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梁吉承)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한 '몰래 카메라'촬영지시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김도훈(金度勳.37) 전 검사가 4일 석방됐다.
金전검사는 교도소 문을 나서면서 중국시인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와 청마 유치환의 시 '석굴암 대불'의 일부 구절을 낭독하는 것으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굴원은 초나라 회왕을 돕다가 정적들의 모함으로 추방당한 뒤 울분을 참지 못해 스스로 멱라수에 몸을 던졌던 중국 전국시대의 시인이자 정치인. 金전검사는 어부사 마지막 구절인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이란 내용을 읽어 내렸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을 것이고, 그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을 것이다'라는 뜻인데 '세상이 맑고 깨끗하면 벼슬길에 나갈 것이고, 세상이 탁하면 발을 씻고 떠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金전검사는 '흐린 물'이 검찰을 지칭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냥 내 심정을 밝힌 것"이라고만 했다.
그는 또 '석굴암 대불' 중에서는 '목놓아 터뜨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 돌로 눈감고 앉았노니'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한편 법원 측이 金전검사를 '기소 전 보석'으로 석방함에 따라 검찰은 많은 부담을 안게 됐다.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혐의내용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강조한 검찰보다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변호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검찰을 공격한다.
4일 현재 청주지검은 金전검사와 나머지 관련자들의 진술 가운데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보완수사를 마무리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전검사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지만 뇌물수수 등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청주지검 추유엽 차장검사는 "金전검사가 석방돼 아쉽지만 추가 기소할 내용이 있다"고 말해 관심을 자아냈다.
金전검사가 교도소 문을 나서면서 "수사외압과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50.구속)씨의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대해 추후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힌 부분도 상황 전개에 따라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청주=안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