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가, 추억인가...세 작가가 그린 풍경화에 마음을 빼앗겼네

중앙일보

입력 2018.03.01 00:01

업데이트 2018.03.04 13:23

설종보 작가의 '범일동 교통부구름다리' (72.7*60.6cm,캔버스에 아크릴). 사실적인 풍경이라기보다는 누군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정겹고 푸근한 풍경을 재현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사진 선화랑]

설종보 작가의 '범일동 교통부구름다리' (72.7*60.6cm,캔버스에 아크릴). 사실적인 풍경이라기보다는 누군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정겹고 푸근한 풍경을 재현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사진 선화랑]

이것은 누군가의 꿈일까, 아니면 추억의 한 장면일까. 조붓한 하천변에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앉아 있는 오래된 가게들이 왠지 낯설지 않아 보인다. 가게 안에선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고, 하천 변엔 저녁 마실을 나온 사람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누리고 있다. 설종보(53) 작가가 화폭에 담아낸 부산 '범일동 교통부구름다리' (2015) 풍경이다. 가게마다 번진 노란 불빛처럼 따스하고  정겨운 사연이 화폭에서 도란도란 새어 나올 분위기다.

선화랑 '2018 예감전-재해석된 풍경'
설종보, 홍푸르메, 김민주 등
친근하고, 강렬하고, 재치있고....

설종보 의 '수국이 있는 집'(27.7*27.2cm, 캔버스에 아크릴). [사진 선화랑]

설종보 의 '수국이 있는 집'(27.7*27.2cm, 캔버스에 아크릴). [사진 선화랑]

설종보 '첫눈'. 눈오는 풍경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이 따스하게 전해지는 그림이다. [사진 선화랑]

설종보 '첫눈'. 눈오는 풍경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이 따스하게 전해지는 그림이다. [사진 선화랑]

휴일인 3월 1일과 이번 주말에 서울 인사동에 나들이할 계획이 있다면 지금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예감전’을 주목할 만하다. 설종보(53), 홍푸르메(52), 김민주(36) 등 세 작가의 흥미로운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다.

설종보의 '제주 북촌마을, 찬바람'(72.7*50cm, 캔버스에 아크릴).[사진 선화랑]

설종보의 '제주 북촌마을, 찬바람'(72.7*50cm, 캔버스에 아크릴).[사진 선화랑]

선화랑은 2004년부터 앞으로 활동이 주목되는 작가들을 선정해 소개하는 '예감전'을 열어 왔다. 올해 예감전의 주제는 '재해석된 풍경'. 풍경이라는 주제 아래 각기 자신만의 화풍과 이야기를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가로 이들을 내세웠다. 올해는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작가를 선정하고, 작가 수를  3명으로 제한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중 전시장 1층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이 바로 설종보 작가가 그린 회화 20여 점. 친근하고 푸근한 풍경이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장독대·마당·빨래줄·꽃·가족·눈·자전거·나무·강아지 등 어린 시절 일기장에서 건져 올린 듯한 디테일이 빛난다.

언뜻 보면 사실적인 듯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판타지'에 가까운 풍경이다. 부산 출신인 설 작가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옛 공간에 대한 기억과, 지난 10여년간 강원도·제주도 등을 오가며 스케치한 풍경을 대담한 색채로 재현했다.

설 작가는 "내 그림의 출발점은 나 자신과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풍경의 공간은 시간이 지나며 변하지만, 공간에 대한 기억은 잊히지 않고 남아 있다. 그곳에서 지속되는 삶의 이야기를 계속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설 작가의 풍경에서 가장 중요한 디테일은 사람"이라며 "그래서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빠져들게 하는 감성의 힘이 크다"고 말했다.

홍푸르메 'At This Moment'(71*140cm).홍 작가는 1990년대에 대만 사범대학에서 유학하며 한국적 산수화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사진 선화랑]

홍푸르메 'At This Moment'(71*140cm).홍 작가는 1990년대에 대만 사범대학에서 유학하며 한국적 산수화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사진 선화랑]

2층 전시장에서 만나는 홍푸르메 작가가 그린 산수화도 흥미롭다. 홍 작가는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로도 이름을 알린 작가. 일필휘지로 그려낸 절제되고 현대적인 풍경이 강렬하다. "빛이 없으면 볼 수 없다. 어둠이 없으면 빛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작가는 요즘 자신의 화폭에 '빛'을 담아내는 작업에 몰입해 있다.

홍푸르메 작가가 그린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홍푸르메 작가가 그린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홍푸르메 'At This Moment' (71*140cm). 홍 작가는 빛으로 인해 드러나는 눈부신 풍경을 화폭에 담아낸다. [사진 선화랑]

홍푸르메 'At This Moment' (71*140cm). 홍 작가는 빛으로 인해 드러나는 눈부신 풍경을 화폭에 담아낸다. [사진 선화랑]

3층에서 작품을 선보인 김민주 작가는 원혜경 선화랑 대표가 작가의 졸업전(서울대 동양화과 학·석사)때부터 눈여겨 봐온 젊은 작가다. 책상과 책꽂이가 있는 서재를 풍경화를 펼쳐놓는 시각적 공간으로 재구성한 화면 연출이 눈에 띈다.  "일상의 세계와 상상의 세계를 섞으며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하는 작가의 시도다.

김민주의 '사유의 섬'(장지에 먹과 채색, 66*96cm). [사진 선화랑]

김민주의 '사유의 섬'(장지에 먹과 채색, 66*96cm). [사진 선화랑]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세 작가가 그려낸 풍경은 실제 풍경의 재현보다는 작가 내면의 풍경을 함축한 것에 가깝다"며 "이번 예감전을 통해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이 관람객과 더 친근하게 소통하며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주의 '휴가'(장지에 먹과 채색, 130*157cm). 일상의 풍경과 상상의 세계를 혼합하는 유희가 돋보인다. [사진 선화랑]

김민주의 '휴가'(장지에 먹과 채색, 130*157cm). 일상의 풍경과 상상의 세계를 혼합하는 유희가 돋보인다. [사진 선화랑]

전시는 3월 10일까지. 02-734-0458.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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