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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살해’ 10대 “견디기 힘들어… 가능하면 사형 내려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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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 김모양과 공범 박모양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살인, 살인방조 등 항소심 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 김모양과 공범 박모양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살인, 살인방조 등 항소심 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주범 김모(18)양이 항소심 법정에서 “살아있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12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김양을 상대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는 전문심리위원이 참관해 김양과 공범 박모(20)씨를 관찰했다.

재판에서 김양은 변호인의 추궁에 “사회에 나가면 나도 쓸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못 견디겠다”며 “차라리 저를 죽여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살아있을 수가 있겠어요”라며 “어린애한테, 가족들이 얼마나 슬프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기억도 잘 안 나고 미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양은 “항소심에서는 가능하면 사형을 내려달라”며 “너무 죽고 싶은데 죽으면 저 때문에 슬퍼할 사람이 아직 남아있어서 죽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앞서 김양은 “박씨과 새벽에 대화를 나누다 다중인격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며 “새벽에 정신이 고양되고 평소에 하지 않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몽롱한 상태에 빠지긴 하는데 박씨와 대화하기 이전에는 다중인격 증상을 호소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실처럼 착각하거나 하는 가짜 기억을 경험한다”며 “저는 사실로 기억하지만, 확답을 할 수 없는 게 정확하지 않아 어렴풋이 기억으로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김양은 “모든 것이 제 과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주변에서)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그동안 박씨가 가담한 부분이 크다고 진술한 것은 사실이지만 핑계나 자기합리화가 되는 것 같아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무서워서 잊고 싶지만 기억하라고 한다”며 “괴로워해야 마땅한 사람이지만 미칠 것 같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양은 지난해 3월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한 공원에서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인 A양(8)을 유인해 공원 인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로 구속기소 됐다.

박씨는 김양에게 어린아이를 살해해 시신 일부를 전해달라고 말하는 등 이번 사건의 범행을 지휘하고, 범행 당일 오후에 서울의 한 전철역에서 김양을 만나 살해된 A양의 시신 일부를 건네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1심은 이들이 범행 과정에서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생명경시 태도가 드러났고, 자신의 범행에 대해 반성하는지 의문이라고 판단해 검찰 구형과 같이 김양에게 징역 20년,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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