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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시스템으로 즐기는 크래프트 맥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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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호 28면

새내기 직장인 고향미씨에게 크래프트 맥주에 꽂힌 부장님이 갑자기 숙제를 냈다. “괜찮은 맥주 전문점 아는 데 없어요? 다음 회식 장소는 향미씨가 추천하는 곳으로 가볼까 하는데.”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46> 이태원 ‘탭퍼블릭(Tap Public)’

다급한 그녀의 요청에 바로 이곳을 떠올렸다. 흔한 수제 맥주 전문점과는 좀 다른 곳이다. 최첨단 하이테크 시스템이 접목된 매장이랄까.

이태원 제일기획에서 한강진역으로 가는 길의 한적한 건물 지하 2층에 자리 잡은 이곳의 이름은 ‘탭퍼블릭(Tap Public)’.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널찍한 공간이 등장한다. 왼쪽으로 가지런히 놓인 잔들과 함께 ‘ㄱ’자 형태로 맥주 탭(Tap)이 쭉 줄을 서 있다. 오른쪽엔 손님용 테이블과 야외 테라스, 주방이 있다.

자리를 잡자마자 받게 되는 건 전자칩(REID)이 내장된 팔찌. 매장에서 마시는 맥주의 양이 고스란히 기록되는 기기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탭에 설치된 각각의 LCD창에는 제조사, 알코올 도수, 맛의 특징 등 정보가 쓰여있다. 라거·필스너·에일·IPA·스타우트부터 신맛이 강한 사워(Sour) 맥주, 훈연 향이 입혀진 메르첸, 달콤한 람빅(Lambic)까지, 60여 개 중 맛보고 싶은 기계의 탭에 팔찌를 대고 원하는 양만큼 따른다. 잔에 차는 맥주의 높이가 올라가면서 가격을 알려주는 화면상의 숫자도 올라간다. 과금은 10ml씩 된다. 처음 맛보는 맥주라면 조금만 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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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퍼블릭은 성공한 사업가인 문경일(51) 대표의 작품이다. 그는 10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오클라호마 주에 자리를 잡았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95년에 한국으로 파견 근무를 나와 IT회사에서 11년간 근무했다. 2005년에는 보안솔루션 기업인 한국맥아피의 지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고, 이듬해 ‘아이스크림 사업’을 시작했다. 16가지 아이스크림 중 원하는 맛을 고른 뒤 직접 토핑을 올리고 무게대로 값을 내는 피치웨이브(Peachwave).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3년 사이에 매장이 미국에서만 100개 이상 늘었다.

다음 사업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집 근처의 한 독일 음식점에서 서버의 추천을 받아 맛본 맥주가 발단이었다. 입맛에 전혀 맞지 않았는데 양이 상당히 많았던 것. 지방 출장 길에서 만난 ‘탭비어 하우스’가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 원하는 맥주를 골라 원하는 만큼 마시고, 마신 만큼만 돈을 내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을 활용해 사업을 구상한 그는 한국 IT기술자들을 만나 소프트웨어·포스(Pos)·탭(Tap)이 한데 어우러지는 하이테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른바 ‘태그 앤 탭(Tag and Tap)’. 화면에 터치한 뒤 잔에 따르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에 대한 확신이 선 그는 2017년 10월 이태원에 매장을 오픈했다.

그는 메뉴 로테이션을 통해 다양성을 꾀한다. 즐겨 찾는 30% 정도만 고정하고 나머지 70%는 계속 바꾼다.

최근 인기 있는 7종을 추천받았다. 월드 비어 컵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블루 포인트 토스트 라거’, 진하고 풍부한 맛의 밀 맥주 ‘프리마토 바이젠’, 고흥의 신선한 유자의 맛과 향이 담긴 ‘화수 유자 페일에일’, 엄선된 5가지 홉이 블랜딩 된 ‘멜빈 휴버트 페일 에일’, 클래식한 맛의 ‘안동맥주 IPA’, 미국 팜하우스 에일 계열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블러바드 탱크7 에일’, 르완다산 공정거래 커피원두를 넣어 만든 ‘피카 콜드브루 커피 스타우트’다.

‘탭퍼블릭’에는 식사용 또는 안주용 음식이 다채롭다. 메뉴마다 문 대표의 외식 경험이 녹아있다. 대표적인 메뉴가 과카몰리다. 시카고의 유명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맛본 메뉴를 그대로 재현했다. 주문 시 테이블에 아보카도를 비롯해 각종 야채, 스파이스 등을 담아내어 와 즉석에서 버무려준다. 아보카도는 신선도가 생명. 눈 앞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퍼포먼스가 핵심이다. 여기엔 아보카도의 맛을 크게 가리지 않는 라거 계열이 잘 어울린다.

프랑스식 치킨 요리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 레드 와인에 오래 조린 치킨에 감자와 양배추가 함께 제공된다. 여기엔 독일의 바이젠 복(Weizen Bock)인 제프스 바바리안 에일을 곁들여보자. 진하고 강한 맥주의 풍미가 레드 와인 소스에 부드럽게 녹아 들어간다.

맥주 안주로 버거도 빼놓을 수 없다. 직접 만든 프레즐 모양의 번과 수제 패티로 만든 시그니처 버거는 식사용으로도 좋다. 버거에는 구수한 맛의 안동IPA를 추천한다. 그 외 와사비 소스로 드레싱한 냉우동 샐러드, 미국 중부지방 전통 바비큐 향나무로 훈연한 삼겹살 구이, 멕시칸 스타일의 비빔밥, 먹물 도우 피자, 프랑스식 스튜도 흥미롭다.

향미씨는 다음날 이태원으로 달려갔다. 평소 부장님이 좋아하는 IPA, 과장님이 찾는 스타우트 계열도 꼼꼼하게 맛보고 브랜드 정보도 숙지했다. 이윽고 회식. “부장님, 이 IPA는 안동 지역에서 생산된 맥주인데 한번 맛보세요. 상큼한 과일향과 함께 쌉싸름한 끝맛이 조화롭네요~ 과장님! 커피 원두를 넣어 만든 스타우트 한번 맛보세요. 입맛에 잘 맞으실 거에요.” 술자리에서 마냥 조용했던 막내의 똘망 똘망한 설명에 다들 넋이 나갔다.

이지민 :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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