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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에 아이슬란드어 등 소수언어 ‘멸종’ 위기”

중앙일보

입력

디지털 세계에서 사실상 공용어로 쓰이는 영어 탓에 소수언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 세계에서 사실상 공용어로 쓰이는 영어 탓에 소수언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 세계를 점유한 영어의 위세에 아이슬란드어 등 소수언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아이슬란드어가 ‘디지털 멸종’(digital extinction)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슬란드어는 우리에게 낯설지만,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언어 중 하나다. 현재 34만 명이 아이슬란드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슬란드어에 대한 자국민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고대 아이슬란드어 보존을 위해 ‘컴퓨터’ 같은 외래어도 ‘숫자를 예언하는 여자’라는 모국어 단어로 바꿔 사용할 정도다.

소수언어인 아이슬란드어가 디지털 멸종 위기에 처했다며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사진 가디언 온라인판 갈무리]

소수언어인 아이슬란드어가 디지털 멸종 위기에 처했다며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사진 가디언 온라인판 갈무리]

하지만, 최근 그 자부심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디지털 때문이다. 청년층이 자주 애용하는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는 아이슬란드어를 제공하지 않는다.

또 애플이나 아마존의 인공지능 서비스 모두 아이슬란드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소수언어라는 이유로 제조사들이 아이슬란드어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한 탓이다.

이 때문에 아이슬란드 청년들은 모국어보다 영어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그 결과 아이슬란드에서 모국어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에이리쿠르외겐발드손 아이슬란드대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아이슬란드 아이들 대부분이 영어로 이뤄진 디지털 세계에서 보낸다”며 “이로 인해 모국어에 대한 기본기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단 아이슬란드어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언어는 6000여 종에 이른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 쓰이는 언어는 100여 종에 불과하다. 대부분 언어가 디지털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고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유럽의 비영리 언어연구기관 메타넷(meta-net)이 유럽 국가 30개 언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70%에 해당하는 21개 언어가 디지털 세상에서 멸종될 것으로 봤다.

특히 아이슬란드어, 라트비아어, 리투아니아어, 몰타어의 멸종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메타넷은 분석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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