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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드기가 옮기는 SFTS, 병원서 사람 간 감염도 11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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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옮기는 야생진드기. 사람 간에도 감염된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옮기는 야생진드기. 사람 간에도 감염된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지난해 9월 경기도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의 산소포화도(혈액 내 산소량)가 급감했다.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 의료진 3명이 급히 기도 안으로 관을 넣어 호흡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환자 혈액이 의료진 두 명의 피부에 묻었고 곧바로 닦고 소독했지만 한 명이 9일 후 열이 나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 검사 결과, SFTS 바이러스 감염이었다.

2014·2015·2017년 의료진·장례지도사 감염 #환자 혈액 외에 침방울(호흡기)로도 전파돼 #"의료진과 이송 요원 등은 보호구 착용해야" #환자 보호자·간병인도 혈액 접촉 주의 필요

야생진드기(작은소피참진드기)가 옮기는 SFTS가 국내에서 수차례 사람 간 2차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SFTS는 치사율이 30%가 넘는 위험한 감염병이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 중 치사율이 매우 높은 축에 든다.

SFTS 매개 진드기에 물리면 피부 발진이 생긴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SFTS 매개 진드기에 물리면 피부 발진이 생긴다. [사진 질병관리본부]

2016년 환자가 165명 발생했고 이 중 19명(11.5%)이 숨졌다. 지난해 환자가 272명(잠정)으로 늘었다. 질본 조사 결과 국내 병원에선 3명의 환자에게서 의료진과 장례지도사 등 11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본 이동한 과장팀은 이러한 내용의 보고서를 질본이 발행하는 '주간 건강과 질병'을 통해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9월 서울 소재 병원(4명)과 2015년 10월 강원도 내 병원(5명), 지난해 9~10월 경기도 병원(2명)에서 SFTS 환자와 접촉했다가 감염됐다. 이들은 심폐소생술ㆍ기관 삽관술 등 응급 처치에 나선 의료진이거나 숨진 환자 시신의 염습을 담당한 장례지도사였다. 중증 SFTS 환자의 사망 전후로 혈액이나 분비물과 닿은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개 발열, 피로감, 근육통 등의 증세를 호소했지만, 아예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동한 과장은 "외국에서도 사람 간 2차 감염이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진드기에 따른 감염과 달리 매우 드문 편이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지켜야 할 SFTS 예방수칙. [자료 질병관리본부]

일상에서 지켜야 할 SFTS 예방수칙. [자료 질병관리본부]

SFTS의 사람 간 전파는 손상된 피부나 점막으로 환자 혈액ㆍ체액이 닿아서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발생한 병원 내 감염 사례를 보면 비말(침방울) 등 호흡기 분비물이 영향을 미쳤다. 환자의 상태가 중증이라 몸에서 배출되는 바이러스 배출 농도가 높은 데다, 심폐소생술 등 급박한 상황에서 혈액ㆍ체액이 대거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도 2차 감염자 중에 혈액, 오염된 의류와 접촉 없이 호흡기로 감염된 사례가 나온 바 있다.

이 과장은 "SFTS가 신생 감염병이라서 연구 자료가 적긴 하지만 직접적인 혈액·체액 접촉 외에 호흡기를 통한 체액 감염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반적인 입원 상황보다는 의료진의 응급 처치 과정 등에서 제한적으로 감염이 된다"고 설명했다.

심폐소생술 훈련을 하고 있는 소방관들. 의료진이 SFTS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를 할 때에는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게 좋다. [연합뉴스]

심폐소생술 훈련을 하고 있는 소방관들. 의료진이 SFTS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를 할 때에는 마스크와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게 좋다. [연합뉴스]

질본의 SFTS 지침에 따르면 '모든 의료진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손 위생을 유지하고 적절한 개인보호장구를 입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웃 국가 일본에서도 SFTS의 병원 감염 예방을 위해 중증 환자 진료 시에 마스크ㆍ가운ㆍ장갑 등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환자 목숨이 경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장비를 제대로 갖췄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2013년 처음 국내 환자가 발생한 질병인 만큼 예방 조치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경기도에선 장갑ㆍ마스크 없이 가운만 착용하고 시신을 염습한 장례지도사가 무증상 감염되는 사례도 나왔다.

이 때문에 질본은 병원 감염 사례를 바탕으로 의료진들에게 SFTS 예방 수칙을 다시 한번 공지할 예정이다. 환자 상태가 중증이거나 호흡기 질환이 동반됐다면 고글 또는 안면보호구, 마스크, 몸통을 덮는 가운, 장갑 등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이나 기관 삽관술 등에 나설 때는 N95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숨진 환자 시신을 다룰 때도 마스크와 장갑, 고글(안면보호구), 일회용 방수 가운을 착용하는 게 좋다.

환자를 곁에서 돌보는 보호자와 간병인도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나는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환자 혈액이나 체액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 이동한 과장은 "SFTS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의료진과 환자 이송 요원, 장례시술자는 개인 보호구를 반드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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