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의 흔적 지우기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면서 해당 시설·작품 등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서울시청은 12일 고은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기 위해 서울도서관 3층에 있는 '만인의 방'을 철거했다. 이곳은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달 말 철거 방침을 세우고 가림막을 쳐 방문객의 접근을 막아왔다. 만인의 방이 없어진 자리에는 서울광장의 역사와 연혁을 조명하는 전시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충남도청에서는 직원들이 안희정 전 지사의 흔적 지우기가 이미 진행됐다. 도청 직원들은 각 실과 사무실 벽에 설치된 안 전 지사의 도정방침이 적힌 액자를 철거했다. 또 충남도청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안 전 지사의 모든 사진이 내렸고, '도지사에게 바란다' 코너도 없앴다.
기장군청은 극단 가마골의 어린이 전용 극장 '안데르센 극장'의 계약을 해지했다. 안데르센 극장은 2020년 완공 예정인 '안데르센 동화마을' 안에 자리한 공연장으로 이윤택이 직접 작품을 연출하는 공간이다. 또 부산 동구청은 초량동 초량초등학교 옆 초량 이바구길에 있었던 이윤택의 동판을 철거했다. 부산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한 이바구길의 '인물사 담장'에 설치된 이 씨의 동판은 그의 연극 활동을 기리기 위해 2013년 설치됐다.
이 밖에도 부산경찰청은 배우 오달수를 모델로 제작해 청사 앞, 해운대해수욕장, 부산역 앞에 설치한 그네광고판을 모두 철거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해 8월 배우 오 씨와 함께 촬영한 그네 광고판 3개를 부산경찰청 후문과 해운대해수욕장, 부산역 등 3곳에 설치했다. 또 부산교통공사는 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 역내 포토존에 있는 조재현의 얼굴에 대해 '교체 예정 중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흰색 패널로 가렸다.
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