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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MB 수사 불가능 판단, 측근 특활비 자백이 실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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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 내부에서 처음엔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MB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다스 설립자금이 MB 돈이었고(김성우 전 다스 사장), MB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를 지시했다는 진술(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더해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의 ‘MB에게 전달’ 자백까지 이어지며 혐의 입증에 단초가 제공됐다.”

검찰이 밝힌 수사 전말과 혐의 쟁점

당초 지지부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된 계기를 두고 검찰 고위 관계자가 14일 한 말이다. 과거 MB의 측근 인사들이 정호영 특검 때의 진술을 뒤집고 줄줄이 “다스는 MB의 것”이라는 취지의 자백을 하면서 혐의 입증의 동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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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20여 개 … MB 주변 100명 조사 

실제로 검찰은 지난 2일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 전 대통령을 다스 실소유주로 규정했다. 지난달 5일 김백준 전 기획관을 기소할 때도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의 주범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두고 있다. 지난 8개월간 수사에서 검찰이 캐낸 범죄 의혹은 20여 가지다. 뇌물수수의 경우 혐의액만 110억원대에 달한다.

검찰은 100명이 훌쩍 넘는 피의자·참고인을 소환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의 가족과 친인척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과 재산관리인, 최측근 인사 등이 망라됐다.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희중 전 부속실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진술은 이 전 대통령이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약 17억5000만원의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백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총 두 차례(2008년 4월, 2010년 7월)에 걸쳐 2억원씩 현금으로 총 4억원을 수수했다”고 진술했다.

차명재산 관리자 “다스는 MB 소유” 

향후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핵심 혐의 중 하나는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로 대표되는 다스 실소유주 의혹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런 의혹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복수의 진술과 정황 증거 등을 바탕으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검찰의 이 같은 판단엔 1987년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이 만들어질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설립자금을 댔다는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회사 설립 실무를 맡은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설립자금 4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현재 회사의 규모나 지분 명의와는 상관없이 회사 설립 당시 자본금을 낸 사람을 실소유주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대부기공은 2003년 사명을 다스(DAS)로 바꿨고 회사 규모도 빠른 속도로 커졌다. 약 30년 만에 연매출이 1조3000억원으로 껑충 늘어났다. 그 배경엔 현대자동차와의 안정적인 납품계약이 자리하고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와 중소기업인 다스 사이에 오랜 기간 안정적 납품계약이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을 이 전 대통령의 존재나 역할에 대한 언급 없이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재산관리인들도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대거 소환됐다. 특히 최근까지 차명재산 변동 내역을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이병모 사무국장은 검찰 조사에서 ‘키맨’으로 떠올랐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다스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고 진술했다.

110억대 뇌물, 처벌 수위 결정할 핵심 

민간 자금 불법 수수 의혹 역시 이 전 대통령의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할 핵심 혐의 중 하나다. 특히 검찰은 삼성이 다스의 변호사 비용 60억원을 대납한 사건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으로부터 수십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의혹에 대해선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우선 삼성의 변호사 비용 대납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도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삼성이 대납한 60억원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뇌물이 된다. 입증되지 않는다 해도 이 돈은 제3자 뇌물로 의율할 수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MB 측, 수사 자체가 정치공작 규정 

이 전 대통령은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 22억5000만원을 수수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이 전 회장으로부터 8억원을 받아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 측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나머지 14억5000만원 중 상당액을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MB 측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조사 결과 14억5000만원 중 3억원은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팔성 전 회장이 실제로 연임에 성공한 만큼 뇌물죄의 대가성이 입증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20여 가지 범죄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으로 일관했다. 지난 8개월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전 대통령은 김백준 전 기획관 구속 다음 날인 지난 1월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짜맞추기 식 수사,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공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14일 조사에서도 국정원 특활비 수수와 관련해선 “보고받은 적 없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선 “내 소유가 아니다”, 삼성의 다스 변호사비 대납과 관련해선 “삼성의 대납 여부는 알지 못했다”는 식으로 의혹 대부분을 부인했다.

정진우·박사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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