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의 어쩌다 투자] “연초 비트코인 가격 폭락, 한국의 규제책 때문 만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8.03.06 06:28

업데이트 2018.03.06 09:59

코인체크 해킹 사태 이후 다른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일본 3대 거래소인 비트포인트재팬의 오다 겐키(小田玄紀) 대표를 도쿄 롯폰기(六本木)에 위치한 비트포인트재팬 본사 사무실서 지난달 20일 만났다. 지난해 11월 비트포인트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방한했을 때 인터뷰한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참고: ‘비트코인=유사수신’ 칼 빼든 한국 정부에 일본 거래소 대표는…](http://news.joins.com/article/22158618)

[日 3대 거래소 비트포인트
오다 겐키 대표 인터뷰]
"암호화폐 투자, 과열은 불가피
본인 책임 아래서 투자해야
일본선 레버리지 투자 까다로워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 가치 커
2~3년 안에 활용성 충분히 커져 "

사무실 입구에는 일본 정부에 등록한 암호화폐 거래소임을 입증하는 등록증이 걸려 있었다. ‘가상통화교환업자 등록번호 제9호’다. 9번째로 등록한 거래소라는 의미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한쪽에 축하 화분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화분에는 ‘축 이전’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말 이곳 신축 사무실로 옮겼다. 사무실에서는 도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오다 겐키 비트포인트 대표. [사진 박상용 도쿄총국 기자]

오다 겐키 비트포인트 대표. [사진 박상용 도쿄총국 기자]

코인체크 해킹 사태 이후 일본 내 암호화폐 시장 분위기가 궁금하다. 한국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 큰 것 같다. 시장이 위축되지는 않았나.
“암호화폐(그는 가상통화라고 지칭했다) 시장은 별 변화가 없다. 일본에서는 코인체크 사태 전후로 거래량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코인체크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코인체크의 문제라는 인식이라 시장 전체의 거래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겐 코인체크 사태는 이미 끝난 일이다. 암호화폐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암호화폐는 불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더 강력하게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없나.
“약간 있다. 지갑(월렛)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보안은 제대로 돼 있는지 등 우리(비트포인트)를 포함해 암호화폐 거래소(그는 교환업자라고 표현했다)에 대한 관리 태세가 엄격해 지고 있다.”
코인체크 사태가 터지면서 일본의 거래소 등록제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 등록제가 쓸모 없는 제도인가. 어떤 점을 더 보완해야 하나.
“코인체크는 (등록 거래소가 아니라) ‘유사 가상통화교환업자’다. 작년 4월 1일 자금결제법 개정 이전에 거래소 영업을 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일정기간은 그대로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특별 규칙이다. 현재 유사 가상통화교환업자는 15개 사(코인체크 제외)가 있다. 이들에게도 예외 없이 (등록 거래소에 준하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등록하지도 않은 업체에 왜 영업을 허가했나.
“자금결제법 개정 이전부터 암호화폐 거래를 하고 있던 회사들이다. (법이 생겼다고) 갑자기 영업하지 말라고 하면, 그 거래소와 거랴하던 고객들은 어떻게 하나. 그들(유사 가상통화교환업자)의 영업을 갑자기 중단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업 허가를 한 건 금융당국의 잘못 아닌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다만, 코인체크는 제법 규모가 있는 거래소였다. 금융청(한국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해당)이 코인체크 같은 업체를 인정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를 제대로 판단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오랜 시간 유사 업체로 존재하게 놔뒀던 것은 문제다.”
등록을 마친 정식 거래소였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지 않았을까.
“등록을 마쳤다고 해도 현재 금융청이 보고 있는 건 업자가 제출한 내용이 전부다. 금융청이 한 번 거래소에 직접 들어가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본 도쿄 롯폰기에 위치한 비트포인트 사무실 입구에 걸려 있는 각종 등록증(왼쪽). 오른쪽이 암호화폐 등록 거래소임을 증명하는 '가상통화교환업자' 등록증이다. 등록번호는 9번이다. 고란 기자

일본 도쿄 롯폰기에 위치한 비트포인트 사무실 입구에 걸려 있는 각종 등록증(왼쪽). 오른쪽이 암호화폐 등록 거래소임을 증명하는 '가상통화교환업자' 등록증이다. 등록번호는 9번이다. 고란 기자

한국에서는 등록제보다 더 강력한 인가제를 도입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찬성한다. 현재 일본의 등록제는 실질적으로 인가제나 마찬가지다. 실제 내용이 인가제와 가깝기 때문에 인가제로 바꾸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암호화폐는 큰 위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제대로 인가제를 운영하는 편이 좋다. 다만, 국가가 일방적으로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기보다는 암호화폐 거래소들과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업체 하나하나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는 없으니 거래소들이 자율규제기관(그는 자주규제단체라고 표현했다)을 만들어, 금융청과 거래소 등 3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런 자율규제기관을 만들고 이를 정부가 인증해야 한다는 것인가.  
“인정자주규제단체라는 것은 사업자가 모여서 스스로 규칙을 제정하는 기관을 말한다. 주식과 외환선물(FX) 등 기타 금융시장에서는 자주규제단체가 우선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감독 당국이 관리 감독을 하는 구조라면 사업 실태에 맞게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일본에는 현재 가상통화사업자협회(仮想通貨事業者協會)와 블록체인협회(Japan Blockchain Association, JBA)라는 2개의 자주규제단체가 있다. 조만간 둘이 통합돼 인정자주규제단체가 탄생할 것 같다.”
인정자주규제단체를 통한 간접 규제보다 금융청이 직접 규제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자주규제단체는 서로의 생각을 조정해주는 역할 한다. 금융청은 감독 분야의 규제를 강화하고 싶어하지만 업자 입장에서는 어떤 규제에 대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의견을 개별 업자가 제각각 금융청에 전하기보다는 자주규제단체를 통해 정리해서 전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코인체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일본 업계나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무엇보다 거래소 경영자의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거래소 스스로 엄격하게 보안 시스템 및 관리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시스템이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자주규제단체 및 금융청이 감시해야 한다. 코인체크만이 아니라 종래부터 거래소를 운영하는 회사는 금융회사 출신보다 인터넷 벤처 출신이 많은데, 이들은 보안에 대한 개념이 약한 실정이다. 서버 구축에서부터 시스템 취약성에 대한 체크 시스템 등을 금융회사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연말ㆍ연초 한국에서 암호화폐 시장으로 투기 자금이 몰리면서 시장이 과열됐다. 시장을 진정시킬 방법이 없을까.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없다. 우리(비트포인트)는 투자자에게 ‘암호화폐 투자는 위험하다. 본인 책임 하에 투자해야 한다’는 걸 지속적으로 주지한다. 담뱃갑에 쓰여 있는 경고 문구와 비슷한 느낌이다. 암호화폐와 같이 변동성이 높은 자산이 투자가 과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에선 레버리지 거래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한국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거래를 도박 행위로 취급, 불법화했다), 일본에선 레버리지 거래에 앞서 계좌를 개설할 때 연봉이나 자산을 묻고 자산이 없는 사람은 레버리지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연말ㆍ연초 한국에서 벌어진 거래소 폐쇄 등을 포함한 강력한 규제책 시사 때문에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했다고 보나.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다. 한국만이 원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결제 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비트코인일지 아니면 다른 암호화폐일지, 혹은 아직 이 세상에 등장하지 않은 암호화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사실 지금은 비트코인보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게 훨씬 쉽고 편리하다.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흐름을 보면 비트코인은 지난 2~3년간 보급됐을 뿐이다. 앞으로 쓸 기회가 더 많아지고 휴대전화ㆍQR코드 등으로 쓸 수 있는 방법도 늘어날 것이다. ‘삑’ 갖다 대기만 해도 결제가 되는 시스템도 가능할 거다. 그런 대응은 향후 2~3년 안에 충분히 이뤄진다고 본다.”
비트포인트가 추진하는 비트코인 결제 사업은 거래 승인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수료가 비싸다는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우리 가맹점에서 우리 회원이 결제할 경우 수수료가 들지 않고 터치만으로도 1초 만에 결제가 이뤄진다. 이게 가능한 것은 우리 회원들끼리는 블록체인을 통하지 않더라도 우리 시스템 안에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우리 회원끼리만 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여러 회사가 우리 지갑 서비스를 쓰도록 해나갈 생각이다. 예를 들면, 오는 6월쯤부터는 연간 600만 명에 달하는 피치항공 회원이 우리 지갑을 쓸 수 있게 된다.”
피치항공과의 제휴가 취소됐다는 뉴스를 봤다.
“사실이 아니다. 한 번 취소됐지만 (다시 하기로 했다).”
수수료가 없으면 수익은 어디서 나오나.
“점포 측에서 결제 대금을 1% 받는다. 신용카드가 결제 수수료를 3% 받는 것에 비하면 저렴하다.”  
한국 금융당국은 모든 금융회사에 거래소는 물론이고, 모든 종류의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다.
“국가가 일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암호화폐를 완전히 금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오는 여름쯤에는 한국에도 어느 정도 (관련) 규정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암호화폐 시장 종사자로서 암호화폐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나.
“미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암호화폐의 미래는 우리 거래소가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에 따라 크게 바뀔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는 투자, 혹은 투기의 측면만 주목받고 있다. 이건 암호화폐 본래 가치의 아주 작은 부분에만 해당한다. 본래는 송금ㆍ결제ㆍ스마트콘트랙트 등 여러 측면에서 암호화폐가 활용돼야 한다. 우리(비트포인트)는 암호화폐를 통한 결제와 해외송금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는 더 다양한 국가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도쿄=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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