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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활비 1억 수수 인정한 MB “대북공작금으로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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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1시간의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수수 등 혐의 일부만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동 기자]

21시간의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수수 등 혐의 일부만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동 기자]

이명박(MB·77)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까지 21시간여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대북공작금) 10만 달러(1억원 상당)를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은 2011년 10월 이 전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원세훈(67·구속) 전 국가정보원장이 달러로 환전해 김 전 실장에게 전달한 자금이다. <중앙일보 1월 17일자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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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은 또 1995년 ‘서울 도곡동 땅’ 매각대금(130억원)이 들어 있던 큰형 이상은(85) 다스(DAS) 회장의 통장 계좌(약 150억원)에서 67억원가량을 인출해 사용한 사실도 시인했다고 검찰이 밝혔다.

검찰서 21시간 조사 받고 귀가 #“도곡동 땅 매각대금 중 67억원 #큰형에게 빌려 집 증개축에 사용” #소송비 대납 자료 관련 “조작” 주장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다스·도곡동 땅 등 각종 차명재산 의혹,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사실상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MB 주요 진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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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15일 “이 전 대통령이 증거를 들이밀자 특활비를 받은 사실과 67억원을 사용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특활비에 대해선 나라를 위해 썼다고 할 뿐 구체적 용처를 밝히지 않았고, 67억원과 관련해서도 ‘형인 이상은 회장에게 빌린 돈’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이 자금 수수의 불법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며 “대북공작금을 대북공작금 용도로 썼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북공작금의 용도를 구체적으로 밝히면 우리 정부의 스파이 활동 등이 모두 탄로 나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말씀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10만 달러를 여행경비로 쓴 것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국빈 방문은 숙박 등 모든 비용을 초청국에서 지불한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동안 이 돈은 김희중 전 실장을 거쳐 김윤옥 여사 측 행정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제의 67억원 중 일부가 서울 논현동 사저 증개축비용(약 40억원)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돈을 빌린 후 이자도 주지 않았고 이번에 수사팀에 차용증을 따로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아니냐”고 추궁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서울 내곡동 사저 건축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급히 기존 논현동 사저를 증개축하려고 큰형에게 돈을 빌린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도곡동 땅은 95년에 팔았는데 논현동 사저 증개축은 2012년에 이뤄졌다”며 “17년간 이 전 대통령이 자기 돈을 땅에 묻어 놨다는 이야기인가”라며 반박했다.

올 1월 영포빌딩 압수수색 과정에서 획득한 청와대 문건을 놓고서도 검찰과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이 문건들 가운데는 삼성전자가 2009년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해 줬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포함돼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해당 문건의 작성자는 김백준(79·구속)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으로 파악됐음에도 이를 비롯해 검찰이 제시한 객관적 자료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조작된 문서’라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검찰이 “다스는 MB 것”이라는 장조카 이동형(55)씨의 진술을 내세우며 차명재산 여부를 묻자 이 전 대통령은 어처구니없어 하는 표정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검사의 질문에 몇 차례 고개를 가로저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40년 넘게 봐 온 삼촌이 동형씨를 잘 알겠느냐. 고작 몇 시간 얼굴 본 검사가 잘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동형씨는 BBK 특검 직후인 2008년 4월 다스 관리이사로 입사해 2016년까지 총괄부사장으로 일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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