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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국가대표] ① 알파인스키 양재림 앞에 고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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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로고 마스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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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 업!”

장애인 스키 국가대표 양재림 #시합 앞두고 긴장 많이 하는데 #소리가 워낙 적극적이라 큰 도움 #선수 출신 가이드 고운소리 #코스 머릿 속으로 다 외울 정도 #언니가 믿고 뛸 수 있게 돕겠다

지난달 22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 스키장.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면서 하얀 슬로프를 함께 내려왔다. 앞에서 달리던 가이드가 힘찬 목소리로 작전 지시를 하자 뒤를 따르던 선수는 그 지시에 맞춰 기문 사이를 가뿐하게 통과했다.

가이드를 의미하는 ‘G’자가 씌여진 조끼를 입은 고운소리가 내려오면서 슬로프 상태를 설명하면 양재림은 신호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우상조 기자]

가이드를 의미하는 ‘G’자가 씌여진 조끼를 입은 고운소리가 내려오면서 슬로프 상태를 설명하면 양재림은 신호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우상조 기자]

이야기의 주인공은 평창 패럴림픽 알파인 스키에 출전하는 시각장애인 국가대표 양재림(29·국민체육진흥공단)과 가이드 러너 고운소리(23·국민체육진흥공단)다. 2015년 8월부터 31개월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둘은 평창 겨울패럴림픽에서 감동의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스키 선수 양재림은 가이드 고운소리를 ‘소리’라고 부른다. ‘소리’는 양재림을 ‘언니’라고 부른다.

시각장애인 알파인 스키는 가이드가 먼저 슬로프를 내려가면서 무선장비로 시각장애인 선수게에 코스를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열린다. 가이드의 신호에 따라 선수는 자세를 낮추고(다운), 회전을 하고(턴), 활강을 위해 몸을 일으킨다(업). 선수와 가이드의 거리가 기문 2개를넘어서면 실격된다. 그래서 가이드는 수시로 뒤를 따르는 선수의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양재림(오른쪽)은 ’소리와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양재림(오른쪽)은 ’소리와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양재림이 스키를 시작한 건 5세 때였다. 태어날 때부터 체중 1.3kg에 그쳤던 그는 시력마저 잃으면서 시각장애 3급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10여 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오른쪽 눈은 조금이나마 시력을 회복했지만 왼쪽 눈은 여전히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그가 스키를 시작한 것도 균형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가 본격적으로 스키를 탄 건 2009년 대학에 입학한 뒤였다. 스키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대한장애인스키협회를 찾았다가 아예 선수로 뛰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는 2011년 2월 전국장애인 겨울체전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2014년 소치 겨울패럴림픽 때는 대회전 4위에 올랐다.

가이드인 고운소리가 양재림과 함께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건 2015년 8월부터다. 양재림을 위해 장애인스키협회는 그해 6월 가이드를 공개 모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스키를 탄 덕분에 유니버시아드 대표로도 뛰었던 고운소리는 이 소식을 듣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고운소리는 “소치 패럴림픽 당시 재림 언니의 경기 영상을 구해서 봤다. 언니를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함께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각 장애인 경기는 선수와 가이드 모두 메달을 받는다.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예쁜 목걸이(메달)을 나란히 걸자“고 다짐했다. [우상조 기자]

시각 장애인 경기는 선수와 가이드 모두 메달을 받는다.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예쁜 목걸이(메달)을 나란히 걸자“고 다짐했다. [우상조 기자]

둘은 성격이 정반대다. 양재림이 잔잔한 발라드풍 노래를 좋아한다면, 고운소리는 힙합, 댄스 음악을 즐겨듣는다. 그러나 서로 다른 스타일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재림은 “시합을 앞두고 많이 긴장하는 스타일인데 소리가 워낙 적극적이라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양재림은 고운소리와 호흡을 맞춰 2015년 8월 처음 출전한 남반구 대회에서 2관왕(회전·대회전)에 올랐다. 그러나 2016년 1월 이탈리아 월드컵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양재림이 오른쪽 무릎부상을 당하면서 선수 생활 중단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 슬로프에 서기까지는 10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친언니를 따라 대학(이화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양재림은 “패럴림픽이 끝나면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4년 전 소치 패럴림픽에서 4위에 그쳐 메달을 따지 못한 게 여전히 아쉽다는 그는 “코스는 머릿 속으로 다 외울 정도가 됐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말했다. 고운소리는 “3년 동안 착실하게 준비했다. 재림 언니가 나만 믿고 뛸 수 있도록 곁에서 돕겠다”고 했다.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평창 패럴림픽 4개 종목(회전·대회전·수퍼대회전·수퍼복합)에 도전한다.

알파인 스키 좌식 선수 한상민

알파인 스키 좌식 선수 한상민

◆알파인 스키 ‘베테랑’ 한상민=알파인 스키 좌식 부문의 ‘베테랑’ 한상민(39)도 메달 획득을 꿈꾼다.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비됐던 그는 고교 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스키에 입문했다. 그는 처음 출전했던 2002년 솔트레이크 패럴림픽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한국 겨울 패럴림픽 사상 첫 메달이었다. 2006년과 2010년 패럴림픽에도 출전했던 그는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선 휠체어 농구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던 경력도 갖고 있다.

한상민은 평창 패럴림픽을 앞두고 큰 부상을 당했다. 지난달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을 앞두고 훈련을 하다 넘어져 왼쪽 어깨를 다쳤다.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평창 패럴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2002년엔 솔트레이크에서 은메달을 땄다. 16년 만에 평창에서 영광을 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선=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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