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월 강원·영동 지역에 폭설 집중, 왜 그럴까?

중앙일보

입력 2018.03.16 01:02

업데이트 2018.03.16 09:11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16)
강원 대부분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지난 8일 오전 강원도 평창선수촌에 세워진 대회 마스코트 '반다비' 조형물 위로 눈이 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강원 대부분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지난 8일 오전 강원도 평창선수촌에 세워진 대회 마스코트 '반다비' 조형물 위로 눈이 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달 상순(1~10일) 강원 영동 지역은 잦은 폭설로 겨울왕국으로 변했다. 봄 절기 경칩(驚蟄·3월 5일)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남녘으로부터 산수유·매화·개나리 등의 화신이 속속 답지하는 가운데 유독 이 지역만큼은 꽃샘 폭설로 몸살을 앓았다. 봄이 완연해져 만물이 생동하고 개구리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즈음에 눈이 펑펑 쏟아지다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강원 산간을 비롯한 강원 영동지역에는 하루가 멀다고 대설주의보(1일 신 적설 5㎝ 이상)와 대설경보(1일 신 적설 20㎝ 이상)가 발령됐다. 진부령과 미시령, 대관령 등지에는 툭하면 하루 30㎝ 안팎의 폭설이 내렸다. 강릉, 속초 등 강원 주요 도시에도 하루 10~20㎝의 눈 폭탄이 쏟아졌다.

강원 영동(嶺東) 지역은 한반도의 등줄기인 태백산맥의 관문 대관령을 영마루로 삼아 그 동쪽에 전개된 해안 사면이다. 강릉·동해·속초 등의 도시권과 고성·양양·명주·삼척 등의 군 지역을 품고 있다.

이번 폭설 때문에 비상이 걸린 곳이 많았다. 특히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을 주관하거나 지원하는 사람들의 속을 많이 태웠다. 개막식을 하루 앞둔 8일에도 평창 등지에 폭설이 내리자 경기장으로 가는 도로 및 경기장 주변 곳곳이 제설 작업으로 분주했다. 경찰은 폭설 교통사고 등에 대비해 갑호 비상근무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날 강원 남부 산지와 태백에는 대설경보가, 중북부 산지와 동해안 7개 시·군 평지에는 대설주의보가 각각 내려졌다.

폭설로 봄철 가뭄 해갈되기도  
3월 폭설로 강원지역 봄철 가뭄이 어느정도 해소됐다. [중앙포토]

3월 폭설로 강원지역 봄철 가뭄이 어느정도 해소됐다. [중앙포토]

3월 폭설로 고마운 일도 더러 생겼다. 우선 목을 바짝 타게 했던 강원지역 봄철 가뭄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속초시는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지난 2월 6일부터 실시했던 심야 제한급수를 29일 만인 6일 해제했다. 미세먼지 사정도 좋아졌다. 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출몰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쳐온 이 지역 산불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다.

강원 영동지역의 3월 폭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0년 3월엔 강릉과 속초에 눈 내린 날이 열흘에 달할 정도였다. 같은 달 대관령에는 총 17일이나 눈이 내렸다.

우리나라는 한겨울인 1월에는 대개 서해안을 중심으로 눈이 잦다. 하지만 봄의 길목인 2~3월로 들어서면 동해안, 특히 강원 영동지역에 눈이 많아진다. 왜 그럴까.

1월에는 시베리아의 차가운 대륙고기압 세력이 워낙 강해 중국 남부지방 등에 저기압이 형성되기 어렵다. 따라서 찬 대륙고기압이 우리나라 서쪽 지방으로 강하게 확장하면서 주로 북서풍이 분다. 이때 상공의 영하 30도를 밑도는 차가운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 수면 위를 지나면서 낮은 눈구름대가 발달한다. 이 눈구름이 북서풍을 따라 충남과 전라 서해안 지방으로 밀려와 자주 많은 눈을 뿌리게 된다.

하지만 2~3월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2월로 들어서면 따뜻한 공기가 남쪽에서부터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며 올라오기 시작한다. 북쪽의 찬 공기인 대륙고기압이 힘을 못 쓰고 만주 동쪽으로 밀려나면서 주로 북동풍이 분다. 이 바람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동해를 지나면서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게 된다.

이것이 강원 영동 폭설의 일차적 요인이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강원지역에 내린 폭설(20㎝ 이상) 중 거의 70~80%가 2~3월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백두대간의 지형적 영향도 2~3월 동해안 폭설의 이차적 요인으로 꼽힌다. 북동풍을 타고 강원 동해안으로 유입된 공기는 다량의 바다 수증기를 머금은 채 이동하다가 평균 해발고도 900m가 넘는 태백산맥에 부딪혀 강제로 상승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눈구름대가 발달해 많은 눈을 뿌리게 된다.

올해도 현실된 '통고지설(通高之雪)'
통고지설(通高之雪)은 2~3월의 북동풍과 동해, 백두대간의 지형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강원 영동지역에 폭설을 자주 몰고 오는 기상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중앙포토]

통고지설(通高之雪)은 2~3월의 북동풍과 동해, 백두대간의 지형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강원 영동지역에 폭설을 자주 몰고 오는 기상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중앙포토]

공기는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데 그럴수록 공기 중 수증기도 쉽게 포화상태에 이른다. 동해의 수증기를 가득 실은 공기가 영동지역에 줄지어 선 산맥을 타고 올라가면서 쉽게 눈구름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폭설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2~3월 이 지역 폭설과 관련해 ‘통고지설(通高之雪)’이란 말까지 생겨났을까. 예로부터 강원 영동에서도 북한 통천(通川)과 휴전선 바로 남쪽인 강원 최북동부 고성(高城) 지역의 2~3월 눈은 워낙 유명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2~3월의 북동풍과 동해 그리고 백두대간이란 지형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강원 영동지역에 폭설을 자주 몰고 오는 기상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올해도 통고지설은 어김없는 현실이 됐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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