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련에 빠진 中 '눈송이 소년' 왕푸만…"학교서 쫓겨났다"

중앙일보

입력 2018.03.08 18:08

업데이트 2018.03.08 18:49

중국에서 극심한 추위 속에서 등교하다가 '눈송이 소년'이 돼버린 한 소년의 사연이 13억 중국인의 마음을 울렸다. 사진은 윈난성 자오퉁시 주안산바오 마을에 사는 8살 소년 왕푸만이 눈으로 뒤덮인 모습. 이 초등학교에서 약 4.5km 떨어진 마을에 사는 그는 매일 1시간 넘게 걸어서 등교한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극심한 추위 속에서 등교하다가 '눈송이 소년'이 돼버린 한 소년의 사연이 13억 중국인의 마음을 울렸다. 사진은 윈난성 자오퉁시 주안산바오 마을에 사는 8살 소년 왕푸만이 눈으로 뒤덮인 모습. 이 초등학교에서 약 4.5km 떨어진 마을에 사는 그는 매일 1시간 넘게 걸어서 등교한다. [연합뉴스]

한겨울 등교를 하다가 눈사람이 돼 버린 사진으로 유명한 중국의 ‘눈송이 소년’ 왕푸만(王福滿·8)이 또다시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푸만이 지역의 유명 사립기숙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가 열흘 만에 쫓겨났다고 8일 전했다.

사립기숙학교에 장학생 입학…열흘만에 퇴학 당해
'류수아동' 상징, 당국 감시와 언론 취재 열기 부담
왕푸만 아버지는 '고용' 약속 믿었다가 팽 당해

윈난성 룬덴현의 산골마을에 사는 왕푸만은 원래 공립학교에 다녔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까지 왕푸만은 매일 1시간 이상을 걸어 다녔다.
지난 겨울, 맹추위에도 얇은 옷만 걸친 채 걸어서 등교하다 보니 온몸에 서리가 낀 듯 하얀 눈사람이 돼 버렸던 것이다.
담임 선생님이 그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왕푸만은 유명해졌다.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린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왕푸만은 부모가 도시로 돈을 벌러 나가서 고향에 홀로 남은 자녀를 일컫는 ‘류수아동(留守兒童)’이었기 때문이다.
농민공 아버지를 둔 왕푸만은 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았다. 가난해서 한겨울에도 얇은 옷만 걸쳐야 했던 이유다.

중국의 '눈송이 소년' 왕푸만이 열흘 간 다녔다는 윈난성 자오통시의 신화학교 교실 모습. [사진 바이두 캡처]

중국의 '눈송이 소년' 왕푸만이 열흘 간 다녔다는 윈난성 자오통시의 신화학교 교실 모습. [사진 바이두 캡처]

이런 사연이 전해지자 중국 전역에서 왕푸만을 돕겠다는 사람과 기관이 속출했다.
윈난성 남서부 자오통시의 사립기숙학교인 신화학교 역시 왕푸만을 돕겠다고 나섰다.
학비와 기숙사비를 면제해주겠다며 왕푸만을 입학시켰다.
소년은 학교생활에 매우 만족했다.
왕푸만은 “전에 다니던 학교보다 훨씬 좋다”며 “집에선 아픈 할머니가 요리를 못 하기 때문에 삶은 감자만 먹었는데 학교에선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SCMP에 말했다. 기숙학교다 보니 장시간 통근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그러나 학교 측은 왕푸만을 열흘 만에 돌연 원래 학교로 돌려보냈다. 사실상 퇴학 조치다.
이 학교 교장은 “정부와 언론의 관심이 너무 커 소년을 학교에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교육 당국이 조사를 핑계로 학교 측에 대해 여러 가지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류수아동의 민낯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보니 당국이 왕푸만을 요주의 학생으로 놓고 주시해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유명인사인 왕푸만의 학교생활에 대한 언론의 취재 경쟁도 학교 측을 피곤하게 만들었다고 신화학교 교장은 밝혔다.

왕푸만은 유명해진 뒤 후원을 받아 지난 1월 사흘간 수도 베이징을 여행했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국기게양식을 보기 위해 걸어가는 왕푸만. [사진 바이두 캡처]

왕푸만은 유명해진 뒤 후원을 받아 지난 1월 사흘간 수도 베이징을 여행했다.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국기게양식을 보기 위해 걸어가는 왕푸만. [사진 바이두 캡처]

대신 학교 측은 위로금 성격으로 왕푸만의 아버지에게 1만5000위안(약 253만원)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왕푸만의 아버지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문맹이고, 학교에서 왜 내 아들을 내보냈는지 여전히 이해 못 하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왕푸만 가족의 시련은 이뿐만 아니다.
왕푸만의 아버지는 아들이 유명해지자 원래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역의 한 회사가 일당 200위안(약 3만4000원)에 고용하겠다는 약속을 믿고서다.
하지만 해당 회사가 태도를 바꿔 왕푸만의 아버지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겠다고 일방 통보한 상태라고 SCMP는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이동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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