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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부산 옛길은 멋진 문화·관광 콘텐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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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산은 도로를 뚫고 넓히는 데 치중하고 옛길을 챙기는 데 소홀했습니다. 영남대로, 범어사 옛길, 금정산길, 기장 용소 옛길, 온천천 이섭교를 거치는 좌수영길, 초량 왜관길은 훌륭한 문화·관광 콘텐트가 될 수 있습니다.”

『부산의 길』 펴낸 박창희 대표 #고대~근·현대 길 고증 거쳐 소개 #연구서에 소설 등 창작집도 발간 #사료·교육 자산에 축제 활용 가능 #30일까지 부산역서 전시회 개최

부산문화원 연합회의 지원을 받아 연구보고서 『부산의 길』자료집(391쪽)·창작집(345쪽)을 최근 발간한 박창희(57·사진) 스토리 랩 ‘수작’ 대표의 말이다. 책임연구원이었던 그는 성현무 지식문화콘텐츠연구소 ‘리멘’ 대표, 김두진 영도문화원 사무국장, 김한근 부경 근대 사료연구소장과 함께 이 책을 냈다. 그를 인터뷰했다.

범어사 스님과 동래부사들이 시문을 나눈 금정구 비석골. 동래부사 5명의 공덕비가 있다. [사진 부산문화원 연합회]

범어사 스님과 동래부사들이 시문을 나눈 금정구 비석골. 동래부사 5명의 공덕비가 있다. [사진 부산문화원 연합회]

어떻게 길을 연구하게 됐나.
“국제신문 기자로 있던 2008년부터 부산의 길을 주제로 기사를 연재했다. 2009년 부산의 둘레길인 ‘갈맷길’ 태동과 2009년 10월 사단법인 ‘걷고 싶은 부산’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갈맷길을 연구하다 보니 부산의 역사와 스토리가 살아있는 길이 많다는 걸 알고 관심을 가졌다. ”
책 발간 과정을 얘기한다면.
“문화원 연합회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작년 4월부터 준비했다. 18~19세기 조선 시대에 나온 여러 종류의 동래부지도, 그중 1872년에 나온 동래부군현지도, 18세기 해동지도 등 많은 문헌을 고증해 공동연구진이 결과물을 내놓았다.”
『부산의 길』을 발간한 박창희 대표. [사진 부산문화원 연합회]

『부산의 길』을 발간한 박창희 대표. [사진 부산문화원 연합회]

이번 연구의 의미는.
“그동안 학계에서 길을 주제로 연구한 사례는 드물다. 『부산의 길』은 고대부터 근·현대 부산에 존재한 육로·해로·항공로, 일본강점기 신작로·전찻길 등 모든 길을 조사해 길의 정의부터 유래·변천·스토리를 추적했다. 부산 길의 개괄서라 할 수 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원도심인 중·동·서·영도구가 매립되기 전 1900~40년대 해안선 원형을 찾아낸 것이다. 이를 자료집에 지도로 표시했다. 해안선 원형은 단순히 매립 전 상황을 살펴본다는 차원을 넘어 옛길 위치를 알려주고, 건축 공사나 도시재생 사업 때 지반상태 등을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
활용은 어떻게 하나.
“부산학 연구의 1차 사료로는 물론 문화·관광·교육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동안 길을 중심으로 한 제대로 된 부산학 연구 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18~19세기 동래부의 일상을 담은 그림인 ‘동래부사 왜관 행찻길’은 동래부의 복식·문화·행렬과 함께 한·일 교류사를 복원하면 좋은 축제 소재가 되지 않을까.”
자료집은 그렇다 해도 창작집은 뭔가.
“자료집에 제시한 부산의 길 30개 스토리를 작품화한 것이다. 소설 5편, 희곡·시나리오 각 3편, 웹툰 3편, 카드스토리 5편 등이 실려있다. 일반인이 부산의 길을 쉽게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게 꾸민 작품들이다.”

보고서에는 조선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옛길 10곳을 표시한 ‘부산 여지도(釜山與地圖)’도 있다. 지도에는 동래부사 왜관 행찻길, 동래~좌수영길, 기장 용소 옛길, 다대진 가는 길, 영남대로(황산도) 동래구간, 범어사 옛길 등을 설명해놓았다. 1901년경 자성대성과 주변 마을, 이섭교·세병교 같은 귀한 사진도 실려있다.

연구결과는 오는 30일까지 부산역 삼진어묵 광장점 2층에서 열리는 ‘부산의 길 콘텐츠 전시회’에서 선보인다.

2016년 말 언론사에서 퇴직해 많은 저서를 남긴 박 대표는 대학 강의 등에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치는 세상, 인간 중심의 스마트 도시’를 위해 “옛길은 역사이자 문화의 보고, 지키고 가꿔야 할 존재”라고 주장한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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