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집사] #1. 소문의 스타 길냥이, 강아지 덕후를 사로잡다

중앙일보

입력 2018.03.06 02:35

업데이트 2018.03.20 08:03

“공원에 예쁜 아기 고양이가 있어! 네가 보면 정말 좋아할 거야.”

모든 것은 일산에서 서울까지 흘러들어 온 소문 한 줄로부터 시작됐다. 때는 2016년 초여름. 본가의 아파트단지 공원 길에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고양이’가 나타났다는 어머니의 제보였다. 수풀 속에 숨기는 하는데 도망가진 않는다고, 너무 귀여워서 그 자리에서 30분을 지켜봤다고 했다. “사진은요?” “아! 놀아주다가 못 찍었어.” 안타깝게도 그림이 없는 제보였다.

(1) 풍문으로 들었소

그땐 사실 시큰둥했다. 예쁜 고양이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도 많은 데다, 나는 고양이보단 강아지파였기 때문이다(당시 나는 7만 명이 넘는 인스타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웰시코기 ‘백호’의 열혈 팬이었다). 공사가 다망하여 한동안 본가에 가지 못했고, 소문의 길냥이 ‘나무’를 직접 만난 건 두어 달쯤 지나서였다. 나는 나중에 이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처음 만났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여름의 끝자락이었고, 나무가 7개월쯤(추정) 나이를 먹었을 때다. 나무는 소문대로 살가웠다. 첫 만남부터 내 종아리에 몸을 비비며 주위를 맴돌았다. 보드라운 꼬리가 찰싹찰싹 내 다리를 때리는 느낌이 경쾌했다. 사람을 피하지 않는 길냥이라니. 얼굴을 볼 만큼 본 친구네 집고양이도 내가 다가가면 피하던데!

“고양이가 발밑에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야~옹한다면, 그건 삶이 당신에게 미소 짓는 거랍니다.”

터키 이스탄불의 길고양이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케디’의 대사다. 이건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

이내 알게 된 사실. 나무는 공원의 아이돌이자 ‘초통령(초딩들 사이에서 대단히 인기 있는 존재)’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길냥이 급식소(공원에 캣맘들이 마련해 둔 배식 장소)를 지날 때마다 나무를 찾아 기웃거렸다. 초등학생들은 등하굣길에 신발 주머니를 흔들며 “나무야~”를 외쳤다. 나무는 모두의 관심을 반기지 않는 듯하면서도 거부하지 않았다. 나에게 보여준 그 달콤함은 슈퍼스타의 아주 여유로운 팬서비스였던 것이다.

뒤늦게 입덕(덕후가 된다는 뜻)한 나는 모르는 게 많았다. “얘 이름이 왜 나무야?” 어느 날 초딩들에게 묻자 깜찍한 답변이 돌아왔다. “나무를 좋아해서요!” 아아, 초딩도 귀엽고 나무도 귀엽다. 더 일찍 보러 와야 했는데! 아직 만 1세도 안 됐었지만 나무의 덩치는 성묘에 가까웠다. 아깽이(아기 고양이) 시절의 나무를 아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이래서 어머니 말씀은 재깍재깍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제라도 만난 게 어딘가. 언제든 훌쩍 사라질지도 모르는 나무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나는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지런히 본가를 드나들었다.

더 어린 나무를 보지 못해 아쉬워했던 내가, 늙어가는 나무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입장이 된 것은 훨씬 더 나중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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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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