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등 남북 합의내용에 쉿!
정부가 4월 말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골자로 하는 대북 특사단의 성과를 널리 알리는 분위기와 달리 북한은 7일 오전까지 남북의 합의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3면에 남조선대통령 특사단이 평양을 출발했다는 단신성 기사가 전부다. 신문은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비행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숙소에서 배웅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지난 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특사단을 접견하고 만찬을 주관했다는 내용을 전날 신문 1면과 2면에 실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합의문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면 결심할 수 없는, 북한 내부적으로도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아무리 김정은의 결심이 법보다 위에 있는 북한이라도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해 오던 북한이 갑자기 비핵화를 언급할 경우 군부나, 주민들의 충격을 우려한 게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익명을 원한 전직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6일 오전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했다는 내용과 오후에 ‘민감한 내용을 논의했다’고 언론에 공개했다”며 “북한 입장에선 큰 문제를 이미 보도한 만큼 세세한 내용까지 알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전날 노동신문 등에서 “남북 수뇌상봉(정상회담)”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특사가 공개한 남북한의 합의 내용은 한국 여론과 미국 설득용으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북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는 했지만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국내 반발을 잠재우고, 미국을 설득하는 데 이용하기 위해 한국 측에서만 발표하기로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합의서가 아니라 강제성이 덜한 언론보도문 형식으로 정부가 밝힌 것도 이런 분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특사단에 비핵화 의지 밝히고도 #언론에는 "핵보유 정당, 시비거리 없어"
이런 가운데 특사단에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 북한은 이날 “조선의 핵 보유는 정당하며 시빗거리로 될 수 없다”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개인필명(이학남)의 논설에서 “미국의 핵위협공갈책동에 대처해 취한 우리(북한)의 핵 억제력 강화조치는 정정당당하다”며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적인핵 강국인 공화국(북한)은 앞으로도 그 누가 뭐라고 하든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 인류의 미래를 위해 병진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굳건히 수호해나갈 것”이라 주장했다. 일각에선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기싸움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은 이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미국을 향해 저속한 표현을 하며 비난했지만 이날은 “미국의 위협에서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는 점은 달라진 점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