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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공격, 트럼프 반격, 시진핑 추격 … 다시 미사일 전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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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호 14면

지구촌 군축 이상징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연례 의회 국정연설에서 신형 핵미사일 개발을 발표했다. 2시간여 국정연설 중 45분을 발표에 할애했다. 푸틴 뒤에 비친 화면엔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가는 핵미사일 궤적이 담겼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미·러 관계는 탈냉전 이후 가장 최악”이라는 국가안보회의 러시아 담당 국장 토머스 그레이엄의 발언을 표제로 달았다. 미·러 간 핵 경쟁이 다시 시작하면서 냉전으로 회귀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 미 전역 타격 ICBM 개발 발표 #미, MD 예산 10조7000억 원 요구 #중, 미국 항모 킬러 동남해안 배치 #북한·이란 등이 도화선 될 가능성 #강대국들에 낀 한국 대처 어려움

 푸틴이 이날 공개한 러시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맛(Sarmat)은 최대사거리가 1만㎞ 수준이라 미국 어디라도 사정권에 들어온다. 또 마하 20의 속도여서 미국이 대응할 시간이 짧은 데다, 핵무기 10개를 동시에 탑재하는 MIRV(다탄두 독립목표 재돌입탄도탄)라서 요격하기도 어렵다. 보통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때문에 상승 궤적으로 보고 떨어지는 지점, 즉 공격 목표를 추정해 요격한다. MIRV는 대기권을 벗어난 뒤 탄두가 분리돼 각각의 목표를 향해 날아가 공격 지점을 예측하기 까다롭다.

 러시아는 유럽지역을 노리는 최대사거리가 5800㎞인 중거리 핵미사일 아방가르드(Avangard)도 실전 배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적의 방공망을 교란할 수 있는 미끼 탄두(decoy)도 장착해 미국의 MD(미사일 방어망)를 뚫을 수 있는 무기로 평가받는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킨잘(Kinzhal)도 서방에겐 충격이다. 상대 격인 미국의 토마호크가 최고속도가 마하 1에 1250㎞를 날아가는 데 비해 킨잘은 각각 마하 10, 2000㎞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비행 궤적이 수시로 변해 기존 요격체계로 방어가 불가능하다. 전폭기에서 발사하는 장면이 공개됐는데 함정과 잠수함에도 탑재할 수 있다.

 푸틴은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본토 알래스카·캘리포니아, 동유럽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MD를 배치했고, 일본과 한국으로도 MD를 확장하고 있다”며 “신형 무기 개발로 미국이 이끄는 나토의 MD가 무용지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를 배치하자 MD 참여라며 비난했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이 MD를 구축하면 상호확증 파괴(MAD)가 무너져 핵전력의 비대칭이 심화한다고 보고 있다.

물속으로 접근 폭발하는 ‘수중 핵드론’ 공개

이날 공개된 수중 드론(UUV)인 스테이터스-6(Status-6)는 100Mt 핵탄두를 탑재한 자동잠항타격체(ASSV)로 은밀하게 적 해안지역에 접근해 폭발하는 방식이다. 미 해군 핵잠수함 기지와 해안 도시 등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 얀타르(Yantar) 연구선이 미 동부 해안을 따라 항해하면서 수중 드론을 지원할 목적으로 수중정찰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극비 사항으로 다뤄지다가 2015년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푸틴은 연설에서 “동맹국들을 핵무기로 보호하겠다”는 발언도 꺼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시리아 등 분쟁지역에서 미국과 대립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유영철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과거 소련에 묶여있던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며 “미국이 이들 국가에 개입할 경우 선제 핵 공격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무책임하며 무기감축 협정을 파기하겠다는 증거”라며 “러시아는 안정을 위협하는 무기체계를 10년 넘게 개발했는데 이는 무기감축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미·러가 지난 1987년 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장착용의 중·단거리 지상 발사 미사일을 폐기하기로 합의한 핵무기 감축조약인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위반이란 것이다. 다만 러시아 신형 무기가 시제품(Prototype)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실 미·러 간 핵 경쟁은 이미 예고됐다. 유영철 센터장은 “러시아는 2000년대 이후 국력을 회복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며 “미국의 국력이 약해지며 일극 체계가 무너진다는 판단을 갖고 앞으로 다가올 다극체계에 대비해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오는 18일 예정된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군사력을 과시했다”며 “푸틴 집권기 군사력으로 국력을 보완한다는 전략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맞서 미국도 지난달 2일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8년 만에 발표하며 러시아 핵 위협에 맞설 핵전력 증강에 들어갔다.

 미·러는 각각 약 1800~2000개의 핵탄두와 ICBM 400~450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최대사거리가 1만 3000㎞에 최대 속도가 마하 23 수준인 핵무기(475kt, 3기) ICBM인 미닛맨 3(Minuteman III)의 현대화를 지속하며 2029년까지 새로운 지상기반핵억제(GBSD)체계를 개발한다. 이번 핵 태세 검토를 계기로 폐기했던 순항미사일(SLCM) 재배치도 준비한다. 핵탄두(200㏏)를 탑재한 토마호크 블록3형(TLAM-C)은 아음속(시속 880㎞)의 속도로 최대 1250㎞를 날아가며 잠수함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 여기에 바다 한가운데 떠올라 1만㎞이상 떨어진 곳을 공격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 D5(Trident)의 개량도 시작한다. 기존 핵탄두(100㏏)를 저강도(15kt) 수준으로 낮춰 보다 쉽게 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전술핵무기 폐기 공백을 저강도 ‘비전술핵무기’로 보완한다는 복안이다.

 푸틴이 “미국의 MD망을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지만 “과장”이란 전문가들의 시각도 있다.

트럼프, 집권 전에 MD 반대하다 궤도 수정

당장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 국민은 우리가 완전히 준비돼 있음을 믿어도 된다”며 “우리에게 생길 수 있는 어떤 것에도 미국이 대응할 능력이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MD 요격미사일은 해상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SM-3 블록1A(SM-3 IA)다. SM-3 블록1 미사일은 빠른 속도(마하 10)로 고도 500㎞까지 올라가 ICBM을 타격한다. 그러나 완전한 방어가 어려워 개량형인 SM-3 블록2A(SM-3 IIA)를 보완, 개발했다. SM-3 블록2A의 최대 요격 고도를 1500㎞까지 높였고 최고 속도는 마하 15까지 가능하다. 대기권 밖을 나가 ICBM 탄두에 직접 충돌해 파괴(Hit-to-Kill)하는데 요격 미사일 탄두는 폭약을 탑재하지 않고 무게도 20여kg에 불과하다. ICBM  탄두와 충돌할 때 10t 트럭이 시속 960여㎞로 질주하는 수준의 운동에너지가 나와서다. 미국은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배치도 서두르고 있다. 이에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9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미사일 방어 예산으로 99억 달러(약 10조7000억원)를 요구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전에는 막대한 예산부담 때문에 MD 구축을 반대했으나, 집권 후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MD 구축은 계속 이어질 추세”라고 전망했다.

 방공무기 개발에서 미·러 격차가 크다는 평가다. 러시아가 2020년부터 배치하는 S-500은 S-400의 개량형이다. 러시아판 사드 체계로 불리며 최대 요격 고도는 400㎞, 최고 속도는 마하 23까지 가능해 F-22와 F-35 등 스텔스 전투기와 200㎞ 상공의 첩보위성도 공격한다.

 중국도 미국을 겨냥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미 항모를 공격하는 무기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박원곤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개입을 거부한다는 전략에 따라 이에 맞는 군사력을 건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반접근·지역거부 전략(A2AD: Anti Access Area Denial)이다. 중국은 A2AD전략에 따라 최대 사거리 1500㎞에 명중오차(CEP)가 20~50m 수준으로 정밀한 둥펑-21D를 중국 동남 해안에 배치했다. 탄두가 나선형으로 회전하면서 고속(마하 10)비행해 요격하기 어려워 ‘항모 킬러’로 불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월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강대국 간 충돌, 북한과 이란 등 실패국가에서 촉발하는 전쟁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국은 두 가지 경우가 모두 적용되는 사례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러시아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압박을 키워갈 수 있다”며 “강대국 사이에서 외교적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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