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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지리산 개구리 '움찔'…지난해보다 산란 23일 늦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일 지리산 구룡계곡 일대에서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이 확인됐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난 1일 지리산 구룡계곡 일대에서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이 확인됐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강력한 겨울 한파의 영향으로 지리산에 서식하는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 일이 지난해보다 23일이나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구룡계곡 일대에 사는 북방산개구리의 산란 여부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 1일 처음으로 산란한 것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2월 6일에 첫 산란을 기록한 것보다 23일이나 늦어진 셈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2010년부터 9년간 구룡계곡 일대에서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 시기를 기록해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산란이 가장 빨랐던 것은 2014년 2월 1일, 가장 늦은 것은 2015년 3월 4일이었다. 올해는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3월에 처음 산란했을 만큼 알 낳는 시기가 늦춰졌다.

“유독 추운 겨울에 산란 시기 늦어져”

한국 북방산개구리.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 북방산개구리.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진은 올겨울이 예년보다 유독 추웠기 때문에 구룡계곡의 북방산개구리 산란이 늦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 일은 적산(積算)온도가 발육에 필요한 최저온도(발육 영점온도, 영상 5도) 이상이 되는 날인 '적산온도 시작일'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일(日) 평균온도가 발육 영점온도 이상인 날을 골라 평균온도에서 발육 영점온도를 차이를 계산하고 이를 하루하루 더해나가는데, 그 누적된 값이 기준온도(영상 5도) 이상이 되는 날을 적산온도 시작일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적산온도 시작일이 앞당겨지고 이후 일정한 온도를 보이면 산란이 빨라지지만, 기온이 변덕스러우면 산란 일도 헝클어진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송재영 국립공원연구원 부장은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 일은 일 평균기온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며 “산란이 늦어졌다는 건 그만큼 올겨울이 예년보다 추웠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지리산 구룡계곡 일대에서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이 확인됐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난 1일 지리산 구룡계곡 일대에서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이 확인됐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북방산개구리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 및 계절 알리미 생물종’으로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외부 환경변화에 민감하며 암컷이 1년에 한 번 산란하기 때문에 알 덩어리 수만 파악하더라도 해당 지역의 개체군 변동을 추정할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현재 산란 시기로 볼 때 월악산은 이달 중순부터, 소백산과 치악산은 이달 중순에서 하순, 설악산은 다음 달 초순쯤에 북방산개구리가 알을 낳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8년 북방산개구리 첫 산란 일자와 중부지방 산란 예상일  [자료: 국립공원관리공단]

2018년 북방산개구리 첫 산란 일자와 중부지방 산란 예상일 [자료: 국립공원관리공단]

송재영 부장은 “기후변화 때문에 북방산개구리의 산란 일이 일정하지 않으면, 곤충 등 먹이가 되는 다른 종의 출현 시기와 맞지 않아 향후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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