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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나만의 '작은 결혼식'은 어떠세요?

중앙일보

입력

개성 있는 나만의 결혼식 '작은 결혼식' 

"벚나무 아래에서 펼쳐진 마법 같은 결혼식."
노효선(31·여)씨는 지난해 4월 15일 한 자신의 결혼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일반 예식장이 아닌 경기도 수원박물관 야외공연장에서 결혼식을 했다. 결혼식 콘셉트, 식순, 장식 등 모든 것을 남편과 기획한 '작은 결혼식'이었다.

경기 수원박물관은 2016년부터 박물관의 야외공연장을 결혼식장으로 대관해 주고 있다. 노효선씨는 지난해 이 곳에서 4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사진 독자 노효선씨]

경기 수원박물관은 2016년부터 박물관의 야외공연장을 결혼식장으로 대관해 주고 있다. 노효선씨는 지난해 이 곳에서 4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사진 독자 노효선씨]

웨딩드레스는 인터넷으로 산 6만8000원짜리 하얀 원피스를 입었다. 남편도 가지고 있던 깔끔한 정장을 예복으로 활용했다. 계단 겸 의자엔 하객들이 앉을 수 있게 시장에서 산 장당 400원짜리 하얀색 손수건을 깔았다. 한참 벚꽃이 만개할 때라 흩날리는 꽃잎들로 별다른 장식이 없어도 예쁜 결혼식이 됐다.

경기 수원박물관은 2016년부터 박물관의 야외공연장을 결혼식장으로 대관해 주고 있다. [사진 독자 노효선씨]

경기 수원박물관은 2016년부터 박물관의 야외공연장을 결혼식장으로 대관해 주고 있다. [사진 독자 노효선씨]

식비를 제외한 결혼식 비용(대관비 3만원 포함)으로 총 172만원이 들어갔다. 2000여만원이 훌쩍 넘는 일반 결혼식 비용의 10분의 1수준이다.
노씨는 "일반 예식장은 하루에도 몇번의 결혼식을 치러야 해 쫓기듯 결혼식을 해야 하는데 수원박물관 야외공연장은 그날 하루를 오롯이 우리에게 대관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만 10여 곳 넘는 작은 결혼식장 #이용객 "여유있고 개성있는 결혼식에 만족" #굿모닝 하우스·용인시청 컨벤션홀 등 인기

경기도 작은 결혼식장, 어디 있나 

허례허식을 빼고 검소하게 치르는 작은 결혼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신랑·신부가 개성 있는 아이디어로 결혼식을 꾸밀 수 있어서다. 경기도에선 이런 작은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있다. 무료 또는 적은 비용만 내면 온종일 빌릴 수 있어 눈독을 들이는 예비부부들이 많다.

경기도는 2016년부터 도지사 공관이었던 '굿모닝 하우스'를 예비 부부들의 결혼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는 2016년부터 도지사 공관이었던 '굿모닝 하우스'를 예비 부부들의 결혼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지사 관사였던 수원의 '굿모닝 하우스'다. 2016년부터 야외정원과 대연회장 등을 결혼식 공간으로 무료 개방하고 있다.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매년 상·하반기에 2차례 이용신청을 받는데 최고 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현재까지 62쌍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경기도는 2016년부터 도지사 공관이었던 '굿모닝 하우스'를 예비 부부들의 결혼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는 2016년부터 도지사 공관이었던 '굿모닝 하우스'를 예비 부부들의 결혼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지난해 5월 6일 굿모닝 하우스에서 결혼식을 한 김수미(37·여)씨는 "조용한 장소에서 파티를 겸한 간소한 결혼식을 할 곳을 찾다가 굿모닝 하우스를 알게 됐다"며 "잔디밭에 봄꽃까지 활짝 피어서 결혼식에 온 하객들도 다들 좋아했다"고 말했다.

성남시청 너른 못(야외분수)도 2012~2013년부터 무료로 예비부부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결혼 4개월 전 예약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39쌍이 결혼을 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시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한 주말과 공휴일에 대관이 가능한데 이용객의 70~80%가 봄꽃 등이 예쁘게 피는 3~4월에 신청한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는 2013년쯤부터 성남시청 너른못을 결혼식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 성남시]

경기 성남시는 2013년쯤부터 성남시청 너른못을 결혼식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 성남시]

용인시는 2007년부터 시청 안에 시민예식장(컨벤션홀)을 운영하고 있다. 평소에는 회의실로 사용하지만, 대관 요청이 들어오면 예식장으로 변한다. 신부대기실, 폐백실 등도 갖추고 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무료로 운영한다. 하루 2쌍씩 2시간 내외의 시간제한이 있다.

경기 용인시는 2007년부터 시청 안에 시민예식장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대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신식으로 리모델링도 거쳤다. [사진 용인시]

경기 용인시는 2007년부터 시청 안에 시민예식장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대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신식으로 리모델링도 거쳤다. [사진 용인시]

용인시 관계자는 "지난해 새로 리모델링까지 하면서 매년 40쌍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했다.
이 밖에도 경기 의왕시청 시민예식장, 고양시 호수공원, 수원전통문화관 등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다. 경기도는 도 홈페이지 '작은 결혼식'(클릭하면 페이지로 연결됩니다)를 통해 도내 작은 결혼식 명소를 소개하고 있다.

작은 결혼식, 쉽지 않다? 

작은 결혼식이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주로 관공서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원, 국립자연휴양림 등에서 치러지는데 다른 행사가 없는 주말에만 이용이 가능해 경쟁률이 치열하다.

경기 수원박물관은 2016년부터 박물관의 야외공연장을 결혼식장으로 대관해 주고 있다. [사진 독자 노효선씨]

경기 수원박물관은 2016년부터 박물관의 야외공연장을 결혼식장으로 대관해 주고 있다. [사진 독자 노효선씨]

해당 지역 주민이 우선인 데다 신랑·신부가 직접 결혼식장을 꾸며야 해서 품도 많이 든다. 부모님 등 주변 사람들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해 4월 15일 작은 결혼식을 한 채소라(30·여)씨도 "부모님께서 '남들처럼 결혼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설득해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20·30대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9.6%가 작은 결혼식을 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 설득(48.2%)과 적절한 장소 섭외(44.1%) 문제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 경기도 홈페이지 화면캡처]

[사진 경기도 홈페이지 화면캡처]

일부 지자체는 이용객이 없다는 이유로 예식장 대관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설 예식장들은 유행 등이 맞춰 매번 시설을 리모델링하지만, 관공서 무료 예식장은 초기 모습 그대로라 이용객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주민 복지 차원에서 시설을 개선하는 등 최소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용인·성남=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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