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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불려가는 5번째 전직 대통령 … MB 측 “당당히 출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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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MB·76)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정호영 특별검사팀(BBK 특검)의 조사를 받은 이후 10년 만에 검찰 수사를 다시 받게 됐다. 수사 강도는 10년 전 BBK 특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선인 시절 방문조사 형식으로 이뤄졌던 특검 수사와 달리 이번에는 서울중앙지검에 직접 출두해야 한다.

100억대 뇌물수수가 핵심 혐의

이번 소환 조사는 ‘BBK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인 장용훈 옵셔널캐피탈 대표가 지난해 10월 13일 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141일 만이다. 검찰은 올 1월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여러 물증과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선 “다스(DAS)와 서울 도곡동 땅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것”이란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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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BBK 특검 땐 방문조사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소환 조사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삼성전자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등 주요 의혹을 한꺼번에 추궁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45·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특수2부(부장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가 번갈아 조사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선 도곡동 땅이 차명재산이라는 것부터 밝혀내야 하고, 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선 김경준씨와 동업했다는 의혹을 받는 2001년 BBK를 물어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핵심 혐의는 뇌물수수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의 액수는 계속 늘어났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액수가 60억원 수준까지 늘어나고,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성동조선해양 등에서 받아 전달했다는 돈 22억5000만원이 추가됐다. 검찰은 최근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신 내주기 시작한 시점을 2007년 11월로 파악, 총 대납액수를 기존 370만 달러(약 45억원)에서 500만 달러(약 60억원)로 늘려 잡았다.

수사팀 “여러 차례 소환은 안 할 것” 

당초 수사팀은 미국 법무법인(로펌) 에이킨 검프가 다스의 현지 소송을 맡은 2009년 3월부터 삼성전자가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한 것으로 봤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이 썼다는 의혹을 받는 국정원 특수활동비(17억5000만원)를 더하면 산술적으로 뇌물 혐의 수수액은 100억원 안팎이 된다.

국정원 특활비(대북공작금) 전용 의혹 사건의 경우 검찰은 지난달 5일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일찌감치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도운 ‘방조범’으로 적시했다. 이에 더해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이 이 전 대통령 측에 공천 헌금을 건넸다는 의혹, 대보그룹이 돈을 건넸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6일 이 전 대통령의 둘째 형 이상득(83) 전 의원을 불법자금 8억원 수수 혐의로 7일 소환한다고 밝혔다.

다스·도곡동땅 MB 것인지 다툴 듯 

직권남용도 주요 혐의다. 검찰 수사팀이 영포빌딩의 다스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BH(청와대)’ 문건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11년 다스가 BBK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140억원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권력기관을 동원했다는 게 사실로 확인되면 이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이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였던 2008년 미국 영주권자로 다스 법률대리인을 지낸 김재수씨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로 임명한 일 또한 여전히 논란거리다. 직권남용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으로 아직 처벌 기한이 남아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역시 이 전 대통령을 옥죄는 부분이다. 지난달 영포빌딩 압수수색 때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임기 중 작성된 청와대 문건 상당수를 발견했다고 한다. 김백준 전 기획관이 다스 소송비 대납을 언급하는 대화록, 소송비 관련 내용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VIP 보고’ 문건 등이다.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고 유출·은닉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더해 다스·도곡동 땅 등이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소유로 밝혀진다면 공직자윤리법·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다만 이들 혐의는 공소시효가 각각 5년, 6개월(선거일 이후)로 이미 끝났다.

MB 측 “방어 자료·논리 준비됐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을 피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굳혔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혐의에 대해 방어할 수 있는 자료와 논리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당당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네 번째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전직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1995년 ‘12·12 및 5·18 사건’ 수사를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에 불응해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한 뒤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가 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이 전 대통령 소환 당일에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전체가 보안구역으로 설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조사 당시 검찰은 사실상 서울중앙지검 전체를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했다.

김영민·정진우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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