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콘 24시간 미친 설득에도···트럼프 꿈쩍 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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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트럼프의 '관세폭탄' 방침에 백악관 대충돌...게리 콘 "강행하면 난 사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 방침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WP,"한국 등 동맹국은 관세조치에서 면제시켜야" #트럼프, "EU가 보복조치하면 유럽 자동차에 관세 매길 것"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끔찍한 무역결정을 조금 덜 끔찍하게 만드는 방법'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 캐나다와 일본, 한국, 독일과 같은 가까운 동맹국들을 이번 새로운 관세조치로부터 면제시키자"고 주장했다. 신문은 "수십 년간 구축돼온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간의 동맹과 상호호혜적 자유무역 질서가 미국 대통령의 변덕으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된 만큼, 제대로 된 대응을 통해 이를 구출해 내야 한다"며 이 같이 제안했다. WP는 "이들 나라로부터 철강·알루미늄을 수입한다고 해서 국가 안보적 위험이 생길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들 나라를 경제적으로 약화하고 외교적으로 소외시킨다면 국가 안보적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혼돈의 리더십'이 가진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만큼 철회의 여지를 남겨준다는 것"이라며 "대통령 스스로 관세조치가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할 때까지) 1주일간은 최종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언급한 것은 그만큼 수습책을 마련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라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무역전쟁은 파괴적이다. 물론 트럼프는 이를 원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그는 이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2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창고에 제품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2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창고에 제품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NYT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의 목표는 표면적으로 중국 응징이지만,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상당수는 캐나다, 브라질, 한국, 멕시코 등 동맹국에서 오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중국에 미칠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과도한 생산을 줄이는 데 정말 관심 있다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한국 등과 협력했어야 하는데, 트럼프는 동맹국을 화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대표적 진보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3일 NYT에 '누구에게도 도움 안 되는 무역전쟁'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미국은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고 이기기도 쉽다'고 말한 것은 완전 바보 같은 생각"이라며 "전쟁을 개시하는 방식도 아주 어리석다"고 비난했다. 크루그먼은 "세계 수출의 9%, 수입의 14%를 차지하는 미국이 지배적 초강대국은 절대 아니다"라며 미국이 무역전쟁의 패자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는 멕시코산 엔진, 한국·중국산 전자부품,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한다"며 "(무역전쟁을 벌이면) 수천 개 아니 적어도 수백 개의 미국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해야 하는 대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도 CNN 기고문에서 "향후 세계증시가 하락의 악순환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충동적이고 무식한 트럼프 같은 사람이 세계경제사와 보복의 논리, 무역의 기초 과목을 중시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 철강사 대표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 철강사 대표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백악관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인 게리 콘은 관세조치에 끝까지 반대하며 "관세조치를 강행하면 난 사퇴할 것"이라 배수진을 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콘 위원장이 지난 1일 트럼프의 관세부과를 발표하기 하루 전에 있었던 참모진 회의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트럼프를 설득하느라 '미친 24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회의에서 콘 위원장의 발언을 들은 뒤 "그건 치러야 할 작은 비용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참모인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왼쪽)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마지막까지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참모인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왼쪽)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마지막까지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AP=연합뉴스]

당시 회의에는 보호주의 강경파의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윌버 로스 상무장관 외에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돈 맥갠 백악관 법률 고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고문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콘 위원장은 이번 관세조치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과 반발의 의미로 언제라도 사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보복 카드도 현실화하고 있다.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EU(유럽연합)가 보복조치에 나설 경우 EU 자동차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연합뉴스]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EU(유럽연합)가 보복조치에 나설 경우 EU 자동차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연합뉴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할리 데이비드슨(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청바지)를 포함 유명한 미 제품들에 관세 부과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EU가 대규모 관세와 무역장벽을 증가시킨다면 우리는 미국시장에 자유롭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EU 자동차에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받아쳤다.

무역전쟁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매우 바보같은 무역협정과 정책때문에 800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며 "일자리와 부가 수년간 우릴 이용해온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건 더 이상 안 된다"고 못박았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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