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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GM본사가 한국GM을 착취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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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김도년 산업부 기자

김도년 산업부 기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선 ‘제너럴모터스(GM) 군산공장 폐쇄 특별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여야 국회의원들은 이번엔 의견을 통일한 듯했다. 미국 GM 본사가 한국GM을 ‘착취’한 뒤 ‘먹튀’할 가능성을 전제하고 세부 의혹들을 규명하자는 주장이다.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본사가 한국GM에 비싼 값에 부품을 판매했다는 의혹, 둘째 본사의 고금리 대출 의혹, 셋째 본사가 부담할 연구개발비 떠넘기기 의혹이다.

회사의 자금 거래를 투명하게 파악하는 것은 한국GM의 부실 원인 규명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GM 본사가 한국GM을 “착취했다”는 논리가 성립할지는 의문이다. 현대차 해외 공장의 손실은 결국 현대차 본사의 손실인 것처럼 한국GM의 손실은 곧 미국 GM의 손실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회계상 연결돼 있다. 왼손에 있던 동전을 오른손으로 옮겼다고 오른손이 왼손을 착취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GM 사태를 바라보는 회계 전문가들은 “법적·사회적 실체와 회계적 실체를 구분하라”고 조언한다. 한국GM은 법적으론 국내법과 규제를 적용받고 지역 사회에 고용을 창출하는 한국 회사일 수 있지만, 회계상으론 미국 GM과 한 몸인 분명한 미국 회사다. 본사의 ‘갑질’이 있을 순 있어도, 자신을 착취할 수는 없는 일이다.

GM이 한국 철수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이윤 논리다. 전기차·자율주행차 투자를 선택한 GM은 한국 시장이 미래 차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인건비와 법인세 등 비용 절감 효과가 큰 나라인지도 고려할 것이다. 한국GM을 운영해도 득보다 실이 더 크다면 철수를 결정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국내 기업도 같은 기준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결정한다.

정부는 GM이 ‘돈이 되는’ 신차를 한국 공장에 배정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의 생리를 무시하고 쇄국주의적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전국에 수소 충전소만 68개가 깔리고 수소차 차량공유 서비스 생태계가 생겨나는 독일에 전 세계 수소차 제조업체들이 몰리는 것처럼,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있으면 기업은 앞다퉈 몰려들 게 된다. 한국에 미래형 자동차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고 규제를 없애는 것이 소를 잃기 전 외양간부터 고치는 일 아닐까.

김도년 산업부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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