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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56 바다야? 호수야? 짠내 폴폴 나는 카스피해를 달리다

중앙일보

입력

아제르바이잔(Azerbaijan).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이 나라는, 카스피해(Caspian Sea) 서쪽 해안에 자리한 한국보다 조금 작은 나라에요. 흑해에서 카스피해까지 뻗어있는 코카서스 산맥 남쪽 세 나라 중 하나로, 조지아, 아르메니아와 함께 코카서스 3국으로 불려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비자 받기 어려운 나라로 꼽히면서 방문이 쉽지 않았는데, 2016년부터 공항 혹은 인터넷에서 쉽게 여행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되면서 여행자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어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지도를 보면 세 나라가 모두 국경을 접하고 있어서 쉽게 한 바퀴 돌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민족적 영토 분쟁으로 국경이 굳게 닫혀 있어요. 이 두 나라 간엔 직항 비행기도 다니지 않기 때문에, 여행자 대부분은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를 기점으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를 방문하곤 해요. 트빌리시에서는 두 나라로 항공, 기차, 버스 등 모든 교통 수단을 운행하고 있고, 그중 야간 침대 기차를 타고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에 다녀오기로 했어요.

조지아 국경 넘어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유가 떨어져 물가 하락…여행 부담 줄어

바쿠로 가는 야간 열차가 출발하는 트빌리시 센트럴 역.

바쿠로 가는 야간 열차가 출발하는 트빌리시 센트럴 역.

오후 7시 반. 바쿠 행 야간 열차가 트빌리시 센트럴 역을 출발했어요. 조지아에서 처음 타 보는 기차였는데 겉모습은 노후해 보였지만, 내부는 신식으로 아주 깔끔했어요. 객실은 1·2·3등석으로 나뉘는데, 이번엔 1등석을 예매했어요. 배낭이 커서 네 명이 한 칸을 나눠 쓰는 2등석은 짐을 싣기 불편할 것 같았거든요. 1등석 선택은 만족스러웠어요. 2인용 객실인 1등석 칸은, 객실 양 옆으로 의자 겸 침대가 2개 배치되어 있고, 중간에 작은 테이블, 창문 위로는 티비까지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죠. 가격은 1등석 90라리(약 4만원), 2등석 48라리(약 2만원), 3등석 36라리(약 15000원).

트빌리시 센트럴 역에서 바쿠로 가는 야간 열차 1등석 내부.

트빌리시 센트럴 역에서 바쿠로 가는 야간 열차 1등석 내부.

기차 티켓.

기차 티켓.

트빌리시 센트럴역을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나 조지아 국경사무소에 도착했어요. 출국 절차는 아주 간단했어요. 정차한 기차에서 승무원이 여권을 걷어가고는, 출국 도장을 찍은 뒤, 다시 한 시간쯤 달려 아제르바이잔 입출국사무소에 도착했어요. 이번엔 러시아 스타일의 털모자에 제복을 입은 국경 직원들이 기차를 돌며 여권과 입국신고서를 걷어 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는 객실을 한 칸 한 칸 돌며 짐 검사를 시작했는데, 여기서 그만 문제가 생겨버렸어요. 바로 ‘드론’ 때문이에요. 아제르바이잔에는 여행자용 드론 반입이 안 된다는 거예요. 기차를 타고 이동하니까, 마치 국내 여행하는 기분으로 짐에 신경을 안 쓰고 온 불찰이었죠. 당황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우리에게, 직원은 국경 사무소에 맡기고 아제르바이잔 출국할 때 다시 찾아가라고 제안했어요. 아니면 다시 드론을 가지고 조지아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어 국경에 드론을 맡기고, 어쩔 수 없이 돌아올 때도 다시 기차를 타기로 했어요.

국경에 맡겨진 드론과 확인증.

국경에 맡겨진 드론과 확인증.

한국에서는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다는 게 처음엔 그저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졌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장점은 열차 내부에서 출입국 심사를 하기 때문에, 기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다는 점. 하지만 단점은 직원이 직접 기차를 돌며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에요. 조지아 국경에서 1시간, 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 1시간 반. 이렇게 꽤 긴 시간을 국경에서 보내다 보니 전체적인 이동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오후 11시가 되어서야 모든 입국 절차가 끝났고, 기차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어요. 우리의 목적지와 기차의 종착역이 같아서 시간 걱정 없이 푹 자고 일어났더니, 기차는 어느새 바쿠에 도착해 있었어요.

바쿠역에 도착한 열차.

바쿠역에 도착한 열차.

기차역에서 나와 처음 느낀 바쿠의 인상은 ‘크고 깨끗하다!’. 조지아 수도인 트빌리시보다 도시 자체도 크고, 도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걸어 다니기 좋은 도시였어요. 그리고 특별한 점은 바다 냄새!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짠 호수’인 카스피해(Caspian sea) 연안의 항구도시이기 때문에 도시 전체에 바다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어요. 날씨도 좋아서 숙소에 짐을 풀고 도시 한 바퀴를 돌기로 했어요.

카스피해 서쪽 연안에 위치한 바쿠.

카스피해 서쪽 연안에 위치한 바쿠.

우선 숙소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야 했는데, 바쿠에서 지하철 이동을 하려면 무조건 바쿠 시내 교통카드인 바키카트(Baki Kart)를 사야해요. 카드 구입비는 2마낫(약 1300원)이고 원하는 만큼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어요. 1회 요금은 거리 상관없이 0.2마낫(약 130원). 정말 저렴하죠? 바쿠는 물가가 비싸서 배낭여행자들에게 부담인 도시라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저유가 시대가 되면서 아제르바이잔 환율이 반 토막이 되어, 외국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여행 경비 부담이 확 줄었어요. 그래서 물가 착한 조지아보다도 교통, 숙박, 식비 면에서 오히려 더 저렴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지하철을 타기 위해선 꼭 사야하는 바키카트.

지하철을 타기 위해선 꼭 사야하는 바키카트.

바쿠를 둘러 볼 때 편한 지하철 노선.

바쿠를 둘러 볼 때 편한 지하철 노선.

숙소에 짐을 풀고 바쿠를 둘러보기 위해 러닝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어요. 바쿠 시내는 걷고 달리기에 최고인 도시였어요. 특히 카스피해 연안을 따라 조성된 공원을 따라 달리면 바닷바람도 맞으며 도시 전체를 구경할 수 있어요. 도시 자체가 서울처럼 거대하지는 않아서 약 10㎞만 달려도 유명한 랜드마크들은 모두 구경할 수 있어요. 우선 숙소 근처에 있어 가장 먼저 마주친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Heydar Aliyev Center). 아제르바이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 건물은 바쿠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어디선가 본 듯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라고 해요. 건물 앞 최고의 포토존 ‘I♡BAKU’ 조형물 앞에서 셀카를 남기고 카스피해 연안으로 나섰어요.

카스피해 연안에 조성된 밀리공원(Milli Park). 뛰거나 걷기 좋다.

카스피해 연안에 조성된 밀리공원(Milli Park). 뛰거나 걷기 좋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

현대적인 디자인의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

바쿠에 왔다면 한 번쯤은 들러야할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 앞의 최고의 포토존 'I♡BAKU' 조형물.

바쿠에 왔다면 한 번쯤은 들러야할 헤이다르 알리예브 센터 앞의 최고의 포토존 'I♡BAKU' 조형물.

‘바쿠(Baku)’는 페르시아어의 ‘바트쿠베’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이라는 뜻이에요. 이름의 유래처럼 호숫가로 나가니 머리가 휘날릴 정도로 바람이 불었어요. 호수라고는 하지만 한국 면적의 3.7배나 되는 커다란 호수이기 때문이죠. 카스피해는 염도로 보면 바다이고, 지형으로 보면 호수인데, 카스피해의 막대한 천연자원의 소유권 때문에 호수냐 바다냐에 대한 주장이 나라마다 달라요. 바다일 경우 나라마다 영해의 독점적 권리를 가지고, 호수일 경우는 균등하게 호수의 자원을 공유해야 하거든요. 아무튼, 카스피해가 호수인지 바다인지에 대한 열띤 주장만큼이나 바람도 강하게 불었어요. 겨울이라서 꽃향기나 푸릇푸릇함은 느낄 수 없었지만, 호수를 따라 달리다 보니 카펫 박물관, 프레임타워 등 유명한 건물들을 다 만날 수 있었죠. 조금만 시내로 들어가면 바쿠 올드시티와 메이든 타워(Maden Tower)도 볼 수 있어요.

카스피해 연안에 있는 카펫 모양의 카펫 박물관.

카스피해 연안에 있는 카펫 모양의 카펫 박물관.

바쿠의 랜드마크 프레임타워.

바쿠의 랜드마크 프레임타워.

바쿠 올드시티 성벽.

바쿠 올드시티 성벽.

메이든 타워.

메이든 타워.

모든 랜드마크들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서 걸어서 둘러보기 좋은 도시였어요. 그리고 러닝 후엔 케밥! 터키에만 케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제르바이잔은 숨겨진 케밥 강국(?)이었어요. 집 건너 집이 케밥 가게인 데다가, 가격은 1000~2000원 수준. 케밥이라는 단어보다는 도나르(Donar)라고 불리는데 바쿠에 머물면서 도나르 매니아가 되어 버렸어요. 도나르를 먹을 때 주로 도나르와 함께 아이란(Ayran)이라는 요거트를 마셔요. 처음엔 요거트와 케밥을 같이 먹는 게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이 요거트가 없으면 도나르 맛이 제대로 나지 않을 만큼 익숙해져버렸어요.

바쿠 시내에 많은 도나르 가게.

바쿠 시내에 많은 도나르 가게.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하기 좋은 도나르(케밥).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하기 좋은 도나르(케밥).

도나르와 함께 먹는 아제르바이잔 요거트 , 아이란

도나르와 함께 먹는 아제르바이잔 요거트 , 아이란

하룻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었을 뿐인데, 환경도 문화도 180도 바뀌어서 더욱더 새로운 바쿠 여행이었어요. 바쿠는 풍부한 석유자원과 이슬람 문화로 ‘리틀 두바이’로 불리기도 해요. 다음에는 작은 두바이 바쿠의 또 다른 면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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