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가는 트럼프와 두테르테”…가짜뉴스ㆍ마약문제 집착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언행이 갈수록 닮아가고 있다.
특히 국정운영에서 ‘가짜 뉴스와의 전쟁’과 ‘마약 범죄 엄벌’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테르테, 가짜뉴스 핑계 대통령궁 출입금지 조치 #트럼프, NBC “맥매스터와 불화”를 가짜뉴스로 비난 #트럼프 사석에서 “모든 마약상 사형 처해야” #두테르테 마약전쟁 재개…석달만에 100명 사살

지난해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50주년 기념 만찬에서 도널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50주년 기념 만찬에서 도널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두테르테 대통령의 명령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재개한 필리핀 경찰이 사살한 마약 범죄 용의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외신들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총 102명의 마약 범죄자가 사살됐고 1만88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두테르테가 취임한 2016년 6월 이후에는 약 4000명에 가까운 마약 범죄 용의자가 사살됐다. 자수한 마약사범만 120만명에 달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무자비한 마약사범 단속이 인권침해라는 국내외적 비난이 크게 일자 지난해 10월 경찰은 마약 단속에서 배제시켰다가 두 달만에 재투입했다.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필리핀 경찰. [EPA=연합뉴스]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필리핀 경찰.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마약사범을 강력한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의 최근 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약 문제에 대해 논의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마약 거래상이 왜 연쇄 살인범 만큼이나 나쁜지에 대해 자주 말했다. 그는 마약 거래상을 모두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친구들에게도 “미국 내 모든 마약상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리는 법이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행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악시오스는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상 등 관련 범죄자들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원하는 정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대선개입 스캔들고 관련한 CNN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비난한 트윗.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대선개입 스캔들고 관련한 CNN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비난한 트윗.

트럼프와 두테르테를 괴롭히는 또 다른 이슈는 ‘가짜뉴스’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지난달 말 현지 유력 온라인 매체인 래플러 기자의 대통령궁 출입을 금지시켰다. 당시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만드는 래플러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 래플러는 TV 생중계를 보고 대통령 활동을 취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대통령궁이 기자 출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1970~80년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처음이다. 필리핀 내부에선 두테르테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래플러는 최근 두테르테의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한 인권 유린 사례와 해군 호위함 도입사업에 대통령 측근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래플러는 “대통령궁 출입금지 조치는 언론에 대한 위협이다. 공익에 관한 문제를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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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단골메뉴다. 그는 그동안 CNNㆍ뉴욕타임스(NYT) 등 미국의 유력 언론매체들이 가짜뉴스를 생산한다고 줄기차게 비난해왔다.
지난 2일에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이르면 다음 달 내에 물러날 것이라는 NBC 보도를 가짜뉴스라면서 “나는 맥매스터에게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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