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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긴장 일으키는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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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국진의 튼튼마디 백세인생(18)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프랑스의 사상가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말을 ‘번뇌(煩惱)하는 갈대’로 바꿔도 무리가 없을 만큼 우리는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번뇌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지만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세친(世親) 선사의 유식론(唯識論)에 따르면, 가장 근본적인 번뇌는 다음의 6가지가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스트레스 유발하는 6가지 번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6가지 번뇌. 탐(貪), 진(瞋), 치(癡), 만(慢), 의(疑), 악견(惡見). [중앙포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6가지 번뇌. 탐(貪), 진(瞋), 치(癡), 만(慢), 의(疑), 악견(惡見). [중앙포토]

첫 번째는 탐(貪)입니다. 탐(貪)은 대상에 대해 집착하고 탐내는 마음을 뜻합니다.
두 번째는 진(瞋)입니다. 진(瞋)은 거슬리는 대상에 대해 성내는 마음을 뜻합니다.
세 번째는 치(癡)입니다. 치(癡)는 지혜가 부족해 사물의 이치에 어둡고 어리석은 마음을 뜻합니다.
네 번째는 만(慢)입니다. 만(慢)은 자신을 과신하고 타인을 업신여기는 마음입니다. ‘나’와 ‘남’을 차별함으로써 번뇌를 일으키게 됩니다.
다섯 번째는 의(疑)입니다. 의(疑)는 진리를 믿지 못하고 남을 의심하는 마음입니다.
여섯 번째는 악견(惡見)입니다. 악견(惡見)은 잘못된 일을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비뚤어진 마음입니다.

이와 같은 6가지 근본 번뇌는 마음의 고통을 유발하고, 마음의 고통이 지속하다 보면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킵니다. 현대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으로 작용하는 기전이 되는 것이죠.

스트레스는 따뜻한 봄날 햇볕을 만끽하며 풀숲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뱀을 밟고 놀라서 온몸이 긴장된 상태를 상상하면 되겠습니다. 물에 젖은 옷가지들이 걸쳐져 팽팽해진 빨랫줄, 강풍에 부대끼는 방패연의 연줄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의 어원은 ‘팽팽하게 조인다’라는 뜻의 라틴어 ‘stringer’에서 유래합니다. 이때 뱀은 ‘스트레스 유발인자’가 되고, 심하게 긴장된 몸 상태는 ‘스트레스 반응’이 됩니다.

그런데 내 몸에서 나타난 스트레스 반응을 가만히 살펴보니, 그렇게 나쁘게만 여겨지지는 않네요. 만일 뱀을 밟고도 긴장하지 않고 ‘음 뱀을 밟았군. 이제 어떻게 해야지. 뱀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말해볼까?’ 라고 생각한다면, 그 궁리가 끝나기 전에 물려버릴 겁니다. 놀라서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며 혈압이 급상승하는 이유는 최단시간 내에 온몸의 근육으로 많은 양의 혈액을 공급해 강한 힘으로 번개처럼 도망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트레스 반응은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전이었던 겁니다.

현실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부담스러운 상황'은 모두 스트레스 유발인자가 되어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중앙포토]

현실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부담스러운 상황'은 모두 스트레스 유발인자가 되어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중앙포토]

현실 속에는 스트레스 유발인자가 넘쳐납니다. 예를 들면 취업 실패, 승진 탈락, 입시 불합격, 이혼, 밀린 집세, 교통체증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부담스러운 상황’은 모두 스트레스 유발인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거나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고 관용의 마음을 견지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 혹은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의 끝이 보이지 않는 반복되는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돼 오작동이 지속하면 결국 팽팽한 빨랫줄이 지쳐서 늘어지고 끊어져 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불면증, 우울증, 불안 장애, 공황장애뿐만 아니라 중풍, 암, 당뇨, 고혈압, 위장병, 심장병 등 각종 질병이 찾아옵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훌륭한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스트레스 유발인자를 인식하는 태도(態度)를 교정하는 것입니다. 불편한 일이 생길 때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는 진실을 떠올리며 사는 것이 태도 교정의 첫걸음입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스트레스 유발인자를 인식하여 태도를 교정해야 한다. [사진 freepik]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스트레스 유발인자를 인식하여 태도를 교정해야 한다. [사진 freepik]

우리가 흔히 느끼는 스트레스들은 치명적인 독을 뿜는 진짜 뱀과는 다릅니다. 스트레스는 인간 삶의 과정이라 할 수 있어 스트레스 없는 인생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스트레스를 대하는 자세는 차이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거나 승화시켜 삶의 활력으로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스트레스를 두려워하여 미리 걱정하고 근심하며 본질을 회피하려는 혹은 스트레스의 늪에 빠져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이 사회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마음먹기에 따라 가벼워지기도 하고 반대로 과장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밀려온 스트레스를 부정적으로 과장하면, 그 상황은 쉽게 심각해지면서 오작동이 지속하는 만성적 스트레스로 진행됩니다.

스트레스는 '진짜 뱀' 아니다

마차를 끄는 마부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이용해 당나귀를 부립니다. 채찍은 스트레스지만 당나귀를 훌륭하고 성실한 일꾼으로 바꿉니다. 봄날의 가지치기도 나무에 스트레스를 줍니다. 하지만 그해 가을이 되면 곧게 잘 자란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을 인식하는 태도를 바꾸어 긍정적인 시각만 가지더라도, 내 몸의 긴장 반응은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적당한 긴장을 주는 스트레스는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진짜 뱀’이 아닙니다.

튼튼마디한의원 수원점 김종옥 원장

튼튼마디한의원 수원점 김종옥 원장.

튼튼마디한의원 수원점 김종옥 원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 병리학회 정회원
- 형상의학회 정회원
- 약침학회 정회원

글=김종옥 튼튼마디한의원 수원점 원장 dongifam@ttjoint.com
정리=김국진 중앙일보 ‘더,오래’ 객원기자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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