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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 파일] 화성에 사람이 거주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하와이 휴화산 분화구에 설치된 가상 화성 기지.[중앙포토]

하와이 휴화산 분화구에 설치된 가상 화성 기지.[중앙포토]

지난달 15일 해발 2400m 하와이 마우나로아 휴화산 분화구에서는 화성 탐사 모의 훈련이 시작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후원으로 2013년 처음 시작됐고, 여섯 번째인 이번 훈련이 주목을 받은 것은 미국인이 아닌 한국 출신의 미국 텍사스대 경제학과 한석진 교수가 대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한 교수를 포함한 대원 4명은 화성 거주지를 본뜬 지름 11m, 높이 6m의 돔 형태의 숙소에서 8개월을 지내게 된다. 외부와의 통신도 지구~화성 사이의 거리를 고려해 20분씩 지연되고, 기지 밖 외출 때에는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이 훈련은 시작 직후 사고가 발생하면서 훈련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18일 대원 1명이 전기 쇼크로 병원으로 후송되는 바람에 치료와 시설 점검을 위해 훈련이 지연되고 있다.
이 같은 훈련 상황은 지난 2015년 개봉했던 영화 ‘마션(The Martian)’을 떠올리게 한다. 사고로 인해 화성에 홀로 떨어진 주인공 마크(맷 데이먼)가 구조될 때까지 대원들의 분변으로 감자를 기르며 버틴다는 게 영화 줄거리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의 한 장면.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이야기다. [사진제공=마티]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의 한 장면.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이야기다. [사진제공=마티]

하와이의 훈련이나 영화 ‘마션’의 주인공은 화성에서 단지 몇 개월을 보내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화성이나 다른 행성에서 인간이 영구 거주할 수는 없을까. 실제로 영구 거주를 염두에 둔 실험이 대규모로 진행된 적이 있었다. 바로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다.

지구생태계 축소판 '바이오스피어2'

1991년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들어선 '바이오스피어2'. [중앙포토]

1991년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들어선 '바이오스피어2'. [중앙포토]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는 1991년 9월 26일부터 1993년 9월 26일까지 2년 동안 과학자 8명이 미국 애리조나 오라클의 사막 한복판에 설치된 거대한 유리온실에서 생활했던 실험을 말한다. ‘바이오스피어(Biosphere)’는 생물권(生物圈), 즉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을 말한다. 땅 표면과 바다, 대기권 등 지구를 의미한다. 지구가 바이오스피어이고, 실험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인공 시설은 지구를 모방한 제2의 지구, 제2의 생물권이라는 것이다.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는 벤처기업가인 존 앨런이 주도했다. 약 2억 달러(약 216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987년부터 7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된 ‘바이오스피어2’는 면적이 1만2600㎡(1.26㏊), 내부 공간 19만1000㎥에 이르는 거대한 온실이다.

바이오스피어2 내부 모습. 작은 바다에서는 산호도 자라도록 설계했다. [중앙포토]

바이오스피어2 내부 모습. 작은 바다에서는 산호도 자라도록 설계했다. [중앙포토]

이곳에는 축소판 지구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초원지대와 습지대, 산호초가 자라는 작은 바다. 열대우림까지 재현했다. 특별히 선정된 4000여 종의 다양한 식물도 옮겨 심었다. 이곳에서 지낼 거주자들이 식량을 마련할 수 있도록 농경지도 조성했다. 식물은 식량 공급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았다. 식물 꽃가루받이를 맡을 곤충과 물고기, 단백질 공급을 위한 닭과 염소, 돼지도 투입됐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이곳에서는 모든 게 재활용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산소는 고갈되고 해충은 창궐

바이오스피어2를 관람하고 있는 관광객들. 외부와 차단하는 방식의 실험은 두 차례만 진행됐고, 현재는 외부와 어느 정도 트여있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증앙포토]

바이오스피어2를 관람하고 있는 관광객들. 외부와 차단하는 방식의 실험은 두 차례만 진행됐고, 현재는 외부와 어느 정도 트여있는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증앙포토]

바이오스피어2는 많은 주목을 받고 시작을 했지만, 실험 진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산소 고갈이었다. 처음에 20.9%이던 산소 농도는 16개월 후 14.5%까지 떨어졌고, 내부 거주자의 건강을 해칠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별도의 환기 장치를 가동, 외부 산소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독자적인 생존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던 당초 목표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이산화탄소 농도도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겨울에는 4000~4500ppm까지 올랐다가 여름에는 1000ppm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 수준이다. 이산화탄소의 상승은 토양 속의 유기물질을 미생물이 분해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탓이다.
바다의 산호나 곤충도 죽어가기 시작했고, 대신 바퀴벌레와 개미가 빠른 속도로 늘었다. 덩굴식물들은 왕성하게 자라 농작물을 덮어버렸다. 영양 공급이 줄면서 거주자들의 체중은 6개월 후 15%나 줄었다. 거주자들은 절반의 시간을 농장에서 일하거나 동물을 돌보고 음식을 준비하는 데 투입해야 했으나, 식량 부족을 해결할 수 없었다. 14개월 뒤부터는 보관하고 있던 씨앗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지구 생태계에 대한 이해 부족 탓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에 만들어진 인공 생태계 바이오스피어2의 야경 [중앙포토]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에 만들어진 인공 생태계 바이오스피어2의 야경 [중앙포토]

남자 4명, 여자 4명 등 거주자 8명은 프로젝트 전에는 친밀한 사이였지만, 2년 동안 함께 생활한 뒤에는 서먹서먹한 관계가 됐다.
바이오스피어2 실험은 결국 지구가 제공하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가 서로서로 연결돼 있는데, 인간은 아직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아울러 우리 지구 생태계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바이오스피어2에서는 1994년 3월부터 10개월 일정으로 두 번째 실험이 시작됐다. 하지만 대원들 사이에 내분이 발생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벤처기업이 그해 6월 공식 해산하면서 예정보다 이른 9월에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실험이 끝났다. 그 이후에는 별다른 실험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스피어2 시설은 1995년 뉴욕시의 컬럼비아 대학으로 넘어갔고, 컬럼비아 대학은 2003년까지 지구온난화 연구센터로 활용했다. 컬럼비아 대학은 외부와 공기 출입을 차단하던 방식 대신에 그때그때 실험에 따라 필요한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했다. 이 시설은 2007년 애리조나 대학이 인수했고, 물 순환이나 대기과학 분야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달 체류 위한 훈련 진행

2013년 12월, 중국의 탐사 위성 창어(嫦娥) 3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다. [중앙포토]

2013년 12월, 중국의 탐사 위성 창어(嫦娥) 3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다. [중앙포토]

바이오스피어2 외에도 과학자들은 외부와 차단된 환경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실험을 진행했다.
20세기 초 러시아의 지구화학자 블라디미르 베르나드스키가 이런 형태의 실험을 고안했고, 1963년 구소련 당시 모스크바 소재 ‘생명의학문제연구소’에서 실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의 일원으로 실험에 참여했던 예프게니 셰펠레프는 해조류로 가득 찬 탱크인 ‘바이오 허파(Bio-Lung)’와 연결된 5㎥의 금속 용기로 들어갔다. 해조류는 셰펠레프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셰펠레프는 이 금속 용기 속에서 하루 동안 지내고 나왔다. 이 실험으로 한 사람에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려면 215 L 크기의 해조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미국 유타 남부 사막에 설치된 화성 탐사 모의 훈련 기지 [중앙포토]

미국 유타 남부 사막에 설치된 화성 탐사 모의 훈련 기지 [중앙포토]

1970년대에 소련 과학자들은 시베리아에서 ‘바이오3’라는 실험을 진행했다. 315㎥ 지하 공간에서 3명의 대원이 생활한 실험에서는 클로렐라라는 조류가 산소를 공급했다. 실험에 사용된 전력은 인근 수력발전소에서 공급했다. 1972~73년에 진행된 실험에서 3명의 대원이 180일 동안 생활했다.
중국에서는 달에 체류하기 위한 '유에공(月宮)-1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1월 완공된 이 시설은 베이징에 설치돼 있으며 면적 160㎡에 체적이 500㎥이다. 식물이 자라는 면적이 58㎡이고, 목욕실·식당·침실 등 거주공간이 42㎡다. 3명의 대원이 필요한 식량의 55%를 조달하는 방식인데, 식물이 필요한 산소를 재생산하고, 물은 내부에서 순환한다. 대원의 배설물은 식물 재배를 위한 비료로 활용된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지난해 9월 1억3600만 달러(약 1472억 원)를 투자해 사막에 화성을 재연한 ‘사이언스시티’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약 18만㎡ 부지에 들어설 이 연구 단지에는 연구소와 실험실이 돔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다. 시설이 완공되면 연구팀은 이곳에서 1년 동안 생활하게 된다.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흙이 필요

화성의 모습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화성의 모습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미국 NASA는 2030년대에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낼 계획이다. 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2020년대 중반에 유인 우주선을 화성에 착륙시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화성에 인류가 착륙한다 하더라도 거기서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거주하려면 해결돼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인 화성에서 인간이 장기간 생활할 경우 건강에 문제가 없을까 하는 점이다.

2020년대 중반까지 화성에 유인 왕복 우주선을 보내겠다고 장담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제공=블룸버그]

2020년대 중반까지 화성에 유인 왕복 우주선을 보내겠다고 장담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제공=블룸버그]

또, 화성의 토양에서 지구의 식물이 자랄 수 있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다. 영화 '마션'에 나오는 대사이지만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야 그곳을 점령한 것'이다. 식물이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 위해서는 미네랄뿐만 아니라 미생물도 있어야 한다. 화성 토양에 들어있는 과염소산염이 자외선과 만나면 살균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작물 재배에 필요한 물도 확보해야 한다.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영화에서 주인공 마크는 "식물을 재배할 수 있어야 그곳을 점령한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포토]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영화에서 주인공 마크는 "식물을 재배할 수 있어야 그곳을 점령한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포토]

고립된 환경에서 소수의 대원이 장기간 함께 생활할 때 겪게 될 심리·행동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 하와이에서 한석진 교수가 대장이 돼 진행할 이번 6번째 훈련의 가장 큰 주제도 이 부분이다.

사실 과학소설과 영화에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우주에 기지를 마련한다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지구 탈출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가 사는 지구, ‘하나뿐인 지구’를 소중히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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