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없는 가시밭길"···'하늘 노릇' 고민하는 문무일

중앙일보

입력 2018.03.04 17:49

업데이트 2018.03.04 19:14

‘하늘 노릇’ 고민하는 검찰총장…신경 곤두선 ‘2가지’

“총장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더라. 왜 안 그러겠나. 안에선 검사들이 들고일어나지, 밖에선 검찰 손 보겠다고 벼르지. 총장 편이 없다.”

적폐수사 곧 마무리…다시 검찰개혁 화두
13일 국회 출석, 현 정치지형 검찰편 없어
검찰 내부도 아우성…지도력 시험대
3월 이후 민생수사 통해 새 역할 찾을 듯

문무일(56ㆍ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을 최근 만났다는 한 전직 검찰 간부가 익명을 전제로 기자에게 한 말이다.
대검찰청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한 대검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3월 내로 정리가 될 것 같다”며 “문제는 그 다음인데, 가시밭길이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출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출근하는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적폐 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문재인 정부 최우선 공약인 ‘검찰개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이 해야 할 역할을 다 했다는 것이다. 이미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올해를 검찰개혁의 원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의 생사가 다시 거론되는 비상 상황. 문 총장에게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대검 주변에선 지난해 7월 25일 문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예로 들었던 '한시'가 다시 회자하기도 한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라는 내용이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비유한 시를 통해 검찰 수장 자리의 어려움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밖에서 홀로 싸워야 하는 총장
그를 둘러싼 환경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가깝다. 당장 3월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출석(업무보고)이 예정돼 있다. 검찰총장이 국회 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
하지만 현 여야 정치 지형은 검찰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부터가 검찰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여기에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과 검찰 내 잇단 성추행 고백,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진상규명’ 12개 사건 선정 등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민주당의 판단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개헌 방향에 있어서도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박근혜-이명박’으로 이어지는 적폐수사를 하는 동안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게다가 문 총장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면서 홍준표 현 한국당 대표와도 거리가 생겼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월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특별수사 중심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검찰의 주요 부패사건 수사 기능을 넘기고,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은 경제ㆍ금융 등과 관련된 특별수사에 한정하겠다는 요지였다.
결국 문 총장 입장에선 의지할 자기편이 없는 상황이다.

대검찰청 앞에 검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 앞에 검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내부도 아우성…지도력 시험대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보수정부 적폐 수사가 마무리되면 굵직한 수사 중에는 검찰 내부 비리 수사가 남게 된다. 자연스럽게 여론도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 검찰 조직 내부를 겨눈 수사는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인사개입 의혹 사건(서울동부지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사건(서울북부지검), 최인호 변호사의 법조 로비 의혹 사건(서울고검) 등이다. 검찰조직의 자정능력을 시험하는 수사라는 점에서 고강도 수사가 예고된다.
이와 관련해 문 총장은 최근 검찰 지휘부에 금융 수사팀(남부지검 등) 유착 의혹 엄단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대검 관계자는 “사건 관계자와 유착돼 수사 기밀을 넘기는 사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문 총장의 인식”이라며 “최근 관련 보고를 받고 크게 화를 내셨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동료 검사가 무섭다”(박철완 검사 글)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다. 일부에선 전방위적 ‘검사 수사’를 두고 검찰 내 ‘구주류 정리’ 및 ‘신주류 세력 공고’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현직 검사가 검찰을 향해 문을 닫으라는 글을 쓸 정도로 내부가 어수선하다”며 “문 총장의 지도력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검찰은 3월 이후 민생범죄에 수사력를 모으며 새 역할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지금까지 줄곧 정치인 수사만 했다”며 “이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민생사건 수사를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민생사건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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