 '벚꽃'. [사진 한국관광공사]

봄을 알리는 '벚꽃'. [사진 한국관광공사]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자연스럽게 따뜻한 바람을 따라 산책도 하고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봄꽃이 길가에서 바람에 몸을 맡겨 흔들리며 우리를 반겨준다. 얼었다 녹는 땅에서 자라 우리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들기에 다른 계절보다 봄에 피는 꽃이 더 반갑고 익숙하다.

봄꽃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꽃이 있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우리에게 익숙한 멜로디가 귓가에 맴도는 그 꽃. 맞다. 바로 벚꽃이다.

조선 효종 때 벚나무로 화살 만들어

이번에 다룰 첫 번째 꽃은 벚꽃이다. 벚나무의 원산지를 일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일본이 아닌 제주도임이 밝혀졌으며 이후 우리는 벚나무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게 되었다.

제주도에 선교사로 온 프랑스인 타퀘 신부가 1908년 한라산에서 왕벚나무를, 1912년에는 독일의 식물학자 퀘호네가 한라산 관음사 부근에서 왕벚나무를 각각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으므로, 제주도가 자생지란 설이 아주 유력해졌다.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일본이 아닌 제주도임이 밝혀졌다. [사진 류아은]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일본이 아닌 제주도임이 밝혀졌다. [사진 류아은]

또한 조선 효종 시기에 화살대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벚나무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 『한국 동식물도감』에 벚나무는 모두 17종으로 열거되어 있는데, 그중 한국에서 순수하게 자생하는 것이 5종이라고 한다.

벚꽃의 꽃말은 순결, 절세이다. 한 송이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은 우리의 삶과 닮았다. 젊음의 한순간을 정점으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늙어가듯, 한순간의 멋과 색감을 마음껏 뽐내는 화려한 꽃 역시 조용하고 쓸쓸하게 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벚꽃은 피어 있는 모습이 웅장하고 화려해 지역마다 벚꽃 축제를 열고 즐긴다. 봄 밤하늘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가 짧은 시간 떨어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인 꽃. 꽃잎이 유독 얇고 하나하나 흩날리듯 떨어져 꽃비가 내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또 금세 봄의 축제를 여나 싶다가 봄비가 내리면 잎만 푸르게 남는다. 잠깐 사이에 금세 사라져버리고 마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느끼는 덧없음이랄까. 우리 인생도 벚꽃과 많이 닮아있지 않나 싶다.

벚꽃은 간단한 화병꽂이(플라워플래스 화병꽂이 편 참조: [더,오래] 조화로 집 분위기 확 바꿀 스카치테이프 신공)를 이용해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벚나무 가지를 사서 집에 있는 작은 유리병 등 화병에 나눠 꽂아두면 봄 내내 집안에서도 벚꽃을 즐길 수 있다.

벚나무 가지를 집에 있는 화병에 나눠 꽂아두면 봄 내내 집안에서도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사진 류아은]

벚나무 가지를 집에 있는 화병에 나눠 꽂아두면 봄 내내 집안에서도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사진 류아은]

두 번째는 프리지어다. 꽃말은 순정, 천진난만,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이다. 프리지어의 이야기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프리지어는 숲의 님프였다. 프리지어는 아름다웠던 소년 나르시소스를 사랑하게 되는데, 내성적인 성격에 말수가 적고 부끄러움이 많던 그는 사랑하는 마음을 내색조차 하지 못한 채 혼자 애만 태웠다.

나르시소스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졌지만, 항상 먼발치에서 그의 모습만을 지켜봐야만 했다. 자만심이 강했던 나르시소스는 그녀의 사랑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르시소스가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름다워 다가가다 빠져서 죽자, 프리지어는 괴로워한 나머지 자신도 몸을 던져서 따라서 죽고 말았다. 이를 하늘에서 지켜보았던 하늘의 신은 프리지어의 순정에 감동해 그를 꽃으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첫 시작의 설렘 간직한 프리지어

순정, 천진난만,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라는 꽃말을 지닌 프리지어. [사진 류아은]

순정, 천진난만,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라는 꽃말을 지닌 프리지어. [사진 류아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꽃이 바로 프리지어다. 따뜻한 봄을 닮은 노란 개나리가 길가에 피기 시작하면, 아침저녁으로 추웠던 날씨도 하루가 다르게 포근해지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눈에 띄게 가벼워진다.

요즘은 20도 이상 올라가는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에 설레 종일 창문을 열어둔 채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또 한해를 시작하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화사하다.

3월 새 학기에 새 친구를 만날 생각에 들뜬 표정으로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운동장에 서 있던 입학식 날이 떠오른다. 긴장감과 묘한 기대감이 함께하던 그 날, 내 손도 온통 노란색이었다. 등·하굣길에 만났던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개나리와 들꽃, 그래서 졸업·입학 철이 되면 프리지어를 찾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프리지어가 아니면 노란색 꽃을 주문한다. 이렇듯 봄꽃 프리지어의 노란색은 첫 시작의 신선한 느낌을 준다. 글을 쓰는 지금도 코끝에 프리지어 향기가 스친다.

매년 봄 벚꽃과 프리지어를 마주칠 때면 언제나 설렘이 되살아난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까지. 새로운 날을 계획하고, 새로운 내 모습을 그리게 된다. 그 시작은 언제나 노란색 프리지어 한 다발을 만드는 것부터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운 프리지어. 누군가의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면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라는 멋진 꽃말을 지닌 노란 프리지어를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류아은 바움플라워 대표 baumflowers@gmail.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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