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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바위의 장엄함이 제대로 느껴지는 갓 모양의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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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윤의 산 100배 즐기기(17)

관악산 6봉 능선에 있는 코끼리 바위. [사진 하만윤]

관악산 6봉 능선에 있는 코끼리 바위. [사진 하만윤]

북한산, 도봉산과 함께 서울시민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인 관악산. 정상이 큰 바위기둥을 세워놓은 모양이라고 해 ‘갓 모양의 산’이란 뜻의 갓뫼(간뫼) 또는 관악이라 명명한 이 산은 개성 송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 가평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으로도 불린다.

관악산의 정상, 연주대 정상석. [사진 하만윤]

관악산의 정상, 연주대 정상석. [사진 하만윤]

관악산은 사당동, 신림동, 과천, 안양, 시흥 등 다양한 들머리가 있지만 이번 산행은 그중 제일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출발해 문원폭포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바윗길인 6봉 능선을 택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혀 겨우내 사고를 우려해 가지 않던 길을 제법 푹해진 날씨 덕에 밟을 수 있었다.

문원계곡에서 바라본 6봉 능선. [사진 하만윤]

문원계곡에서 바라본 6봉 능선. [사진 하만윤]

주 중에 눈이 내린 탓에 살짝 걱정스러운 맘이 들긴 했으나 위험 구간은 우회하면 될 일이었다. 날이 좋은 덕분인지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만난 일행은 표정과 옷차림이 밝고 가벼워 보였다. 미세먼지 예보도 있었으나 우려할 만큼은 아니어서 정한 코스를 향해 길을 나섰다.

겨우내 가문 탓인지 문원계곡은 형태만 남아 있을 뿐 물줄기도 다 말랐다. 이곳에서 발을 담가 더위를 식히던 지난여름이 꿈이었나 싶어 웃음이 절로 돋는다.

거대한 물줄기 그대로 얼어붙은 문원폭포. [사진 하만윤]

거대한 물줄기 그대로 얼어붙은 문원폭포. [사진 하만윤]

경기 5악 중 하나

문원폭포까지는 가파르지 않아 속도를 올려 걸었더니 이마와 등에 이내 땀이 맺힌다. 폭포에서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땀을 식히며 숨을 고른 뒤 본격적으로 6봉 능선길로 들어선다. 계곡 쪽으로 좀 더 들어가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접어들었다. 폭포에서 일명사지로 가는 오른쪽 길은 산의 정상인 연주대로 통하고 길이 어렵지 않아 초보 산행객에게 권할 만하다.

계곡 쪽 길은 언뜻 눈에 잘 띄지 않으나 조금만 가면 고갯길이 나오고 그 길을 오르면 간간이 바위가 등장하며 비로소 길의 시작임을 알려준다. 바윗 길이 있으나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오르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다. 겨울에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얼음이 껴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심히 첫째 봉을 오르니 거대한 바윗길이 쏟아지듯 눈에 들어온다.

2봉의 코끼리 바윗길도 우회해 지나고 3봉의 직벽암장도 돌아서 올라간다. 길은 돌아왔으되 각 봉을 오를수록 능선 좌우로 보이는 관악의 풍경은 일행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거의 직벽인 3봉. 아직 잔 얼음이 남아 있어 우회해서 오른다. [사진 하만윤]

거의 직벽인 3봉. 아직 잔 얼음이 남아 있어 우회해서 오른다. [사진 하만윤]

4봉을 오르면 왼쪽으로 관악의 8봉 능선과 연주대 근처 방송국 송신탑이 손에 닿을 듯 한눈에 들어온다. 어렵사리 오른 6봉 국기봉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일행은 허기진 배를 채울 겸 또 긴장하며 오른 바윗길에 잠시 여유도 가질 겸 8봉 능선이 갈리는 무너미고개 근처에 점심 자리를 편다. 제법 따사로운 볕 아래 둘러앉아 각자 준비해온 것으로 배를 채우며 삼삼오오 산행 수다가 멈출 줄 모른다.

6봉 국기봉에서 바라보는 8봉 능선. [사진 하만윤]

6봉 국기봉에서 바라보는 8봉 능선. [사진 하만윤]

겨울이라 너무 늦지 않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산행에 나선다. 연주대까지 완곡한 능선길이지만, 볕이 잘 들지 않아 얼어있는 길이 간간이 있어 조심히 걷는다. 그 길에 있는 촛대바위는 볼수록 장관이다. 8봉 능선의 왕관 바위와 함께 바위의 장엄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연주대로 향하는 길에 만난 촛대바위. [사진 하만윤]

연주대로 향하는 길에 만난 촛대바위. [사진 하만윤]

방송국 송신탑을 돌아서면 관악산 제일의 포토존으로 꼽힌 연주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처럼 서슬 퍼런 기암절벽 위에 지은 암자를 보면, 자연의 경이로움과 어우러진 인간의 위대함까지 느끼게 된다. 이곳에서 5분여 동안 계단 길을 오르면 ‘갓 모양의 바위’인 정상석이 있다.

연주대 포토존에서 사진은 필수. [사진 산처럼]

연주대 포토존에서 사진은 필수. [사진 산처럼]

정상에 서면 사방이 트여 과천, 사당, 신림, 평촌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행이 오른 6봉 능선에는 등산객이 많지 않았으나 정상은 제법 많은 등산객으로 붐빈다. 들머리가 많은 산이라는 방증일 터이다.

산행을 함께한 일행과의 사진은 두고두고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사진 하만윤]

산행을 함께한 일행과의 사진은 두고두고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사진 하만윤]

자운암 능선을 하산길로 정하고 내려간다. 이 코스 또한 바윗길이라 조심해야 한다. 조금 내려가다 보니 일부 언 곳이 있어 도중에 서울대 공대 방향으로 나 있는 길로 바꾼다. 어렵고 힘든 길도 있었으나 함께 한 일행을 믿고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하산 목적지인 서울대 공대 버스정류장에 모여 섰다. 혼자서는 가지 못할 길을 용기 내 갈 수 있는 것, 이것이 함께하는 산행의 참맛이 아닐까 싶다.

과천정부청사-용운암-문원계곡-문원폭포-6봉 능선-연주대-자운암 능선-서울대 공대. 총거리 약 8.3km, 시간 약 6시간 20분. [사진 하만윤]

과천정부청사-용운암-문원계곡-문원폭포-6봉 능선-연주대-자운암 능선-서울대 공대. 총거리 약 8.3km, 시간 약 6시간 20분. [사진 하만윤]

하만윤 7080산처럼 산행대장 roadinmt@gmail.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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