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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까올리’ 아세요 … 한류 넓히는 디지털 문화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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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외사친(외국인 사람 친구)’의 활약은 요즘 TV의 인기 트렌드 중 하나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친구들이 한국을 처음 방문, 낯설고 새로운 음식과 문화 등을 경험하는 MBC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좋은 예다. 독일·핀란드·영국 편 등이 고루 사랑받으며 지난달 채널 최고 시청률(5.1%)을 기록하기도 했다.

태국·러시아 등에 사는 젊은 한인 #유튜브 채널로 현지인 적극 만나 #음식·언어 등 양국 문화 이어줘 #베트남 ‘체리 혜리’ 구독 50만 넘어

불닭볶음면을 먹고 있는 ‘영국남자’ 조쉬. 맵고 자극적인 맛으로 유튜버 사이에서 시식 열풍이 일었다.

불닭볶음면을 먹고 있는 ‘영국남자’ 조쉬. 맵고 자극적인 맛으로 유튜버 사이에서 시식 열풍이 일었다.

이런 문화 비교형 체험 프로그램은 유튜브 채널에서 먼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공부했던 조쉬가 영국으로 돌아가 2013년 개설한 ‘영국남자’가 대표적이다. 한국어가 능숙한 조쉬를 중심으로 친구 올리, 부인 국가비와 함께 만든 다양한 비교체험 영상으로 구독자 수가 244만 명에 달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외국 각지에서 현지어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인기를 끄는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는 물론이고 러시아까지 지역도 다양하다. 현지에서 살거나 교환학생·어학연수 등을 다녀와 양쪽 문화를 고루 접해보고, 직장생활 대신 적성에 맞는 자신만의 일을 찾은 젊은 층이 중심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다. 태국 먹방으로 주목받은 ‘오빠까올리’. [사진 유튜브]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다. 태국 먹방으로 주목받은 ‘오빠까올리’. [사진 유튜브]

대표적인 채널이 태국에서 활동하는 ‘오빠까올리’다. ‘까올리’는 한국을 가리키는 태국어. 다시말해 ‘한국오빠’가 채널 이름이다. 태국에 이민을 가서 살고 있는 김승범(27)씨와 교환학생을 다녀온 홍진기(31)씨가 의기투합해 시작했다. 김씨는 “태국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한국 사람들이 태국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 영상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태국어 번역 등에 도움을 주던 윤종영(24)씨가 합류해 현재 3인조가 됐다.

‘한국’ 오빠를 표방한 만큼 다루는 내용은 한국 음식·음악·언어 등 다양하다. 영국남자 조쉬가 한국의 매운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으로 큰 화제가 됐듯, 이들도 ‘먹방’을 적극 활용한다. 태국식 매운 샐러드 쏨땀을 한국인과 태국인이 누가 더 잘 먹나 대결하기도 하고, 한국에 컵라면으로 출시된 똠얌꿍 쌀국수와 베트남 쌀국수를 비교하기도 한다. 홍씨는 “한국인이 과연 외국인들도 한국 음식을 좋아할까를 궁금해하는 것처럼 태국인들도 자신들이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문화를 외국인들이 함께 향유하는 것을 보며 즐거워한다”고 설명했다.

구독자 수 43만 명을 돌파하고 태국 내 인기가 높아지면서 양국을 잇는 문화사절 역할을 할 기회도 늘어났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2016)에서 태국 특파원 출신의 방송사 기자 역을 했던 배우 조정석과 함께 태국어를 공부하는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아시아 투어를 시작한 한국의 4인조 혼성그룹 KARD를 인터뷰하기도 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다. 베트남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체리 혜리’. [사진 유튜브]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다. 베트남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체리 혜리’. [사진 유튜브]

베트남에는 ‘체리 혜리’가 있다. 한국외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한 김혜리(24)씨가 운영하는 1인 채널이다. 김씨는 “과 선배가 채널을 개설한 것을 보고 재미 삼아 시작했는데 구독자가 50만 명이 넘어 가장 큰 베트남 교류 채널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베트남 가수 누 푸옥 띤(Noo Phuoc Thinh)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리액션 영상은 575만 뷰를 기록, 2016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한국 인기 엔터테인먼트 영상’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해외 K팝 팬들이 엑소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리액션 영상을 만드는 것과 반대로 해외 가수에 대한 반응을 담아 큰 인기를 끈 것이다. 김 씨는 “리액션 영상의 경우 단발성으로 화제를 모을 순 있지만, 관심 분야를 갖고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해야 지속이 가능하다”며 오리지널 콘텐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지어 위주로 제작된 이런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 달에 1~2회 꼴로 한국과 현지를 오가며 틈틈이 한국어 강의를 올리면, 문법이나 관용어구에 대한 질문이 쇄도하곤 한다. 러시아에서 유튜브 채널 ‘경하 민’을 운영 중인 민경하(28)씨는 ‘한국어 학교’ 서비스도 론칭했다. 교환학생 경험을 토대로 유튜브를 시작한 민씨는 “직접 강의를 듣고 싶다는 문의가 많아 1:1, 2:1 등 스카이프로 소규모 강습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체리 혜리 역시 “한국어 능력시험(TOPIK)을 준비하는 데 도와달라”는 요청에 따라 한국어 교재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뷰티를 비롯, 다양한 문화 비교 체험을 다루는 ‘경하 민’에서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러시아인들이 수능 외국어 영역 러시아어 문제를 풀어보는 영상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다. 러시아인들과 수능 문제를 풀고 있는 ‘경하 민’. [사진 유튜브]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다. 러시아인들과 수능 문제를 풀고 있는 ‘경하 민’. [사진 유튜브]

‘경하 민’의 구독자는 현재 29만 명.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구독자가 들어오고, 러시아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기업들로부터 협업 문의도 꾸준히 받는다고 한다. 민씨는 “뷰티뿐 아니라 의료 역시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분야”라며 중앙아시아 환자들을 한국을 찾게 하는 것만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초청하는 등 캠페인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CJ E&M 다이아TV의 오진세 MCN 사업팀장은 “파트너 크리에이터 1400팀 중 350팀이 현지에서 현지어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국경 없이 활동하는 디지털 외교관”이라고 정의했다. 오 팀장은 “K드라마와 K팝에 이어 이들이 제3의 한류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고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글로벌 팬들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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