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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장미희 '겨울여자' 무료로 볼 수 있는 보물섬 같은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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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자료가 고전적이라 해서 홈페이지도 고전적일 필요는 없죠. 세련된 플랫폼으로 한국 고전영화의 가치가 더 알려지길 바랍니다.”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만난 정책기획팀 유성관 과장이 KMDb 모바일 홈페이지를 선보이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만난 정책기획팀 유성관 과장이 KMDb 모바일 홈페이지를 선보이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국영상자료원(원장 류재림, 이하 자료원)은 영상 아카이브를 전담하는 국내 유일의 공공기관이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이곳은 영화애호가에겐 보물섬 같은 곳이다. 지하 1층에서 운영하는 시네마테크KOFA에선 고전영화 및 독립‧예술영화를 무료를, 2층 영상도서관에선 영화 관련 서적과 본편을 볼 수 있다. 숨은 보석은 자료원의 영화DB 사이트 KMDb(www.kmdb.or.kr)다. 영화 기본 자료는 물론 한국 고전영화 300여 작품의 본편을 온라인에서 무료(또는 500원)로 제공한다. KMDb와 연동되는 자료원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만 하면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영화 '겨울여자'에 나온 장미희.

영화 '겨울여자'에 나온 장미희.

KMDb는 올해 2월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했다. 다소 딱딱해 보이던 이전 홈페이지와 달리 김기영 감독 대표작 ‘하녀’의 스틸 사진을 배경으로 한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메뉴 구성도 확 바뀌어 크게 VOD, 영화 글, 한국영화사료관으로 나눴다. 개편을 총지휘한 이는 정책기획팀 유성관(45) 과장이다. 유 과장은 2004년 입사해 자료원 공식 홈페이지와 KMDb 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해 왔다.

한국영상자료원 KMDb 사이트의 첫 화면

한국영상자료원 KMDb 사이트의 첫 화면

유 과장이 말하는 이번 개편의 목표는 "일반 영화 DB 사이트를 넘어 아카이브 전문 포털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새롭게 추가된 사료관 메뉴다. 옛 한국영화 자료 상당수를 온라인에서 열람하게 했다.

KMDb의 한국영화사료관에서 볼 수 있는 과거 영화잡지들.

KMDb의 한국영화사료관에서 볼 수 있는 과거 영화잡지들.

이를테면 1950~60년대 국내 영화잡지 ‘국제 영화’ ‘영화 세계’ 등을 페이지별로 스캔해 놔 PDF로 볼 수 있다. 또 1960년대 영화 ‘오발탄’의 검열 서류 등 영화계 공문서부터 이장호 감독, 배우 문숙 등 같은 원로 영화인의 인터뷰 채록, 자료원이 펴낸 자료 총서 『신문 기사로 본 조선영화』까지 바로 볼 수 있다. “이런 자료가 자료원에 있다는 걸 영화 연구자들은 알고 있지만 일반 영화팬은 잘 모르거든요.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지방 연구자들과 영화 애호가를 위한 서비스죠.” 또 DB 메뉴도 강화해 자료원 보존고에 있는 모든 영화 자료를 알 수 있게 했다. ‘서편제’를 검색하면 OST, 보도자료, 소품으로 쓰인 북까지 나온다.
개편은 지난해 6월 시작해 반년 넘게 걸렸다. PC와 모바일 환경 모두 이용자 편의에 최적화된 페이지를 기획하는 건 그의 몫이었다. “가장 어려운 건 메뉴의 구조를 정하는 작업이었어요. 영화에 관한 자료가 한두 개 갈래가 아니니까요. 크게 내세울 자료는 전면에 배치하고 세세한 자료는 안에 넣었어요. ‘선택과 집중’을 한 거죠.”

지난 12년간 KMDb는 내실 있는 영화 자료 창고로 거듭나 왔다. 2007년부터 VOD 서비스를 론칭해 시네마테크 KOFA 기획전과 발맞춰 한국 고전영화를 선보였다. “처음엔 영화와 영화인 정보가 다였죠. 2010년부터 비평가와 기자를 모집해 비평 콘텐트를 만들었어요. 2014년엔 ‘카이에 뒤 시네마’ ‘사이트 앤 사운드’ 등 외국 잡지가 꼽은 ‘올해의 영화’ 리스트 등을 취합해 선보였고요.”

KMDb의 VOD 메뉴

KMDb의 VOD 메뉴

굵직한 개편은 회사의 방침을 따랐지만 소소한 콘텐트 기획은 대부분 그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영화 비평, 특히 독립영화 비평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게 아쉬워 직접 필자를 섭외해 글을 모았다. 영화 리스트도 마찬가지다. “영화애호가라면 각종 리스트 살펴보며 자기가 본 영화를 체크해 보고 싶거든요. 그래서인지 호응이 좋았어요. 사실 제가 그렇거든요.” 그는 "자료원이 공공기관인 만큼 공익적 차원에서 산업에서 자생하기 쉽지 않은 시네필 문화를 지원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사옥에서 만난 유성관 과장. [장진영 기자]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사옥에서 만난 유성관 과장. [장진영 기자]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전공 공부보다 영화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졸업 후엔 유통 관련 회사를 잠깐 다녔다. 그 후 그가 영화를 좋아하는 걸 잘 알던 친구의 추천으로 자료원에 입사한 게 여기까지 왔다. 틈틈이 자료원 트위터 관리도 한다. 센스 있는 트윗으로 22만 명 팔로워를 만든 관리자가 바로 유 과장이다.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KMDb 업무를 맡지 않는다”는 그는 “이용자와 직접 교류하는 트위터만은 놓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KMDb는 곱게 키워 출가시킨 자식 같아요. 한국 고전영화와 이용자를 잇는 다리가 돼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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