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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만찬, 와인+전통주에 테이블은 서양식 세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오른쪽)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 등 특사단이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와 환담하고 있다. 2018.3.6 청와대제공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오른쪽)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 등 특사단이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와 환담하고 있다. 2018.3.6 청와대제공

김정은, 특사단 만찬 화려한 센터피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에게 5일 내놓은 만찬 테이블엔 와인과 북한 전통주로 보이는 술 3종류가 올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6일자 2면에 공개한 만찬 사진엔 참석자들이 둘러 앉은 원형 테이블 위에 와인 1병과 전통주 3병이 각 3세트 놓여 있었다. 참석자들 앞엔 물을 담는 잔 외에도 이 술을 따르기 위한 와인잔 등 유리잔이 별도로 준비됐다.

김정은은 와인 애호가로 알려져있다. 김정은과 친분이 있는 일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는 김정은이 와인 중에서도 프랑스 남부 보르도(Bordeaux) 지방의 고급 와인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평양을 방문한 후지모토에게 김정은은 만찬을 마련하면서 보르도 와인을 내놓았다고 한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며칠 전 하룻밤에 보르도 와인을 열 병이나 마셨더니 위 상태가 조금 나빠진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후지모토는 전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대북 추가 제재로 와인ㆍ시계 등의 사치품을 북한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5일 대북 특사단을 위한 김정은의 만찬 테이블엔 와인이 올라와있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 부부 뒤의 거울에 북한의 서빙 스탭이 보인다. 20180306 청와대 제공

북한 김정은 위원장 부부 뒤의 거울에 북한의 서빙 스탭이 보인다. 20180306 청와대 제공

북한은 만찬 테이블 세팅에도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특사단 5명과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북한측 7명이 모두 둘러앉을 수 있는 대형 원형 테이블에 연분홍색과 흰색 테이블보를 깔았다. 가운데에는 화려한 꽃장식이 되어 있는 센터피스를 배치해 분위기를 살렸다. 센터피스를 놓는 건 전형적인 서양식 정찬 테이블 세팅이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엔 식기도 양식으로 세팅되어 있다. 착석자 왼편엔 빵 등을 놓는 용도인 작은 접시가 놓여있고 바로 앞엔 메인 메뉴를 덜어먹는 용도의 접시가 별도로 마련돼있다. 김정은 부부 뒤편에 설치된 거울 장식엔 서빙 스탭이 음료를 준비하는 모습도 비쳤다. 서양식 코스 요리처럼 서빙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각종 공식 매체를 통해 김정은이 민족 고유의 정서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특사단 만찬은 서양식을 섞어 대접한 모양새다.

북한은 구체적 식사 메뉴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엔 해물로 보이는 메뉴도 보인다. 북한 전통주와 와인을 식전주로, 또는 식사 중에 각 요리에 맞춰 즐기는 식으로 페어링(pairing)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대북 특사단에 대해 북한이 예우를 갖춰 대접을 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만찬 소식을 따로 전하며 김정은이 “이설주 여사와 함께 (특사단)을 따뜻이 맞이했다”면서 만찬 분위기에 대해선 “시종 동포애의 정이 넘치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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