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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끄떡없어요" 한국 최초 동하계 패럴림픽 출전 이도연

중앙일보

입력

10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좌식 6.0km에 출전한 대한민국 이도연 선수가 코스를 질주하고 있다. 평창=장진영 기자

10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좌식 6.0km에 출전한 대한민국 이도연 선수가 코스를 질주하고 있다. 평창=장진영 기자

"저 멀쩡해요. 넘어져도 금방 일어나요. 하나도 안 안파요."

10일 2018 평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6㎞ 좌식 종목에 출전한 장애인 노르딕스키 대표팀 이도연(46)은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 센터 내리막길에서 속력을 줄이지 못하고 넘어졌다. 녹아버린 눈과 스키의 마찰력이 줄어들면서 속력을 조절하지 못했다. 다리를 쓸 수 없는 이도연은 중심을 잃고 옆으로 넘어졌다. 하지만 곧바로 이내 몸을 일으켜 다시 달렸다. 기록은 26분 11초 30, 16명 중 12위였다. 그는 "창피하긴 하지만 괜찮다. 다친 데는 전혀 없다. 내일 경기도 문제없다. 대한민국 아줌마는 강하다"고 웃었다.

이도연은 1991년 사고로 척수를 다친 중도 장애인이다. 당시 19세였던 그는 건물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됐다. 장애 이후 아이들을 키우며 평범한 생활을 하던 그는 2007년 어머니의 권유로 탁구를 시작했다.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 2012년 육상 투척 종목으로 전향한 그는 창·포환·원반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2013년 핸드사이클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리우 여름 패럴림픽 로드 레이스에선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0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좌식 6.0km에 출전한 대한민국 이도연 선수가 사격을 하고 있다. 평창=장진영 기자

10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좌식 6.0km에 출전한 대한민국 이도연 선수가 사격을 하고 있다. 평창=장진영 기자

그런 이도연은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섰다. 평창에서 열리는 겨울 패럴림픽을 위해 노르딕 스키 전향을 선택한 것이다. 장애인 선수 중에선 여름과 겨울 종목을 병행하는 선수들이 많다. 핸드사이클처럼 노르딕 스키도 상체의 근육을 쓰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44살에 대한장애인체육회 신인선수가 된 이도연은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해 마침내 패럴림픽 7종목 출전권을 따냈다. 여름·겨울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한 한국 선수는 이도연이 처음이다. 비록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번 대회 경험을 토대로 2020 도쿄 패럴림픽(핸드사이클), 2022 베이징 패럴림픽(노르딕 스키)에 연속 출전하겠다는 큰 꿈도 세웠다.

16일(한국시간) 오전 2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폰탈해변 인근도로에서 여자 핸드사이클 도로레이스 경기가 열렸다. 이도연이 경기를 마치고 성적을 학인한 후 기뻐하고 있다. [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16일(한국시간) 오전 2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폰탈해변 인근도로에서 여자 핸드사이클 도로레이스 경기가 열렸다. 이도연이 경기를 마치고 성적을 학인한 후 기뻐하고 있다. [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도연이 꿈을 놓지 않고 달리는 건 세 딸을 위해서다. 이도연은 "늘 딸들과 떨어져 있지만 아이들은 날 항상 응원해줬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리우 패럴림픽 때는 출국 직전 인사를 하는 게 전부였지만 이번엔 한국에서 열리는 덕분에 직접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이도연은 "앞으로 남은 종목도 꼴찌를 도맡아하겠지만 관계없다. 딸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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