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재활 사업에 투자, 재범률 낮추고 수익률 3% 덤으로

중앙일보

입력 2018.03.02 00:02

지면보기

경제 05면

로널드 코헨 경은 ’임팩트 투자를 통해 빈곤·환경오염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수익률도 챙기면 일석이조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로널드 코헨 경은 ’임팩트 투자를 통해 빈곤·환경오염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수익률도 챙기면 일석이조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2010년 영국 법무부와 사회투자은행 ‘소셜파이낸스(Social Finance)’는 잉글랜드 동부의 피터버러에서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임팩트금융 개척자’ 로널드 코헨 경
빈곤·불평등 해결 위한 투자 필요
임팩트 금융, 양극화 해소 기여
적절한 수익률 올려 일거양득 투자
한국, 3000억원 사회가치기금 조성

민간에서 500만 파운드를 투자받아 피터버러 교도소의 단기 수형자 재활 사업에 쓰고 재범률을 얼마나 낮췄는지 성과에 따라 수익률을 얹어 돌려주는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SIB) 프로젝트다. 500만 파운드는 바로 모집됐다. 재범률을 7.5% 이상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6년간의 프로젝트 결과는 성공이었다. 재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은 수형자들의 재범률은 영국 평균보다 9% 낮았다. 투자자들은 원금과 연수익률 3%를 챙겨갔다. 빈곤, 환경오염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기업·협동조합에 돈을 대고, 수익률까지 챙기는 임팩트 투자의 대표적 사례다. 피터버러에서 시작된 사회성과연계채권 프로젝트는 현재 18개국에서 84건이 진행 중이다.

소셜파이낸스 설립자 로널드 코헨(73) 경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금융에 관심 많은 젊은이 둘이 출소자 재범률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이야기하는데, 머리에 번쩍 불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코헨 경은 1970년대 세계 최초 벤처캐피털인 APAX를 창립하고 2005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가 ‘벤처캐피털의 대부’로 불리는 이유다. APAX는 아메리카 온라인(AOL), 복제양 돌리 사업 등에 투자했다.

“20년 가까이 벤처 캐피털을 운영했지만, 벤처 투자가 빈곤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영국 재무부에서 사회 투자에 대해 의견을 내달라고 했습니다.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보고서를 냈는데, 펀딩이 돈을 벌려는 벤처 캐피털로만 갔지,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개선해보려는 기업에는 제대로 안 간 것이 문제일 수 있다고 썼죠.”

글로벌 임팩트금융추친기구

글로벌 임팩트금융추친기구

코헨 경은 2002년 최초의 임팩트 펀드 자산운용사 ‘브릿지스벤처’를 설립하며 임팩트 투자로 ‘전공’을 바꿨다.

“임팩트 금융은 뒤처진 사람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계층 간 이동을 더 자유롭게 합니다. 사회적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임팩트 금융의 역할이죠.”

그는 자신의 신념을 이렇게 표현했다.

영국 정부는 코헨 경이 2011년 세운 소셜임팩트 도매금융기관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BSC)’에 시중 은행 휴면계좌에 잠든 4억 파운드를 임팩트 투자 기금으로 제공했다.

4억 파운드로 시작한 휴면계좌 재원은 10억 파운드로 늘어났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2013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임팩트 투자 태스크포스(TF)를 공식 과제로 제안했다. 2015년 13개 국가를 회원으로 하는 글로벌임팩트금융추진기구(GSG)가 설립됐다.

“세계화·저금리·하이테크 혁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양극화가 촉발됐습니다. 교육받은 사람과 못 받은 사람의 격차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죠. 정부가 사회 문제 해결에 예산을 쓰는 게 한계에 달했어요. 그동안 정부의 지원금, 자선재단 기부금 위주의 지원이 사회복지를 지탱해 왔는데, 임팩트 금융은 기업가 정신과 혁신적인 민간 투자자산을 사회복지 영역으로 끌어들여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임팩트 금융은 세계 곳곳에서 확산 중이다. 인도에서는 대기업 매출의 2%를 자선활동에 쓰지 않으면 세금으로 걷어간다. 일본에서는 영국처럼 휴면계좌 잔고를 임팩트 금융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에서는 임팩트 금융이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이달 초 정부는 3000억원 규모의 ‘사회가치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직접 출자하거나 대출을 하지는 않고, 사회적 금융을 지원하는 기관에 돈을 대는 ‘도매금융’ 역할을 한다.

지난달 22일 출범한 임팩트금융자문위원회(NAB)는 이런 사회적 금융 펀드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민관협력형 정책기구다. 한국 NAB는 임팩트 금융의 국제기구인 글로벌임팩트투자운영그룹(GSG)에 한국 대표 기구로 참여한다.

◆로널드 코헨 경(Sir Ronald Cohen)
1945년 이집트 태생의 영국인. 옥스퍼드대 엑스터칼리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2015년부터 임팩트 금융의 국제기구인 글로벌임팩트투자그룹(GSG)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임팩트 투자
빈부 격차·고령화·환경오염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기업·협동조합에 재원을 공급한다. 비윤리적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의 사회책임투자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투자다. 사회가치 창출을 중시하기 때문에 시장 수익성보다 낮은 이윤과 장기 투자도 감수한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