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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의 밀담] [단독] '아파치 날자 흑표 떨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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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 날자 흑표 떨어진다.’

최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논의하고 있는 한국군의 주요 무기 도입 사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런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

‘아파치’는 육군의 공격 헬기인 AH-64E 아파치 가디언이다. ‘흑표’는 육군의 차세대 주력 전차인 K2 흑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육군은 아파치를 더 사오고 흑표를 더 안 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뜻이다.

AH-64E 아파치 가디언. [사진 육군]

AH-64E 아파치 가디언. [사진 육군]

15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합참은 곧 아파치 추가 구매에 대한 긴급 소요를 제기할 계획이다. 아울러 흑표를 100여 대 더 사오는 3차 사업에 대한 소요를 취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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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 헬기 더 사고, 흑표 전차 덜 사기로 

정부 소식통은 “앞으로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그동안 관성적으로 집행하던 소요를 꼼꼼히 점검했다. 그 결과 흑표는 시급히 확보해야 할 전력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전차는 낡고 약한 데다 유사시 한ㆍ미 군의 우세한 공중 전력으로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또 다른 소식통은 “흑표의 예산을 줄여 상대적으로 필요한 군사력 건설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필요한 군사력의 하나가 바로 아파치이며 40대 안팎을 더 산다고 한다.

K2 흑표 전차 [사진 육군]

K2 흑표 전차 [사진 육군]

흑표는 2008년 개발이 끝난 전차다. 무게는 55t이며 길이는 7.5m, 넓이는 3.6m, 높이는 2.2m다. 주포는 120㎜ 55 구경장(포신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 활강포(포신 내부에 강선이 없는 포)이며 자동장전장치가 달려 탄약수가 필요 없다. 그래서 승무원은 전차장ㆍ포수ㆍ조종수 등 3명이다. 장갑과 화력, 기동성 등 성능이 고르게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한미군의 M1A2 에이브럼스에 뒤지지 않는다. 흑표의 제조 기술은 터키로 수출됐다.

육군은 당초 흑표 680여 대를 보유할 예정이었지만 대당 80억원이 넘는 가격, 육군의 과도한 확보 목표량, 이를 뒷받침할 예산 부족, 전술적 필요성에 대한 의문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물량이 줄었다. 1차(2014~2015년) 100여 대, 2차(2019~2020년) 100여 대 등 200여 대에서 그칠 예정이다.

육군은 지난해 1월 미국 보잉이 생산하는 아파치 36대를 모두 인수해 항공작전사령부 2개 대대에 배치했다. 육군의 아파치는 아파치 가운데 가장 최신형인 아파치 가디언이다. 공대지ㆍ공대공 미사일을 달고 최신의 사격통제와 각종 생존장비 등을 장착했다. 주간은 물론 야간과 전천후 작전이 가능하다. ‘현존 최고 성능의 공격헬기’라는 머리말이 붙는다.

유사시 '하늘의 탱크' 인 아파치가 더 필요

그렇다면 국방부와 합참은 왜 아파치가 흑표보다 더 필요하다고 본 것일까. 정부 소식통은 “송 장관이 강조하고 있는 공세적 작전 개념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송 장관은 한국군 주도로 최단시간 내에 최소희생으로써 전승할 수 있는 공세적 작전 개념을 세우라고 국방부와 합참에 지시했다. 지금까지 작전계획은 유사시 방어에 집중하다 미국 증원 전력이 도착하면 반격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송 장관의 공세적 작전 개념은 초기에 첨단 전력으로 적 지도부를 궤멸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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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적 작전 개념의 구체적 목표는 북한의 수도 평양을 개전 후 2~3주 안에 점령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북한의 심장부로 재빨리 들어갈 수 있는 공정ㆍ해병ㆍ기동(기계화) 등 세 종류의 부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공정부대는 수송기나 헬기로 병력과 장비를 이동한 뒤 바로 전투에 돌입할 수 있다. 미 육군의 제82 공수사단과 제101 공중강습 사단이 대표적 사례다.

미 육군 제82 공수사단의 낙하산 강하 훈련. [사진 미 육군]

미 육군 제82 공수사단의 낙하산 강하 훈련. [사진 미 육군]

아파치는 공정부대의 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군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아파치가 세계 최고로 조밀한 북한의 방공망을 뚫은 뒤 아군 헬기와 수송기를 위한 통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파치는 북한의 기갑 세력을 격멸하는 데는 탁월하겠지만, 북한의 방공망을 제압하기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공수와 공정의 차이

공수(空輸, Airlift)
공중수단을 이용하여 병력, 장비 및 물자를 이동하는 것.

공정작전(空挺作戰ㆍAirborne Operation)
전략적 또는 작전적 임무수행을 위하여 전투부대와 장비를 수송 항공기에 의하여 목표지역으로 이동시켜서 공두보를 확보한 후 제한 지상작전을 실시하는 작전. 통상 임무, 지휘, 규모, 항공기의 형태 및 용도, 근무지원에 의해서 공중기동 작전과는 구분될 수 있음.

『군사용어사전집』(합참)

※공정의 어원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공중정진부대(空中挺進部隊)의 약자이기 때문에 쓰지 말자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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