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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어, 아니···휴" 기자의 A350 조종석 아찔 체험 생생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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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어...아니...휴...어렵다!!" 아찔했던 조종사 체험기

  10년 전이었습니다. 서울 강서구 오쇠동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본사의 교육센터에서 당시로써는 가장 큰 여객기인 B747-400용 시뮬레이터를 탔습니다. 교관의 설명을 듣고 한두 번 조종간을 만져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진짜 왕초보인 탓에 나름 진땀 뺀 기억이었는데요.

오랜만에 다시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아시아나항공의 협조를 얻어 항공기 시뮬레이터에 탑승했습니다. 이번에는 에어버스사의 최신기종인 A350이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도입한 에어버스사의 최신 기종인 A350. [사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도입한 에어버스사의 최신 기종인 A350. [사진 아시아나항공]

 첫 만남에서 아시아나항공의 훈련파트장 겸 A350 교관인 최현욱 기장이 우선 궁금했던 부분을 얘기해줬습니다. "A350 시뮬레이터의 가격은 약 15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가지고 있는 다른 시뮬레이터 5대의 가격을 모두 합한 것보다 비쌉니다."

 시선의 움직임에 따라 보이는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액션캠인 '고프로'를 머리에 쓰고 조종석에 앉았습니다. 보다 생생한 체험 장면을 포착하기 해서였습니다. 시뮬레이터에는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 현재 취항 중이거나 향후 5년 이내에 취항할 세계 각국의 공항 정보가 입력되어 있습니다. 원하는 공항을 고르면 실제 그 공항에 온 것처럼 주변 상황을 보면서 이륙과 착륙이 가능합니다.

시뮬레이터의 조종석. 실제 비행기 조종석과 똑같이 꾸며졌다. 창 밖으로 활주로가 보인다.

시뮬레이터의 조종석. 실제 비행기 조종석과 똑같이 꾸며졌다. 창 밖으로 활주로가 보인다.

 게다가 1년 365일을 날짜별, 시간별로 세분해서 평균 기온과 일출, 일몰 상황 등을 세세히 적용할 수 있고 천둥, 비, 눈, 바람 등 기상 조건도 다양하게 체험이 가능합니다. 무게 13t, 최장 길이 7.8m에 달하는 거대한 시뮬레이터는 조종간의 움직임에 따라 정교하게 흔들리며 상승하거나 하강해 실제 비행과 거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첨단 기능 덕에 시뮬레이터는 조종사 훈련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종사를 대상으로 정기훈련과 양성훈련을 시행하는데요.
양성훈련은 ▶입사 후 부기장이 되기 위해 하는 초기 훈련 ▶부기장 승격 후 기장이 되기 위해 실시하는 승격 훈련 ▶기종 전환 훈련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정기훈련은 조종사 자격 유지를 위해 1년에 전·후반기로 나눠서 커리큘럼에 따라 10시간 훈련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A350 시뮬레이터. 탑승하고 나면 연결해 놓은 다리를 올려서 분리한다.

A350 시뮬레이터. 탑승하고 나면 연결해 놓은 다리를 올려서 분리한다.

 실제로 조종석에 앉았더니 창밖으로 인천공항 35번 게이트가 생생하게 보였습니다. 우선 인천공항 출발로 세팅했기 때문인데요.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비행기는 물론 지상에서 오가는 차량까지 인천공항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윤상현 부기장과 함께 우선 지상 이동부터 체험했습니다. 방향 조정 스틱과 러더(발판)를 이용해 계기판의 십자 표시를 중앙에 맞춰가며 이동하는데 자꾸 한쪽으로 방향이 쏠려 애를 먹었습니다. 역시 초보자에겐 지상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이어 한 차례 활주로 이탈 사고를 일으킨 뒤 어렵게 이륙에 성공했습니다. 하늘에서는 A350의 첨단 기능 중 하나인 충돌 자동 방지 기능도 경험했습니다. 다른 항공기가 다가올 경우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동으로 고도를 조정하고 충돌 위험이 없어지면 다시 정상 고도를 회복하는 방식입니다.

 엔진에 불이 난 상황 등 다양한 긴급 상황도 겪었습니다. 물론 윤 부기장의 대처와 시범 덕입니다.

A350 시뮬레이터는 무게가 13t에 다리를 모두 올리면 최장 7.8m가량 된다.

A350 시뮬레이터는 무게가 13t에 다리를 모두 올리면 최장 7.8m가량 된다.

 승객으로서도 여전히 가장 긴장되는 게 착륙인데요. 뉴욕 JFK 공항을 설정해 착륙을 시도했습니다. 자동으로 항공기의 균형을 잡아주던 오토파일럿(AP) 기능을 끄고 직접 조종 스틱을 잡자마자 항공기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더군요. 결국 방향도, 고도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다시 한번 시도한 착륙 마저 실패했습니다.

 10년 만에 다시 한번 진땀을 빼고 나니 1시간이 흘렀더군요. "휴...아니...어어...어렵네.."를 연발했지만 그래도 짜릿한 체험이었습니다.

체험자의 시선에 따라 보이는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액션캠인 고프로를 머리에 썼다.

체험자의 시선에 따라 보이는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액션캠인 고프로를 머리에 썼다.

  조종사나 조종 훈련원생이 아닌 일반인이 시뮬레이터를 체험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유료로는 가능합니다. 국내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본사 교육센터에서 사전에 신청을 받아서 하고 있습니다. 비용이 제법 비싼 편이지만 체험 시간이 긴 편이어서 비행 경험이나 지식이 있는 고객들이 종종 신청한다고 하네요. 대한항공은 제주도에 있는 정석비행장에서 여행객을 대상으로 사전에 신청을 받아서 시뮬레이터 체험을 진행합니다. 시간은 짧지만 대신 비용이 그다지 비싸지는 않습니다. 태국 등 외국 공항에서도 일부 유사한 서비스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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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비행기를 조종해보면 좋겠지만 그럴 기회를 잡기는 어려우니 시뮬레이터 체험이라도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색다른 경험이 될 겁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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