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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나무꾼,기생,맹인도 독립운동 했다”고 밝힌 배경은

중앙일보

입력

“나무꾼, 기생, 맹인, 광부들, 이름도 없이 살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누이들까지 앞장섰습니다”

1일 오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 9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내외가 기념식후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일 오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 9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내외가 기념식후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99주년 3ㆍ1절 기념사에서 “독립운동은 애국지사들만의 몫이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2020년 개관예정)에 3.1운동에 참가한 나무꾼, 광부, 기생들도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의 이름으로 새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원래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을 정도로 역사에 관심이 많다. 자서전 『운명』에서 “처음 변호사 할 때 ‘나중에 돈 버는 일에서 해방되면 아마추어 역사학자가 되리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적었다.

실제로 독립운동사를 살펴보면 문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3·1운동 이후 각지에서 나무꾼, 기생, 맹인, 광부 등이 독립운동에 참여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1919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후 이틀이 지난 3월 3일. 대전 인동장터에서는 일제의 탄압에 분노한 나무꾼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대전에서 일어난 첫 독립운동이었다. 3월 16일엔 같은 자리에서 400여명이 참여하는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충남대 부설 충청문화연구소가 발간한 ‘대전지역 3·1운동 연구 현황과 과제’등에 따르면 3월 3일 인동장터에서의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한달 동안 인동을 비롯한 대전의 9개 지역에서 16차례에 걸쳐 독립운동이 전개됐다.

같은해 4월 1일엔 황해도 해주 기생들이 서울 종로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전단을 뿌리면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한달 전인 3월 3일 고종의 장례식을 보러 왔다가 만세운동을 접하고는 해주로 돌아간 뒤 시위 준비를 했다. 독립선언서를 구할 수 없어 직접 한글로 독립선언서를 짓고 5000장을 찍었다. 당시 시위로 문응순 등 주동자 5명이 종로경찰서로 끌려갔다. 문응순은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다음날인 4월 2일에는 경남 통영 중앙시장에서 기생인 이소선, 정막래 등의 주도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두 사람 역시 징역 6월을 선고 받았다. 국가기록원이 2016년 2월 발간한 ‘여성독립운동사 자료총서(3ㆍ1운동편)’에 실린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선두에 서서 수천명의 군중과 함께 독립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맹인 여성인 심영식은 1919년 3월 3일 모교인 개성 호수돈여학교 학생들과 함께 독립만세를 외치며 시위행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징역 10월을 선고 받아 옥고를 치렀다. 대전국립묘지에 묻혀있는 심영식 묘비에는 “헬렌켈러가 빛의 천사라면 그는 빛과 사랑의 천사이며 조국을 구한 대한의 잔다르크”라고 적혀 있다.

광부들도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1919년 3월 20일 충남 천안 입장면에선 당시 광명학교 교사와 여학생 주도로 주민 600여명이 참여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이는 같은달 28일 입장면에 소재한 직산금광회사 광부들의 만세운동으로 이어졌다. 충남에선 당일 3명이 순국하는 등 처음으로 순국자가 발생한 격렬한 만세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일 오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 9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3.1절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일 오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 9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3.1절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줄곧 3ㆍ1운동을 주권 의식이 생겨난 뿌리로 언급했다”며 “나무꾼, 기생, 광부도 독립운동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국민주권의 힘이라고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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