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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계 강타한 트럼프와 포르노 배우의 '막장 드라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섹스 스캔들에 휩싸인 스테파니 클리포드와 함께 한 사진. 문제가 불거진 시점인 2006년 당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섹스 스캔들에 휩싸인 스테파니 클리포드와 함께 한 사진. 문제가 불거진 시점인 2006년 당시다.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핵 담판’ 수락과 무역상대국들에 대한 ‘관세폭탄’으로 한층 기세등등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런 그가 포르노 배우와 섹스 스캔들로 내상을 입고 있다.
상대는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스테파니 클리포드(38). 트럼프 친딸인 이방카보다 겨우 2살 많다. 클리포드의 일방적인 폭로로 촉발된 섹스 스캔들은 현재 법적 공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2006년 골프장 섹스 스캔들에 트럼프 대응 못하며 전전긍긍 #대선 당시 배우 입막음 위해 '13만 달러 지급설'…선거법 위반 논란도

흥미로운 사실은 ‘만약 거짓이라면 심각한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이번 스캔들에 트럼프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점. 심지어는 단순한 스캔들을 넘어 선거법 위반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떳떳하지 못해 제대로 대응 못하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이번 일로 트럼프는 멜라니아와 관계까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최근 백악관 참모진이 속속 떠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고립감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섹스 스캔들은 지난 2011년 클리포드의 한 매체 인터뷰에서 처음 언급됐다.
인터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2006년 7월 미 네바다주 타호 호수 인근 골프장에서 처음 만났다, 함께 골프 카트를 타고 라운딩을 하면서 친해졌다고 한다. 그로부터 며칠 뒤 트럼프는 클리포드에게 “내 호텔 방에서 함께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고, 흔쾌히 응한 클리포드는 그날 트럼프의 호텔 방을 찾았다. 두 사람의 성관계설이 제기된 시점이다.
트럼프의 세 번째 아내인 멜라니아는 막내아들 배런을 낳은 지 3개월째 된 시점이었다.

트럼프의 일탈은 지난 1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다시금’ 세상에 알려졌다. 단순한 ‘팩트(클리포드와의 성관계)’를 넘어선 보도였다. 두 사람의 섹스 스캔들을 둘러싼 ‘입막음성 로비’의 폭로였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대선 캠프의 특별정치 고문인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성관계 사실에 대한 ‘입막음’을 대가로 클리포드에게 13만 달러(1억4000만원)를 건넸다”는 내용이다. 코언이 두 사람의 옛 관계가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까 우려해 벌인 일이라는 것이다. 돈이 송금된 건 대선 12일 전인 그해 10월 27일이다.

마이클 코언 변호사. [AP=연합뉴스]

마이클 코언 변호사. [AP=연합뉴스]

트럼프 측은 발끈했다. 특히 WSJ가 지목한 코언은 “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처음엔 발뺌했지만 얼마 안돼 관련 사실 일체를 인정했다. 다만 그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돈을 건넸다. 트럼프의 돈이 아닌 내 돈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코언은 ‘클리퍼드의 것’으로 추정되는 합의 계약서를 공개했다. “트럼프와 성적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다. 문서 한켠에는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서명도 있었다.

클리포드가 공개한 계약서의 서명란. 클리포드는 서명란에 자신의 가명인 ‘페기 피터슨’을 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명인 ‘데이비드 데니슨’의 서명란은 비어 있다는 주장이다.

클리포드가 공개한 계약서의 서명란. 클리포드는 서명란에 자신의 가명인 ‘페기 피터슨’을 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명인 ‘데이비드 데니슨’의 서명란은 비어 있다는 주장이다.

급기야 코언은 법원에 중재 명령까지 신청했다. 클리포드의 발설을 막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한시적 명령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이에 클리포드 측은 “코언 변호사가 퇴임 판사로부터 발급받은 가짜 중재 명령서를 들이밀고 있다”고 반박했다.

클리포드 측은 이달 6일 트럼프 대통령과 맺은 비밀유지 계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LA법원에 제기했다. 소장에서 그는 “트럼프는 코언의 조력을 받아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하려고 공격적으로 시도했다. 대선에서 이기려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기에 관계 사실을 비공개로 한 합의 역시 무효”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약 인지 사실을 부인하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약서를 살펴보면 클리포드는 가명인 ‘페기 피터슨’에 서명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것으로 추정되는 ‘데이비드 데니슨’의 서명란은 비어 있다.
현재 클리포드는 “이젠 트럼프와의 관계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자유가 있다”며 트럼프와의 스캔들을 다룬 저서 출판까지 예고하고 있다.

법적 공방은 확산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재판에 출두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트럼프는 “선거 직전 캠프에서 현금을 건넨 것은 선거법을 위반한 행위”라며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고발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몇몇 변호사를 인용, “재판이 진행된다면 코언 변호사는 물론 트럼프까지 증언대에 설 수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트럼프 대선 캠프가 불법 지출을 했다는 증거까지 공개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잠정 보류됐던 FEC의 수사가 재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일단은 트럼프 측 출혈이 크다. 이 일을 계기로 멜라니아와의 불화설이 불거진 것이다. 올해 WSJ 보도(1월12일) 이후 멜라니아는 트럼프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었던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불참했다. 그 대신 같은달 25일 워싱턴DC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홀로 찾았다. 두 사람의 관계에 파열이 생겼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미 법률 전문가들은 성관계설 진위 여부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설을 제기하고 있다. 선거법 전문가인 리차드 한센 UC어바인대 교수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코언이 자신의 돈을 클리퍼드에게 지급했더라도 이는 지나친 금액이고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수사가 필요한 명분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미 시민단체들 역시 FEC·법무부에 코언과 클리포드의 거래가 선거자금법 위반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특별자문관 출신인 래니 데이비스 변호사은 “과거 모니카 르윈스키와 섹스 스캔들에 휘말렸던 클린턴(민주당)은 탄핵 위기까지 놓였다”며 “당시 클린턴을 비난했던 공화당원들이 트럼프에게는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매우 위선적(utter hypocrisy)인 태도”라고 비난했다.

‘세계 최고 권력자’와 포르노 배우의 낯뜨거운 성관계설이 연일 미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미국 현지에선 ‘드라마보다 더한 막장 드라마’가 연일 펼쳐지고 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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