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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씨, 서부지검에 고소 … 형법 303조 ‘위력에 의한 간음’ 적용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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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찰이 6일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의 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사 착수 여부를 묻자 “어제 저녁 바로 조치했다”고 답했다. 2013년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됨에 따라 김씨가 주장한 내용만으로도 수사가 가능하다.

충남경찰청도 성폭행 수사 나서 #최고 징역 5년, 상습성 인정 땐 1.5배 #측근들, 피해자 압박·회유도 조사

김씨는 이날 변호인단을 통해 서울서부지검에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장윤정 변호사는 고소장을 제출한 뒤 “피해자는 이 사건이 공정하게 수사되길 바란다”며 “피해자와 가족, 지인 등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형법 303조 1항은 업무·고용 기타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범행의 상습성이 인정되면 형량이 1.5배 가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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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폭로에 따르면 성폭행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네 차례 이뤄졌다. 김씨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과 9월 스위스 출장 등 대부분 공식 출장 기간에 성폭행이 벌어졌고, 미투 운동이 확산되던 지난달 25일에도 추가 성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선 당시 안희정 캠프 홍보팀에서 일했던 김씨는 지난해 6월 안 전 지사 수행비서로 임명됐다가 이후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겼다. 김씨는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라고 하는 사람이고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안 지사에게 들었다”며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제가 원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여러 차례 성추행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사실로 드러나면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제10조) 혐의가 추가로 적용된다. 이 조항은 징역 2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김씨가 성폭행 피해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안 전 지사 측근들이 압박이나 회유를 시도했는지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씨는 “SOS를 보내기 위해 여러 번 신호를 보냈고, 눈치를 챈 한 선배가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봤는데 그때 이야기를 했었고,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인터뷰 직전 안 전 지사 측으로부터 계속 연락이 왔는데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안 전 지사의 혐의 입증은 증거상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씨는 안 전 지사의 텔레그램 대화에 성폭행 정황이 담겨 있다고 했지만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의 대화 내역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진다. 결국 수사는 상당 부분 김씨와 주변인들의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 설현천 변호사는 “안 전 지사가 6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잘못을 인정한다.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위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며 “그게 수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전 지사는 15년 전에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2002년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일하면서 기업들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아 관리했다가 이듬해 구속됐고,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충남도의회에 ‘개인 신상’을 이유로 한 A4 한 장짜리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도의회가 통지서를 접수하면서 곧바로 도지사직 사퇴가 결정됐다. 안 전 지사를 보좌하던 윤원철 정무부지사와 비서실 직원 등 이른바 ‘정무 라인’ 6명도 동반 사퇴했다. 비서직이었던 김지은씨는 안 전 지사의 사퇴와 함께 자동 퇴직 처리됐다.

홍성=신진호 기자,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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