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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 온 야수' 북극발 한파로 유럽서 최소 24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27일 많은 눈이 내린 런던 거리. [AP=연합뉴스]

27일 많은 눈이 내린 런던 거리. [AP=연합뉴스]

 예년이라면 봄기운이 느껴질 유럽이 ‘동쪽에서 온 야수'로 불리는 북극발 한파로 피해를 보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등 추위로 많은 눈이 내리면서 교통이 마비되는 곳이 속출했고 노숙인 등 최소 24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6년 만에 눈 내린 로마와 바티칸서 신부도 눈싸움 #이탈리아 영하 40도 등 추위로 유럽 도로·철도 마비 #노숙인 등 피해 속출…북극 '폴라 보텍스' 균열이 원인 #북극은 반대로 1958년 이후 최고인 영상 2도 기현상

6년 만에 눈이 내린 로마 콜로세움에서 시민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6년 만에 눈이 내린 로마 콜로세움에서 시민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에는 6년 만에 처음 눈이 내리면서 시민들이 단체로 눈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바티칸 광장에서는 신부들도 눈싸움을 벌였다. 코소보에서는 눈이 쌓인 마을 길에서 주민들이 스키를 타기도 했고, 평소 눈을 보기 어려운 영국 런던 인근 지역에서도 아이들이 썰매를 타기도 했다.

루마니아 등 유럽에서는 지난 4일 동안 몰아닥친 한파로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EPA=연합뉴스]

루마니아 등 유럽에서는 지난 4일 동안 몰아닥친 한파로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영국 고속도로에선 17중 추돌사고가 일어나 일부 도로가 주차장처럼 변했다. 루마니아에서만 열차 100편가량의 운행이 취소되는 등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도 상당수 열차 운행이 끊겨 출퇴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눈이 많이 내린 지역에선 휴교령이 내려졌다.

영국 켄트 지방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도로가 주차장처럼 변했다. 이 지역에선 27일 17중 추돌 사고가 났다. [AP=연합뉴스]

영국 켄트 지방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도로가 주차장처럼 변했다. 이 지역에선 27일 17중 추돌 사고가 났다. [AP=연합뉴스]

 AFP 통신은 지난 나흘 동안 유럽 전역에서 최소 24명이 추위 때문에 숨졌는데, 대부분 노숙인이라고 보도했다. 폴란드에서만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난 26일 5명이 사망했다. 27에는 루마니아에서 노인 2명이 눈에 미끄러져 숨졌다. 프랑스와 체코, 이탈리아 등에선 노숙인들이 한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 등은 응급 숙소를 만들었고, 벨기에 브뤼셀에선 대피소로 가지 않는 노숙인들을 구금하는 조처를 하기도 했다.

한파가 몰아닥친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지역의 모습. [AP=연합뉴스]

한파가 몰아닥친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지역의 모습. [AP=연합뉴스]

 이번 추위는 북극 상공 성층권에서 갑작스러운 온도 상승 현상이 나타나 냉기를 가두는 소용돌이인 ‘폴라 보텍스'에 균열이 생긴 게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찬 공기가 시베리아 쪽에서 유럽으로 밀려왔다는 것이다. 이번 추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상기후 속에 북극에서는 기온이 1958년 이후 사상 최고인 영상 2도까지 치솟았다. 평균보다 30도 이상 높았다. 반복된 폭풍으로 인해 북극 중심부 쪽으로그린란드해의 따뜻한 공기가 밀려든 게 원인으로 꼽혔다.

로마 시민들이 눈이 내리자 언덕에서 스키를 타고 있다. [AP=연합뉴스]

로마 시민들이 눈이 내리자 언덕에서 스키를 타고 있다. [AP=연합뉴스]

 남극 역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서식지 부근에서 식량을 찾기 어려워진 킹 펭귄의 개체 수가 160만 마리에서 2100년에는 30%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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