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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술가들 "예술계 특수성 반영한 성폭력 대책 마련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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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앞에서 열린 예술계 성폭력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성문화예술인연합 대표자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앞에서 열린 예술계 성폭력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성문화예술인연합 대표자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계 여성 예술가들이 정부에 예술계 특수성을 반영한 성폭력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여성문화예술연합은 7일 오전 서울 통의동의 한 카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성 중심적 예술 카르텔을 공고히하고 예술 교육 구조를 방관한 정부가 그 책임을 통감하고 예술계 성폭력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문화예술연합은 지난 2016년 '#00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이후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해결하고자 지난해 1월 조직됐다. 미술·문학·사진·출판·디자인·전시 기획·영화계 등 총 7개 분야의 9개 단체가 참여했다.

연합은 "지난해 2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를 만나 예술계 특수성을 반영한 성폭력 방지 정책을 시행하라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예산이 없다''문체부에서는 그 일을 할 근거가 없다' 등 회피적인 답변들로 일관했다"며 "국가의 소극적인 대처로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자들은 지난 한 해 동안 고통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사회를 맡은 박은선 여성문화예술연합 정책팀장은 "지금도 미투 운동자들의 이후가 상당히 걱정되는 상황이다"며 "미투 고발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후 사회가 어떻게 이들을 책임져줄 수 있는지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앞에서 열린 예술계 성폭력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성문화예술인연합 대표자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앞에서 열린 예술계 성폭력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성문화예술인연합 대표자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처벌 받은 가해자들이 어떻게 돌아올지'에 핵심을 찍었다. 전유진 AWA(여성예술인연대) 작가는 "예술계 성폭력 사건의 경우 다른 성폭력과는 다르게 가해자 1명에 많게는 30명까지 피해자가 발생한다. 한 사람이 선생이기도, 심사위원이기도, 선배이기도 하다. 평생에 걸쳐 권력자의 영향력 아래에 있게 되는 것이다"며 "과거에 문제가 됐던 이들이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예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아무렇지 않은 컴백'에 제약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술계 내 성폭력 피해자·연대자들의 목소리를 모은 책 『참고문헌 없음』 제작에 참여했던 이성미 시인은 미성년자 학생들을 수차례 성폭행·성희롱한 혐의로 6일 항소심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시인 배용제(54)씨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 시인은 "시인이 교사로 재직하는 문창과 같은 경우 백일장 입상이 입시에 영향을 미치고, 백일장 출전권을 갖고 있는 강사의 요구에 대응하기 힘든 환경이다"며 "그간 제도적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스스로 나오고 후원자들이 돈을 보태 법정 싸움을 이겨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에술계는 반성폭력 정책의 사각지대였다. 성폭력 예방교육은 물론 실태조사도 없었으며 신고 창구도, 그것을 조사하고 해결할 기구도, 가해자에 대한 비사법적 제재 방안도 없었다"며 "여성가족부가 예술계 성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한 해결 시스템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정현백 여가부 장관과 만나 문화예술계 성폭력 방지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홍상지·김정연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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