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혁 인터콘티넨탈 호텔 사장(右)이 재즈 가수 윤희정씨의 지도로 연습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재즈 가수 윤희정(53)의 지하 연습실. 마이크 앞에 선 심재혁(59) 인터콘티넨탈호텔 사장 얼굴에 난감한 빛이 어린다.
"저 그게, 제가 노래라곤 군가랑 찬송가밖에 안 해 봤잖아요. 박자가 영 낯설어서…."
"그러니까 연습해야죠. 투(two) 포(fore), 투 포! 이렇게 둘째, 넷째 박자에 점을 콕 콕 찍으세요."
도리가 없다. 전주가 흘러나오고, 심 사장의 긴장된 목소리가 다시 연습실에 울린다. 벌써 5주째 계속돼 온 일이다. 심사장은 3월 31일과 4월 1일 서울 충정로 문화일보홀에서 있을 '윤희정&프렌즈' 공연에 게스트로 초청받았다. 탤런트 조형기와 함께다.
'윤희정&프렌즈'는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정기 공연이다. 1997년 7월 시작해 벌써 10년째다. 공연에는 'I'm a jazz singer(나도 재즈 가수)'라는 코너가 있다. 연예인과 사회 저명인사가 한 명씩 출연해 각각 재즈 두 곡을 부른다. 심 사장은 'fly me to the moon'과 'Nature boy'를 선뵐 예정이다. 조형기는 'My foolish heart''It's a sin to tell a lie'를 골랐다.
윤희정은 "공연마다 테마가 있는데 이번엔 와인"이라며 "언젠가 들은 심 사장의 맛깔스러운 와인 강의가 생각나 그를 초청했다"고 했다. 심 사장은 재계에서 소문난 와인 애호가다. 재즈. 미술.식문화에도 조예가 깊다. 심 사장은 "'가문의 영광'이다 싶어 선뜻 응했는데 알고 보니 '가문의 위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엇보다 리듬을 타기가 힘들어요. 처음 한 달은 가사 외우고 분위기 익히느라 볼일 다 봤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많이 혼났죠."
심 사장은 매주 두세 차례 있은 연습에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연 날이 다가올수록 좌불안석이다. 소식을 들은 지인들의 열광적 반응도 부담이다. 친구들은 "용기가 가상타"며 턱시도까지 맞춰줬다.
반면 윤희정은 여유만만이다.
"제가 이 공연하면서 190명을 가르쳤어요. 개중엔 정말, 끝까지 재즈의 '반 음 오르내림'을 소화 못 한 분들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공연은 늘 성공적이었죠. 재즈는 마인드가 되면 반은 된 거거든요."
어렵게만 느껴지던 재즈와 가까워진 것만으로 충분하단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공연을 거쳐간 이들은 모두 재즈 애호가가 됐다. '윤희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윤사모)'까지 만들어 두 세 달에 한 번씩 공연을 보고 친목도 다진다. 김미화.강석우.옥주현.박경림.김미숙.유열.이다도시 같은 연예인부터 ㈜오뚜기 대표이사 함영준, 방송인 겸 건축가 양진석, 자생한방병원장 신준식, 마술사 이은결, 정치인 홍사덕.김상우, 영화감독 이장호 등 면면도 다양하다.
윤씨는 "디자인하우스 이영혜 대표는 떨려 못 하겠다고 난리를 치더니 막상 술 한 잔 먹고 무대에 올라선 분위기를 아주 뒤집어 놓았다"며 껄껄 웃는다.
그의 공연엔 아마추어 가수의 노래 외에 창작곡과 재즈로 편곡한 가요가 빠지지 않는다. 창작곡은 '재즈 대부'로 통하는 이판근의 곡에 윤희정이 노랫말을 붙인 것이다. 이번 공연에선 '아해야 마음껏 뛰어놀아라''쓰나미 사랑' 등 두 곡을 소개한다. 가요 중에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골랐다.
윤희정의 딸 김수연의 무대도 마련돼 있다. 2003년 여성 그룹 '버블시스터즈' 멤버로 출발한 김수연은 최근 그룹을 탈퇴,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다.
글=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바로잡습니다
3월 28일자 25면 '윤희정&프렌즈' 공연 기사 중 노래 제목이 잘못 나갔습니다. 'fry me to the moon'이 아니라 'fly me to the moo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