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던 이윤택 "피해자 몇 명인지 모른다" 태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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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 기자

극단 단원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의혹을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연극 연출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7일 경찰에 출석하며 "피해자들에 진심으로 사죄한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피해자가 몇 명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해 취재진에게 "사실 여부는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폭행에 대해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질문에도 옅은 웃음을 보이며 "사실 여부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이 전 감독은 '리허설'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그는 "연습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일을 당할 때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 않느냐"며 "그 준비과정을 '리허설'이다 '연습'이다 이렇게 왜곡되게 말한 것 같다"며 해명했다. '내용이 아닌 표정을 연습했다고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저에게 진심으로 말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며 반박했다.

지난달 19일 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이윤택 전 감독. [일간스포츠]

지난달 19일 연 기자회견에서 "피해당사자 분들께 죄송하다. 그분들의 상처를 위로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한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앞서 이 전 감독은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자 지난달 19일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 연희단거리패 단원 오동식이 "이윤택이 기자회견 리허설을 하자고 했다"며 기자회견이 연기와 연출로 이뤄진 것이라는 내부 폭로가 이어지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이윤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앞서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통해 피해 당시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이씨의 주거지와 경남 밀양연극촌 연희단거리패 본부를 압수수색해 이씨 휴대전화와 기록물을 확보했다.
이씨는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연극인 16명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 5일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전문] 경찰출석한 이윤택 입장 밝혀

-피해자들이 강제적인 성폭력에 대해 문제제기 제기했는데 본인은 부인한다. 입장 그대로인가?

=먼저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겠다. 사실 여부는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이 피해자는 강제적인 성폭력 당했다고 한다.
=예(웃음) 사실 여부는 경찰 조사에서 성실하게 임하겠다.

-생각하기에 피해자는 몇명인것 같냐.
=(웃으며)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나는 분들이 없냐.
=지금 저는 누가 했는지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기자회견 당시에 사전에 연습을 했다는
=제가 지금 들어가야 하거든요?

-여기(포토라인)에서 약속이 된 질문들이 있다
=예

-사전 연습했다는 의혹이 있다.
=연습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어떤 일을 당할 때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지 않습니까. 그 준비과정을 리허설이다 연습이다 이렇게 왜곡되게 말한 것 같다. 우리는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뭔가를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하려고 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내용이 아니라 표정을 연습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저보고 진심으로 말해야 한다 진실로 말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의혹 부인하지만 피해자가 여러 명이다.
=들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