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한 여자가 미투운동을 만든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18.03.08 20:03

미투 운동을 처음 만든 미국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 [AP=연합뉴스]

미투 운동을 처음 만든 미국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 [AP=연합뉴스]

전세계 뿐 아니라 국내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 어디서 처음 시작됐을까?

2007년 처음으로 미투 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미국의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다. 버크는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미투의 기원과 최근 미투 운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미투 운동은 2006년 버크가 성폭력 희생자들을 위한 비영리 기관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버크 자신 역시 어린시절 성폭력을 경험했었다. 그는 성폭력을 경험한 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와 내가 경험한 것은 다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거의 같았다"며 "이를 들으면서 '나도 당했다'고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전했다.

버크는 "이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사과하고 싶다. 내가 한 모든 것이 그녀에 대한 사과의 표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은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수십 년에 걸친 성희롱과 성추행이 드러나면서 대중적 관심을 받게 됐다. 한 주 만에 미투 슬로건은 1200만회가 사용됐으며 2주 만에 85개국으로 전파됐다.

버크는 "최근의 미투 운동이 걱정된다"고도 말했다. 버크는 "미투 운동은 성폭력을 겪은 이들 모두를 위한 것이지 여성운동이 아니다"라며 "남자들은 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투로 인해 남녀간 장벽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는 "많은 희생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이 운동의 주요 동력이지만 케빈 스페이시의 폭력을 고발한 소년들이나 성폭력에 직면한 수백만의 남성들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배우 케빈 스페이시는 수십 년 전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등 최소 24명의 남성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수사를 받고 있다.

버크는 이 인터뷰에서 '미투의 시대에 데이트나 포옹은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냉소적인 질문에 대해 "인간은 서로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일축했다. 그는 "남자들이 이제 여자와 따로 비즈니스 미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데이터를 봤다. 남자가 여자로부터 떨어지는 게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창피함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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