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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부산 역사·문화를 한눈에…『부산의 길』펴낸 기자 출신 스토리텔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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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어동천이라 새겨진 바위 앞에 선 박창희 스토리랩 수작 대표.

금어동천이라 새겨진 바위 앞에 선 박창희 스토리랩 수작 대표.

“부산은 지금까지 도로를 뚫고 넓히는 데 치중한 나머지 옛길을 챙기는 데 소홀했습니다. 영남대로를 비롯한 범어사 옛길, 금정산길, 기장 용소 옛길, 이섭교를 거치는 좌수영길, 원도심의 초량 왜관길 등은 훌륭한 문화·관광 콘텐츠가 될 자원들입니다. ”

기자출신 박창희 스토리랩 ‘수작’대표 #성현무 지식문화콘텐츠연구소장 등과 함께 #옛길부터 근·현대길 망라한『부산의 길 』내 #“길을 주제로 한 보기 드문 연구 사례” 평가 #

이 같은 내용의 연구보고서(책)가 최근 발간됐다. 부산의 옛길과 근·현대 길을 망라한 『부산의 길』이다.

부산의 길 자료집 푲.

부산의 길 자료집 푲.

자료집(391쪽)과 창작집(345쪽) 두 권으로 된 이 책은 부산시문화원 연합회의 지원을 받은 박창희(57) 스토리 랩 ‘수작’ 대표가 책임연구원을 맡아 발간했다. 성현무 지식문화콘텐츠연구소 ‘리멘’ 대표, 김두진 영도문화원 사무국장, 김한근 부경근대 사료연구소장 등이 많은 힘을 보탰다. “공동연구가 있었기에 연구서가 세상에 빛을 발할 수 있었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박 대표의 얘기를 들어봤다.

범어사 옛길을 탐사하는 박창의 스토리랩 수작 대표.

범어사 옛길을 탐사하는 박창의 스토리랩 수작 대표.

어떻게 길을 연구하게 됐나.
“국제신문 기자로 있을 당시인 2008년 초부터 부산의 길을 주제로 기사를 집중적으로 연재하면서 길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9년 부산의 해안가 둘레길인 ‘갈맷길’ 태동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09년 10월에는 사단법인 ‘걷고 싶은 부산’ 창립에 기여했고 상임이사를 맡았다. 갈맷길을 연구하다 보니 부산의 역사와 스토리가 살아있는, 숨어있는 길이 많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2012년 말 『영남대로 스토리텔링』을 냈다.”
『부산의 길』은 어떻게 펴내게 됐나.
“부산시문화원 연합회의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작년 4월부터 준비했다. 18~19세기 조선 시대에 나온 여러 종류의 ‘동래부지도’, 그중 1872년에 나온 ‘동래부군현지도’,18세기 나온 ‘해동지도’, 조선 시대 중앙정부에서 낸 지도 등을 참고해 연구했다. 이들 지도에는 영남대로(황산도길) 등 부산의 옛길이 잘 나와 있다.“
부산의 길 창작집 표지

부산의 길 창작집 표지

이번 연구의 의미는.
“가끔 향토사학자들이 민간 차원에서 길을 연구한 경우는 있어도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논문 테마로 잡아 길을 연구한 사례는 드물다. 『부산의 길』은 부산에 있었던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부산에 존재했던 모든 길, 육로·해로·항공로, 일본강점기 신작로와 전찻길 등 모든 길의 기초조사를 했고, 길의 정의부터 유래·변천·스토리를 추적해 정리한 것이다. 모든 부산 길의 개괄서라 할 수 있다.”
2012년 발간한 『영남대로 스토리텔링』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영남대로 스토리텔링은 치밀한 탐사와 고증이 안 됐다.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 아쉬웠던 차에 공동연구진이 꾸려지면서 문헌 등을 고증해 이번 연구서를 냈다.”
금정구 소산역 입구의 비석. 옛길이 있었음을 보여준다.[사진 부산문화원연합회]

금정구 소산역 입구의 비석. 옛길이 있었음을 보여준다.[사진 부산문화원연합회]

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중·동·서·영도구가 매립되기 전인 1900년대 초부터 1940년대에 이르기까지 원도심의 해안선 원형을 이번에 찾아냈다. 책에 해안선 원형을 따라 옛길을 지도로 표시해놓았다. 해안선 원형은 단순히 매립 전의 상황을 살펴본다는 차원을 넘어 옛길의 위치를 알려주고, 건축 공사나 도시재생 사업 때 지반상태 등 중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부산 동구 옛 영가대(자성대) 일대 옛 해안선.[제공 부산문화원연합회]

부산 동구 옛 영가대(자성대) 일대 옛 해안선.[제공 부산문화원연합회]

연구결과는 어떻게 활용하나.
“활용할 부분이 많다. 우선 ‘부산학’ 연구의 1차 사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길을 중심으로 논의된 부산학 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사가 이뤄진 근·현대 길은 문화콘텐츠와 관광·교육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8~19세기 동래부의 일상을 담은 그림인 ‘동래부사 왜관 행찻길’을 보고 왜관 행찻길을 재현하거나 동래부의 복식·문화·행렬 방법, 한·일 교류사를 복원해 축제를 열 수 있다.”
범어사 옛길의 비석골.[사진 부산문화원연합회]

범어사 옛길의 비석골.[사진 부산문화원연합회]

부산여지도 사진.송봉근 기자

부산여지도 사진.송봉근 기자

책 말미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본뜬 ‘부산 여지도’가 있는데.
“조선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옛길 열 군데를 표시한 지도가 부산 여지도이다. 이 지도에는 동래부사 왜관 행찻길, 동래~좌수영길, 기장 용소 옛길, 다대진 가는 길, 영남대로(황산도) 동래구간, 범어사 옛길 등을 표시해놓았다. 1901년경 부산진성(자성대성)과 주변 마을·이섭교·세병교, 1890년경 부산항과 영선고개·중앙동 해안을 담은 귀한 사진도 있다.”
자료집은 그렇다 하더라도 창작집은 뭔가.
“자료집에서 제시한 부산의 길에 얽힌 30개 소재(스토리)를 추출해 작품화한 것이다. 소설 5편, 희곡·시나리오 각 3편, 웹툰 3편, 카드스토리 5편 등이 실려있다. 일반인들이 부산의 길을 쉽게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게 구성한 작품들이다.”
기장 용소 옛길의 들머리.[사진 부산문화원연합회]

기장 용소 옛길의 들머리.[사진 부산문화원연합회]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의 온천천에 있었던 이섭교(利涉橋·일명 동래 眼鏡橋)는 동래읍성에서 좌수영으로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다리다. 지금은 없어졌다. 무지개 형태의 다릿발 4개가 돌아가는 형태의 아름다운 다리다. 이섭교 사진은 공동연구한 김한근 부경 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이 제공한 것이다.

지금의 온천천에 있었던 1910년경의 이섭교.동래읍성에서 좌수영 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사진 부산문화원연합회]

지금의 온천천에 있었던 1910년경의 이섭교.동래읍성에서 좌수영 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사진 부산문화원연합회]

또 도시철도 범어사역 5번 출구에서 경동아파트를 지나 산길로 접어들면 나오는 것이 범어사 옛길인 비석골이다. 비석골에 가기 전 바위에는 금어동천(신선이 사는 동천)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동래부사와 범어사 스님들이 시문을 나누는 등 교류한 곳이다. 조금 더 올라가면 비석골이 나오는데, 역대 동래부사를 지낸 5명의 공덕비가 있다. 이 비석 덕분에 최소 1300년은 됐을 범어사 옛길을 알 수 있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부산의 길 전시회에 걸린 안내문. 황선윤 기자

부산의 길 전시회에 걸린 안내문. 황선윤 기자

박 대표는 또 “동래읍성에서 출발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역참이 소산역인데, 그곳 금정구 하정마을에 있는 두 개의 공덕비·선정비는 서울로 벼슬하러 가던 선비 등이 오가던 영남대로의 시작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남대로는 동래읍성에서 시작해 양산·밀양·대구·구미·상주·문경·충주·서울로 이어지는 옛 과거길 380㎞를 말한다. 영남대로의 동래구간(동래로)은 동래읍성에서 양산 물금읍까지다. 이 길의 부곡동에는 역참에서 관원들이 검문하던 ‘기찰’과 관아의 경비 충당 등을 위해 지급된 전답인 ‘공수전(公須田·공수물 마을)’이란 지명이 아직 남아있다.

부산의 길 전시회. 황선윤 기자

부산의 길 전시회. 황선윤 기자

부산문화원 연합회(회장 성재영)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지난 2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예정으로 부산역 삼진어묵 광장점 2층에서 ‘부산의 길 콘텐츠 전시회’를 열고 있다. 『부산의 길 』‘쇼 케이스’인 셈이다.

부산의 길 전시회. 황선윤 기자

부산의 길 전시회. 황선윤 기자

국제신문에서 30년간 기자로 활동한 뒤 2016년 말 퇴직한 박 대표는 동래구 미남 로터리 부근에 ‘스토리 랩 수작’을 열어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치는 세상, 인간 중심의 스마트 도시’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대학에서 문화콘텐츠·스토리 텔링을 주제로 강의도 한다. 길을 주제로 한 『나를 찾아 떠나는 부산 순례길 』등 많은 저서를 펴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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