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의 자갈치시장, 김환기의 판잣집 … 50년대 부산 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2018.03.0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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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전쟁기 부산에는 전국에서 많은 예술가가 몰려들었으며 뜻이 맞는 작가들은 주로 다방에서 동인전을 열었다. 1950년대 부산의 고단한 삶의 풍경을 그린 장욱진의 ‘자갈치 시장’(13×18㎝, 종이에 유채, 1956, 개인소장).

한국전쟁기 부산에는 전국에서 많은 예술가가 몰려들었으며 뜻이 맞는 작가들은 주로 다방에서 동인전을 열었다. 1950년대 부산의 고단한 삶의 풍경을 그린 장욱진의 ‘자갈치 시장’(13×18㎝, 종이에 유채, 1956, 개인소장).

1950년대 한국전쟁기의 부산은 특별했다. 전쟁을 피해 임시 수도 부산으로 몰려든 지식인들과 미술가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예술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부산·경남 출신의 화가들이 타지에서 몰려든 작가들과 섞이며 자극도 받고 갈등을 빚던 시기이기도 했다. 장욱진의 ‘자갈치 시장’, 양달석의 ‘판자촌’, 김환기의 ‘판잣집’…. 당시 부산에서 작가들이 목도했던 피폐했던 풍경과 가슴에 품어야 했던 이산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마치 아물지 않는 상흔처럼 그들의 화폭에 고스란히 남았다.

부산시립미술관 20년 특별전
전쟁과 피난, 신문물의 풍경들
20~30년대 일본 작가 작품도

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오는 16일부터 두 개의 특별한 기념전을 연다. 한국전쟁 발발로 꽃 핀 부산의 미술문화를 조명하는 ‘피란수도 부산_절망 속에 핀 꽃’전과 근대 미술이 시작된 일본 강점기 때기 부산미술의 역사를 살피는 ‘모던·혼성:1928~1938’ 전이다.

‘피란수도 부산_절망 속에 핀 꽃’은 한국전쟁기에 역설적으로 꽃피웠던 예술 거점도시로서 부산을 조명한다. 누군가에게 그곳은 지독히 혼란스럽고 외로운 시기였고,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공간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그 고난의 시기에 붓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 서양화 동인들이 결성한 토벽회와 피난온 서울 화단 중심 미술인들의 추상동인 ‘신사실파’는 부산에서 서로 다른 미술을 추구했다. 미술관은 당시 부산에서 문화예술인의 집결지이자 동인전 무대이기도 했던 다방을 다시 살피는 자리도 마련했다.

김환기의 ‘판잣집’(72.5×90.3㎝, 캔버스에 유채, 1951, 개인 소장).

김환기의 ‘판잣집’(72.5×90.3㎝, 캔버스에 유채, 1951, 개인 소장).

‘모던, 혼성:1928~1938’은 통해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활동했던 일본 작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부산 지역에서 최초로 서양화를 시작한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소개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49점의 작품과 80여점의 자료를 통해 그동안 근대미술사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부산 근대미술의 시작점을 엿볼 드문 기회다. 1900년대 초반 부산은 외부 문물이 활발히 들어오던 창구였다. 1905년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잇는 부관연락선이 개통되면서 많은 일본인이 부산으로 밀려들어 왔고, 이들 중엔 화가들도 많았다. 이를테면 안도 요시시게(1888~1967)는 일본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악기상을 운영하던 부모를 따라 부산에 머물며 부산 풍경 그림을 많이 남겼는데, 특히 세심한 관찰력으로 시장 풍경을 생생하게 그린 그림을 많이 남겼다.

또 다른 한편엔 일본에서 그림 공부를 하고 돌아오거나 유학생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서양화 작업을 시작한 한국 작가들이 있었다. 임응구(1907~1994)와 우신출(1911~1992), 김종식(1918~1988) 등이다. 부산 최초의 서양화가로 꼽히는 임응구(1907~1994)는 28년 도쿄미술학교에서 그림 공부를 하고 돌아왔고, 우신출은 33년 열린 임응구의 개인전을 보고 그에게 개인 지도를 청하며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미술관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김종식(1918~1988)은 5월 25일 시작하는 ‘부산의 작고 작가, 김종식 전’을 통해 별도로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김선희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소외돼 있거나 등한시됐던 부분을 드러내는데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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