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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셀럽앤카]②홈런왕은 캐딜락을 몰고, 안타왕은~

중앙일보

입력

②홈런왕은 캐딜락을 몰고, 안타왕은~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호쾌하게 스윙한 뒤 넘어가는 공의 궤적을 바라보고 있다. [중앙포토]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호쾌하게 스윙한 뒤 넘어가는 공의 궤적을 바라보고 있다. [중앙포토]

 “홈런왕은 캐딜락을 몰고, 안타왕은 쉐비(포드)를 운전한다. (The home run hitter drives a Cadillac, and the single hitter drives a Chevy or Ford)”
 야구팬이 아닌 일반인도 여러번 들어봤을 문구다. 홈런왕은 고급차를 몰고, 타격왕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를 운전한다는 얘기다. 홈런왕의 위상을 잘 설명해 주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명언이다. 홈런왕 하면 한국 야구에선 이만수·장종훈·이승엽·이대호·박병호 등을 생각할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누가 뭐라 해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전설의 베이브 루스(1895~1948년)다. 이후 로저 매리스, 행크 애런, 마크 맥과이어, 배리 본즈 등이 그의 여러 가지 홈런 기록을 잇따라 깼어도 홈런왕 하면 베이브 루스다. 그는 세계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의 연봉(1919년)을 받고, 각종 광고에 출연하며 백만장자에 등극했다. 물론 알코올 중독과 방탕한 생활 때문에 말년을 상대적으로 쓸쓸하게 보냈지만 그는 한때 자동차를 46대까지 보유했다고 한다. 차량이 많다 보니 미국의 대표 고급차인 캐딜락을 당연히 보유했었다. 이따금 루스가 타던 자동차가 경매에 올랐다는 뉴스가 나온다.

베이브 루스가 자신의 캐딜락 자동차 앞에 서 있다. 명언 그대로 홈런왕은 캐딜락을 좋아했다. [CBS스포츠 캡처]

베이브 루스가 자신의 캐딜락 자동차 앞에 서 있다. 명언 그대로 홈런왕은 캐딜락을 좋아했다. [CBS스포츠 캡처]

 여기서 잠깐. 고급차의 대명사로 캐딜락이 인정받는 것은 불변의 팩트지만 이 명언에서 안타왕이 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는 포드일까, 쉐비(쉐보레)가 맞을까. 포드보다는 쉐비가 정답에 가깝다. 1900년대 초반 포드의 창업주 헨리 포드는 대량생산 방식을 채택해 만든 모델 T로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바꾸게 된다. 이에 맞서 인수·합병(M&A)을 통해 탄생한 것이 제너럴모터스(GM)다. 트럭 전문 브랜드인 GMC를 빼고 GM은 북미에서 100년 가까이 5대 브랜드로 나눠 생산했다. 이름하여 ‘캐딜락-뷰익-올즈모빌-폰티액-쉐보레’ 5각 편대로 포드에 맞섰다.
 캐딜락 브랜드로 고급 차량을 생산했고, 쉐보레(쉐비)로는 머슬카 카마로와 같은 스포츠카를 제외하곤 택시·경찰차로 쓸만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량을 만들어냈다. 반면 포드의 경우 링컨·머큐리와 같은 고급 브랜드를 별도로 두긴 했지만 쉐보레처럼 저렴한 이미지를 풍기지 않고, 다양한 라인업의 자동차를 내놨다. 포드 자동차 회사는 후두암으로 투병하던 루스의 쾌유를 위해 1947~48년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이브 루스의 날’ 행사에서 진청색 차량을 기증하기도 했다.

홈런왕도 포드를 탈 수 있다. 포드 자동차사가 암 투병중이던 베이브 루스의 쾌유를 기원하기 위해 선물한 차량이다. 수집가가 차량 앞에서 루스의 유명한 예고 홈런 세리머니를 취하고 있다. [oldcarsweekly.com 캡처]

홈런왕도 포드를 탈 수 있다. 포드 자동차사가 암 투병중이던 베이브 루스의 쾌유를 기원하기 위해 선물한 차량이다. 수집가가 차량 앞에서 루스의 유명한 예고 홈런 세리머니를 취하고 있다. [oldcarsweekly.com 캡처]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홈런왕은 캐딜락을 몰고~”는 누가 처음 한 얘기일까. 일반인뿐만 아니라 많은 야구팬은 루스가 한 말로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주인공은 또 다른 전설의 홈런왕 랠프 카이너(1922~2014년). 그는 7년 연속(1946~52년) 내셔널리그 홈런 1위를 차지한 강타자다. 그는 선수뿐만 아니라 해설가 겸 캐스터로 큰 인기를 모았는데 중계 도중 여러 명언을 만들어냈다.
 캐딜락 명언으로 이미 재미를 본 그는 “이번 타석에 잘 치는 것에 따라 캐딜락을 살 수 있느냐가 걸려 있다(Cadillacs are down at the end of the bat)”는 해설도 자주 했다. 카이너는 캐딜락을 타고다녔을까? 미국야구연구협회(SABR, 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에 따르면 카이너는 1948년 캐딜락을 구매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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