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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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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평창겨울올림픽 폐막식 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개회식 공동입장은 스포츠를 넘어서는 강력한 평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한 것”이라 평가하고 “다른 곳도 아닌 한국에서 벌어진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정치를 배제하려는 올림픽에서 ‘평화’의 정신이 강조되는 것일까. 올림픽은 출발부터 국가 간의 적대 행위 중지를 목적으로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늘 도시국가들의 전투가 있었기 때문에 일시적이나마 전쟁을 멈추기 위해 협약을 맺고 대회를 개최하였다. 각종 평화조치도 수반되었는데, 이 기간에는 올림픽 지역을 불가침 지역으로 정하고, 사면도 실시하였다. 도시국가들이 자국 선수를 보내고 타국 선수를 해치지 않는 것은 휴전 약속을 지키겠다는 표현이었고, 만약 전쟁을 도발하면 모든 참가국이 함께 제재를 가했다. 이를 가리켜 ‘올림픽 휴전’ 또는 ‘올림픽 평화’라 부른다.

19세기 말에 유럽 국가들의 전쟁 기운이 높아지자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인 쿠베르탱은 평화의 수단으로 올림픽 재건을 주창했다. 그러나 이후 100여 년간 실제로는 인종, 이념, 문화의 충돌로 인해 세계대전과 냉전 및 각종 국제 분쟁으로 얼룩졌다. 올림픽 정신은 ‘국가의 대표들이 함께 어울려 상호 존경과 우의를 다짐으로써 전쟁의 분위기를 완화시키고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올림픽 휴전의 역사성을 재현한 것, 그것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의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